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공개된 영화 '클래식'은 [엽기적인 그녀]로 유명한 '곽재용' 감독의 멜로 영화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난 작품으로, 지금은 제목 그대로 멜로 영화계의 '클래식'이 되었고,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멜로 장르의 교과서와도 같이 인식되는 명작이다.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 전개를 가졌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꼭 맞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여운을 주며, 지금은 최고의 배우들이 된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등의 스타들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주요 정보
- 감독 : 곽재용
- 개봉일 : 2003.01.30
- 상영시간 : 132분
- 누적관객수 : 약 154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
- 출연 :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이기우, 서영희 등
황순원의 '소나기'의 오마주.
"어~ 촌스러...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작품은 '지혜'(손예진)라는 여대생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어머니가 여행을 떠나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지혜가 우연히 어머니의 옛 편지들과 일기를 보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지혜의 어머니 '주희'의 젊은 날의 일들을 알아가게 된다. 현재의 지혜와 어린 시절의 주희는 놀랍도록 닮아있으며, 손예진 배우가 모녀의 역할을 모두 훌륭히 소화했다.
영화 클래식은 현재의 '지혜'의 이야기 속에, 어머니인 '주희'와 주희의 첫사랑인 '준하'(조승우)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이다. 60~70년대쯤 되어 보이는 주희 시점의 이야기는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라는 작품과 아주 닮아있다. 주희와 준하는 고등학생으로, 방학기간에 시골에 왔다가 서로의 첫사랑이 된다. 부잣집 딸인 주희와 평범한 집 아들인 준하, 시골에서 둘만의 추억을 만드는 모습들, 비극적인 결말... 여러 부분에서 한국적인 '첫사랑'의 정서를 대표하는 '소나기'를 시각적으로 뛰어나게 오마주한 작품이 '클래식'인 것 같다.
명장면들과 함께하는 OST.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
영화 '클래식'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자전거 탄 풍경'이라는 밴드의 곡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명곡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에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는데, 그 장면들은 훌륭한 음악과 함께 기억된다. 영화보다 OST가 더 알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의 매력은 음악에 있다. 클래식이라는 제목처럼 '캐논변주곡'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사랑하면 할수록]이라는 곡과 가수 '김광석'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다. 특유의 구슬프고 서정적인 음악들은 작품의 분위기에 아주 잘 드러 맞아 관객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긴다.
준하와 주희의 비극.
시골에서 잠깐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주희와 준하는, 방학이 끝나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인연이 이어지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준하의 친구인 '태수'(이기우)의 집안이 정해 놓은 약혼 상대가 '주희'다. 준하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준하와 주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여러 상황이나 계층의 차이 등으로 계속해서 안타깝게 엇갈린다. 결정적으로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태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사건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더 흘러, 대학생이 된 주희는 우연히 태수를 만나게 되는데, 준하가 베트남으로 파병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준하를 찾아가 징표인 '목걸이'를 건넨다. 이 목걸이는 엇갈리는 둘 사이만큼이나 몇 번을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나 지금 어때 보여?...
나 지금 울고 있어,
눈물 안 보여?"
준하가 베트남에서 돌아오고 그 이후로도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준하와 주희는 아주 오랜만에 만남을 가지게 된다. 주희는 결혼하지 않았다는데 준하는 결혼을 했다는 등 이런저런 어색한 말들이 오가는데, 주희는 준하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옮겨진 장난감을 보지 못하고 빈 곳을 보며 이야기하는 준하는 주희가 눈앞에서 손짓해도 알지 못한다... 준하는 파병 당시에 주희가 준 목걸이를 되찾다가 눈을 잃어버린 것... 지독하게도 상대만을 생각하는 남녀다.
이후 주희는 집안의 뜻대로 태수와 결혼하게 되는데 지혜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태수는 세상을 떠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준하가 결혼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태수와 주희가 결혼하고 나서야 준하는 결혼해 아들을 남겼는데, 준하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만다... 주희와 준하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너무 안타까운 비극이다.
주희의 딸, 지혜의 이야기.
주희의 딸인 지혜는 연극부 동아리에 좋아하는 '상민'(조인성)이라는 남자 선배가 있다. 지혜의 친구인 '수경' 역시 상민을 좋아하는데, 소심한 지혜와는 달리 수경은 적극적으로 상민에게 호감을 표한다. 지혜는 마음을 숨기며, 바보 같이 수경이 상민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대필해주기도 한다. 주희에게 보내는 태수의 편지를 준하가 대필해주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 주희의 이야기와 딸인 지혜의 이야기는 비슷한 점들이 많아 보인다. 중간에 수경이 끼여있지만 지혜와 상민은 항상 서로에게 시선이 향해있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는 지혜에게 상민이 다가오는데, 여기서 희대의 명장면이 탄생한다. 외투를 함께 뒤집어쓰고 캠퍼스를 달리는 이 장면은 영화 '클래식'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배우들의 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장면과 음악이 정말 아름답게 만들어진 장면인 것 같다... 앞으로도 시대를 막론하고 회자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인가요?"
이후 학교 매점에서 지혜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외투를 우산 삼아 함께 달렸던 그날, 상민은 우산이 있었음에도 지혜를 발견하고 우산 없이 지혜에게로 달려갔던 것. 이렇게 상민과 지혜는 서로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의 이야기들을 알게 된 지혜는, 어머니와 준하의 옛 추억이 있는 장소들을 연인이 된 상민과 함께 가게 된다. 지혜의 이야기를 듣던 상민이 눈물을 흘리며 끼고 있던 목걸이를 벗는데, 놀랍게도 그 목걸이는 준하가 가지고 있던 주희의 목걸이... 상민은 준하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주희와 준하가 이루지 못한 사랑이 한 세대를 건너, 지혜와 상민에게서 이루어진다. 옛날 준하와 주희가 반딧불이를 보며 함께 했던 그 강가에서 상민과 지혜가 함께하는 모습을 끝으로 작품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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