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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그래비티(Gravity)] - 끌어당기는 힘.

by 애니그마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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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래비티'의-포스터.영화-'그래비티'의-포스터.
'그래비티' (Gravity)

 

2013년 공개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인 [그래비티(Gravity)]에 관한 정보, 개인적인 해석과 리뷰를 제공하는 포스팅입니다.

 

 

주요 정보

  • 감독 : 알폰소 쿠아론
  • 개봉일 : 2013.10.17
  • 상영시간 : 90분
  • 누적관객수 : 약 330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SF/드라마
  • 출연 :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목소리) 등

 
 

 

한없이 거대하고 냉혹한 공간.

우주에서-바라보는-지구의-모습.
그래비티의 첫 장면.

 

지구 600km 상공의 기온은
화씨 -148도에서 +258도를 오르내린다.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은 없고
'기압'도 없으며
'산소'도 없다
우주공간에서 생명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600km라는 위치에서도 인간은 지름이 12000km가 넘는 지구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가 없다. 이런 우주라는 공간의 거대함은 작디작은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경외감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비티]라는 작품은 이런 우주 공간에서의 공포감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소름 끼치는 적막과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공간... 그저 존재할 뿐인 우주… 인간이라는 작고 나약한 존재는 이 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래비티라는 작품은 사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소재를 가졌다. 사고로 인해 우주미아가 된 우주인의 지구귀환기. 러닝타임도 90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나 우주를 표현한 장면 연출에서 관객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작품이며, 공개될 당시 아카데미에서 무려 7관왕을 차지한 걸작이다.

 

 

Gravity: 중력.

허블-망원경을-수리하는-라이언과-맷.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라이언과 맷.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비티'라는 제목에도, 작품의 대부분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라이언 박사'(산드라 블록)는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라는 우주인의 도움을 받아 고장 난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장면에서는 이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시시한 농담들을 주고받는 등 평온한 분위기인데, 이 속에서 라이언은 유독 말이 없다. 사실 그녀는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어린 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부터 삶의 목적을 잃은 채, 소통 없는 삶을 살아온 것. 이런 그녀에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우주는, 중력이 존재하는 소음의 세계에서, 무중력과 적막의 세계로의 도피였던 셈. '중력'이라는 힘이 본질적으로 '끌어당김'을 의미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소통과 관계에서의 의지'라는 것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 있는 라이언은 소통과 관계를 단절하고 산다는 것을 나타낸다.
 
 
 

 

'맷'을 떠나보내는 라이언.

파편에-맞아-파괴되는-우주왕복선.원심력으로-튕겨져-나가는-라이언.
우주미아가 되는 라이언.

 
러시아의 인공위성이 파괴되면서 그 파편들이 궤도가 바뀌어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우주왕복선인 익스플로러 호는 이 파편들에 맞아 완전히 파괴되고 라이언은 우주미아가 된다. 원심력에 의해 튕겨져 나간 라이언은 우주공간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데, 이런 장면들에서 우주공간이 주는 공포들이 극대화된다. 무전을 시도하는 말소리 말고는 파괴음이라던지, 소음이 없는 점들이 오히려 더 인상적인 장면들이다. 산소가 바닥나 가는 우주복에 기댄, 한 명의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추진기를-이용해-우주정거장으로-이동하는-모습.
추진기를 이용해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이런 상황에 추진기를 가지고 있던 맷이 라이언을 구해낸다. 이들은 지구에 있는 통제센터와의 교신도 끊어진 상태에서, 추진기로 러시아의 탈출용 우주선으로 이동해 중국의 우주정거장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떨어져 가는 우주복을 입고 있는 라이언이 의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맷은 계속 라이언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한다. 
 
 

떠나가는-맷을-바라보는-라이언.
줄을-놓아-자신을-희생하는-맷.
자신을 희생하는 맷.

 

"보내줄 줄도 알아야지."

