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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너의 결혼식'] - '첫사랑'이 남자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

by 애니그마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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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결혼식'의-포스터.'너의-결혼식'의-포스터.
'너의 결혼식' (On Your Wedding Day)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말이지..."

 

감독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영화는 지극히 남자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여자주인공의 심리나 행동은 각자 추측할 뿐이다. 여자분들 입장에서는 미성숙한 남자의 모습이 답답하거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통의 첫사랑을 대하는 남자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여자분들은 괜찮은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남자분들은... 마음속 한편에 '그분'이 생각날 거다.

 

박스로-우산을-만들어-승희와-함께-비를-피하는-우연.함께-밤길을-걷는-학생시절의-우연과-승희.
풋풋하다.

 

주요 정보

  • 감독 : 이석근
  • 개봉일 : 2018.08.22
  • 상영시간 : 110분
  • 국내 누적관객수 : 약 282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
  • 출연 : 박보영, 김영광, 강기영, 서은수, 송재림 등

 

 

있을법한 이야기.

노을을-배경으로-마주보고-있는-승희와-우연.
우연과 승희의 아름다웠던 시절.

 

있을법한 상황,
있을법한
연애,
있을법한
이별.

 


영화는 특별할 것 없는 전개를 갖고 있다. 이런 ‘있을법한’ 이야기의 강점이 있다. 내 이야기 같을 수 있다는 것. 나 또한 비슷한 연애를 했고 비슷한 이별을 했다. 온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온전히 몰입하게 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내 경우에는 그랬다.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미숙했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애증의 관계. 잊기가 참 어렵다. 우연(김영광)에게 있어서도 승희(박보영)는 참 잊기 힘들어 보인다. 구질구질하지만 순수하게 모든 것을 줬던 그 시절에 내 인생의 일부였던 사람, 가진 것 없을 때 만나 못해준 기억만 떠오르는 사람,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오랫동안 마음속 한편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 남자에게 첫사랑은 그런 존재다.

 

'우연'의 삶의 나침반, 그녀의 이름은 '환승희'

학교에-처음-전학-온-승희.교무실-바닥에-엎드린-채,-승희를-처음-만나는-우연.
우연과 승희의 첫만남.

극 중 우연이와 승희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려진다. 전학을 온 승희, 그 앞에서 엎드려 벌을 받고 있는 우연.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은 3초라는데, 우연은 그 3초를 이런 꼴사나운 모습으로 맞이한다. 고등학생 우연은 교무실에서 벌서는 게 일상인 속된 말로 '잘 치는', 공부에는 관심 없는 문제아다. 이런 우연의 앞에 나타난 승희가 우연이의 인생을 바꿔버린다. 공부 잘하는 승희를 따라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고, 승희가 싫어하는 싸움을 더는 하지 않아야 하며,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할 명분이 생긴다. 

 

대학에서-우연과-마주치고-놀라는-승희.
대학까지 따라왔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이사를 가게 된 승희와 떨어지게 된 상황에서도 우연은 승희와 재회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에 매진하고, 기어이 승희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진짜 인간승리다. 실제로 내 지인 중에는 그림 잘 그리는 남자가 멋있다는 말에 미대를 간 사람이 있다. 관심 있는 여자의 말 한마디에 인생을 배팅한다.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참 무모한 종족이다. 우연은 그렇게 승희를 따라다니는 삶을 산다. 환승... 희... 그런데 여주인공의 이름에 뭔가 의도가 보인다는 느낌은 나만 느끼는 건가 모르겠다.

 

함께-웃으며-내리막을-뛰어내려가는-승희와-우연.
연인이 된 우연과 승희.

친구인 듯 연인인 듯, 같이 지내다 떨어지길 반복하던 승희와 우연. 결국 사고로부터 승희를 구해낸 사건을 계기로 둘은 교제를 시작한다. 패션학과를 다니는 듯 보이는 승희는 우연을 모델로 옷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우산을 같이 쓰기도 하고, 상대의 통장잔고를 걱정하기도 하며 여느 젊은 연인들처럼 행복한 시기를 보낸다. 

 

구질구질한 자격지심,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너의결혼식
말조심 했어야지.

