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공개된 '공수창' 감독의 [알포인트]는 한국 공포 영화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꼭 거론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개봉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의견과 해석들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며, 비교적 잔혹한 장면이라든지 귀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공포 영화로 기억되는 수작이다. 지금은 유명해진 배우들의 신인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요 정보
- 감독 : 공수창
- 개봉일 : 2004.08.20
- 상영시간 : 106분
- 누적관객수 : 약 168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공포/전쟁
- 출연 : 감우성, 박원상, 손병호, 이선균, 정경호, 김병철, 오태경 등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이야기.
"하늘소 응답하라...
하늘소 우린 다 죽는다..."
작품의 배경은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이야기다. '알포인트'라는 지역으로 갔던 '당나귀 삼공' 부대가 전멸하고 한 명만이 살아 돌아왔다. 살아 돌아온 생존자 역시 큰 부상을 당해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보인다. 그런데 모두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알포인트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이 걸려오고, 상부에서는 구조 요청이 온 알포인트를 수색할 부대를 편성하게 된다. 이렇게 편성된 '두더지 셋' 부대가 문제의 '알포인트'로 가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대는 '최태인 중위'(감우성)가 소대장을 맡고, 최 중위 밑으로 '진창록 중사'(손병호)를 부소대장으로 하는 소대가 구성된다. 최 중위는 베트콩 여자를 살해한 사건을 덮어 주는 대신에 알포인트로 오게 되고, 진 중사 또한, 없는 증거라도 만들어와서 알포인트에서의 상황을 종료시키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온 상태이며, 다른 소대원들도 성병에 걸려 귀국이 늦어진 채 격리조치를 받던 병사들이 다수다. 문제가 좀 있어 보이는 소대라고 해야 하나... 껄끄러운 일을 떠맡은 급조된 소대다.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가지 못한다.'
숨어있던 베트콩과 대나무 숲에서 한 차례 교전을 치른 후, 이들은 알포인트의 초입에 도착하게 되는데, 아주 기분 나쁜 비석이 하나 있다. 장의사 집 아들이었던 '조병훈 상병'(김병철)이 이를 읽는데, 이 장소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둥...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이끼에 가려져 있던 마지막 글자 때문에 글을 온전히 읽을 수 없었는데, 이들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歸'(돌아갈 귀) 자가 제대로 드러난다...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가지 못한다.' 이렇게 살벌한 문구가 완성된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
알포인트에 투입된 이들의 임무는 실종된 부대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일주일만 버티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유독 안개가 심한 지역인 듯하다. 야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침에 보니 바로 옆에 거대한 폐건물이 하나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기분 나빠 보이는 건물인데... 부대는 이곳을 거점으로 실종 부대에 대한 수색을 하기로 한다. 이 건물은 실제 캄보디아의 고지대에 위치한 건물이라고 하며, 프랑스가 점령하던 시절에 카지노 건물로 쓰였는데, 이곳에서 실제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지금은 호텔로 바뀌어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이 지역엔 우리밖에 없어."
"아니에요,
저희랑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데요?"
"너 불어 할 줄 알아?"
"..."
수색을 펼치던 이들에게는 계속해서 기이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대열에서 잠깐 이탈했던 조 상병은, 수풀에서 실종된 부대원들의 유령을 보는가 하면, 야간에 갑자기 찾아온 미군부대는 나중에 알고 보니 죽은 지 한참 지난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다...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병사가 프랑스 군의 무전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도 소름 끼치는 장면 중에 하나다...
"너네 지금 총원이 몇 명이야?"
"총원 10명 중에 죽은 '정 일병' 빼고
현재원 9명입니다."
"너넨 여기서
아홉 명이 출발했어, 아홉 명이!
알아들어?"
결정적으로 보는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장면은 아마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부대원 중 '정 일병'이 실종되었다가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이를 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죽은 '정 일병'은 이들이 찾아야 하는 실종된 부대의 병사였던 것. 이들은 애초에 열 명이 아니라, 아홉 명이서 알포인트에 투입되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철모를 푹 눌러쓴 얼굴 없는 병사 한 명이 조용히 이들을 계속 따라다닌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공포 영화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귀신이라던가,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기이한 상황에서 오는 미스터리함이 이 작품의 포인트다. 상황을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소름이 돋게 만드는 이런 방식의 연출을 기가 막히게 잘 해낸 작품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대원들은 하나 둘 사고로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외부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홀리는 듯한 모습들이 보이는데, 유령의 모습을 보고 놀라 본인이 설치한 부비트랩에 목숨을 잃는가 하면, 유령을 보고 사격을 하는 바람에 아군이 총에 맞아 죽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부대원들은 명확하지 않은 존재에 의해 심리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고립되던 부대원들은 귀신에게 빙의되며 서로 총격을 가하기도 하며 자멸하게 된다. 결국 실종자들을 찾으러 갔던 이 부대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눈을 잃은 채로 홀로 '장영수 병장'(오태경)만 살아남게 된다. 작품의 시작부에 비석에 적혀있던 글귀대로 '손에 피를 묻힌 자는 돌아갈 수 없게' 된 셈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라는 표현은 살상을 가리키는 말이라기보다는, '양심에 어긋나는 더러운 행동' 등을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전 중에 항상 피를 본다는 '최 중위', 상부로부터 실종부대의 진실을 은폐할 것을 지시받은 '진 중사', 카메라를 원래 주인에게 전해주지 않은 '오 병장', 그리고 대부분의 병사들은 성병을 가지고 있었다. 장 병장은 성병이 없었고 처음 대나무 숲 교전에서도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점, 고향에 있는 가족을 항상 생각하는 어린 청년이었다는 점 등, 원죄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그가 살아남은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말의 수많은 해석.
사실 '알포인트'라는 작품은 감독이 두 번이나 교체되면서, 촬영이 중단될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감독이 교체되면서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설정이 변경되는 부분들이 많았으며 작품에 전반적으로 구멍이 많이 생긴 것. 이 때문에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점들이 오히려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 남겨진 장 병장 주위로 부대원들의 시신이나 핏자국들이 전부 사라진 모습 때문에 애초에 초반부 대나무숲에서의 교전 때 부대원들이 전부 전사한 상태로 '식스센스'의 설정처럼 귀신 상태로 겪은 일이라는 해석도 있고, 장 병장의 환각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 병장의 생존에 관해서도 귀신인 미군이 주고 간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 귀신이 눈을 통해 빙의를 하는데, 장 병장이 눈을 다쳐서 살게 되었다는 설 등 많은 의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많은 해석들은 모두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결함들이 존재한다. 애초에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 영화이니, 이런 의견들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감독의 코멘트를 보면 특히 '장 병장' 캐릭터에 애착을 많이 가졌던 듯한데, 감독은 장 병장 캐릭터로 가족을 부양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 시절 한국 청년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창가를 드나들거나, 살육이 익숙한 모습, 진실을 은폐하려는 다른 부대원들의 모습들은 전쟁 속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피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유령은 침략받은 베트남인들의 슬픈 역사를 나타내는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낡은 무전기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처음 장면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소리를 끝으로 작품은 끝이 난다...
"하늘소... 여기는 두더지 셋.
하늘소 우릴 버리지 마라.
하늘소 우린 살아있다.
하늘소 우린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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