 
 
소유즈에 도착한 이들에게 사고가 생긴다. 추진기 연료부족으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맷이 우주공간으로 튕겨져 나가자 이를 라이언이 붙잡는데, 그녀가 의지한 끈은 약했고, 맷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둘 다 영영 우주미아가 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맷은 스스로 그녀와 이어진 끈을 놓는다. 자신을 희생하고 라이언은 살리는 방향을 선택한 것... 맷과 라이언은 교신이 끊길 때까지 여러 대화를 하는데, 맷은 그녀가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맷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 장면은 여러 부분에서 인상적이다. 라이언이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딸을 떠나보내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맷은 의미 없이 자신을 놓아버린 삶을 살던 라이언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한다.
 
 
 

라이언에게서 보이는 삶의 의지.

태아를-연상케-하는-웅크린-모습의-라이언.
태아를 연상케 하는 장면.

 
산소가 떨어져 가는 우주복을 입고 있었던 라이언은 우주정거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위기에서 벗어난다. 우주복을 벗으며 보이는 이 장면은 영화 그래비티의 명장면 중에 하나다. 그녀에게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며, 무중력 상태에서 공중에 웅크린 장면이 흡사 '태아'를 연상케 한다. 주위 환경에서 늘어진 배선은 탯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맷이 해주었던 말들과 그의 희생은 그녀에게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은 장면인 듯하다. 라이언은 이때부터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태도에 변화가 온다.
 
 
 

죽음의-공포로-눈물을-흘리는-라이언.
아닌강과 교신하는 장면.

 

"아닌강,
강아지 소리 좀 들려주실래요?"

 
 
통제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던 라이언이, 지구의 어느 아마추어 통신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그녀의 변화가 드러난다. '아닌강'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와 라이언은 언어도 통하지 않으며, 각자의 말을 한다. 그 속에서 라이언은 강아지 소리도 듣고, 아기소리도 듣는다. 이런 지구에서의 소리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그녀는 죽음이 가까워지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구의 소리들을 듣고 싶어 한다. 아무 말도 하지도, 듣지도 않았던 그녀가 스스로 강아지 소리를 흉내 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원한다.
 
 
 

드라이브를 끝내고 집으로.

우주복을-입고-지구로-향하려는-라이언.
대기권을-지나며-불타는-우주선.
집으로.

 

"드라이브는 이제 지겨워,
집으로 가는 거야!"

 
 
라이언은 딸을 잃고 난 후, 대화가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켜놓은 채 정처 없이 운전해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말한다. '드라이브'라는 그 일상은, 목적의식 없이 무의미한 삶을 살던 그녀를 나타낸다. 아닌강과 교신을 마치고 그녀는 중국어로 쓰인 우주선의 조작을 포기한 채 잠깐 죽음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 순간 맷의 환영을 보고 난 다음 또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우주선이 견디지 못해 타 죽을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일수록 그녀는 말이 많아진다. 처음에 필요한 말이 아니면 침묵을 지키던 그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그녀는 닿을 리 없지만 맷에게 부탁들을 한다. 딸을 만나게 되면,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두 발로 딛고 서서.

호숫가로-헤엄쳐-나와-엎드려-흙을-만지는-라이언.
마침내, 도착한 지구.

 
 
마침내 라이언의 우주선은 어느 호수에 떨어지고, 라이언은 힘겹게 호수밖으로 헤엄쳐 나온다. 그래비티에는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소름 끼칠 만큼 조용했던 우주 공간에서와는 달리, 여기서는 유독 벌레들이 윙윙거리는 소리, 물이 일렁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들이 크게 들린다. 호숫가로 헤엄쳐 나온 라이언이 흙을 한 움큼 쥐어보고 힘겹게 두 발로 일어서, 자신을 끌어당기는 '중력'을 느끼는 장면은 뭉클함이 밀려온다... 무중력 상태와도 같았던 삶을 살던 그녀는 이제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지.
 
 

두-발로-일어서는-라이언.
두 발로 일어서는 라이언.

 
 
 
 

만약 계속해서 살기로 결정했다면
그냥 가보는 거야.
자리에 앉아서 즐겨,
이 땅에 당신 두 발을 묻고
삶을 살아가는 거야. 

이봐, 라이언.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 '맷'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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