시간은 흘러 우연은 취업을 준비하고 그때부터 우연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앞서 승희를 구해낸 사고에서 몸을 다친 우연은 취업이 힘들어지게 되고 사회적인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남자의 '자격지심'은 그 모습이 아주 추하다. 하필 승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못남의 끝을 보여준다. 친구 앞에서 '이런 상황에 승희 탓을 하게 될까 봐 두렵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승희가 엿듣게 된 것. 결국 승희는 벨기에 연수를 떠나며 우연과 헤어지게 된다.

 

우연과-헤어지고-돌아서서-눈물을-흘리는-승희.
우연과 승희의 이별.(박보영을 울리는 건 '죄악'이다.)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극 중 우연이 이런 말을 하는 대목이 있다. 동의하는 바다. 얼마나 서로 원하는가, 의지가 있는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 취업이 해결되었을 때 만났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조금 더 늦게 승희를 만났다면 좀 달랐을까?... 하지만 결국 그렇게 만나지 못한 게 운명이다. 그것으로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닌 거다.

 

 

시간이 흐르고... 현재.

체육교사가-된-우연.
체육교사가 된 우연.

시간은 또 흘러 우연은 제자들에게 승희와의 첫사랑 얘기를 들려주는 체육교사가 되어있다.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버스 안에서 '환승입니다' 하는 소리만 들어도 그녀를 떠올린다. 아직 잊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연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온 승희. 둘은 어색하게 말을 이어가는데...

 

놀란-표정으로-승희를-바라보는-우연.
시집이라도 가냐?

 

"야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냐?
시집이라도 가냐?"

"어..."(어색한 웃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축하한다고 웃는데, 그 웃음이 너무 멋쩍다. 괜찮지 않은 게 너무 티 난다. 청첩장을 보내라느니 맘에도 없는 객기를 부리는데, 화면이 바뀌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승희가 보낸 청첩장이 술상 위에 올라와 있다. '보내란다고 진짜 보내냐?' 라며 혀꼬인 말을 뱉는 우연. 아마 술자리 시작부터 혀가 꼬여갈 때까지 이 말을 수십 번 했을게 분명하다. '절대 안 가!, 내가 거길 왜 가?' 라며 그들 표현으로 '고립' 되기로 결심한다. '고립'이라 함은 낚시하러 가는 것. 비슷한 놈들 몇 명이서 전연인의 생일로 만들어진 비밀번호를 아직 쓴다는 둥, 전연인의 이름으로 타투를 했는데 두 달 만에 헤어졌다는 둥. 전연인이 남긴 후유증에 대해서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낚시하러-가는-우연.예전에-승희가-그려준-그림을-보게되는-우연.
'고립' 장면.

 

그러다 문득 우연은 예전에 승희가 그렸던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보게 되고 결혼식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 같다. 가기 싫고 갈 이유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은 '양가감정'일 것이다. 그렇게 우연은 급하게 승희의 결혼식에 가게 되고, 마지막에는 마음에서 승희를 떠나보내는 모습으로 우연이는 첫사랑을 끝낸다.

 

 

해피엔딩? 그런 거 없다, 현실은 이렇다

우연을-바라보는-승희.승희를-바라보는-우연.
승희의 결혼식.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극적인 전개로 주인공의 재회를 다시 만든다든지 하는 억지스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현실에서 드물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을 추구하면 이런 니즈는 충족시키지만 현실감이 떨어지고 공감할 수 없는 영화가 된다. 하지만 감독은 반대의 선택을 함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한다. 어쩌면 동떨어진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발견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승희와-악수하는-우연.식장을-나가는-우연의-쓸쓸한-뒷모습.
승희를 떠나보내는 우연.

 

여자들도 그렇겠지만 남자들이 특히 첫사랑 때문에 힘들어한다. 무엇이든 '처음'이란 것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되고, 많은 실수와 미련을 남긴다. 첫사랑은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첫사랑을 이루는 남자는 극히 드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습작'과도 같은 것이다. 한 번에 그림을 잘 그려내기는 어렵듯이, 사랑의 방법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연습을 끝내고 깨끗한 종이에 새 그림을 그리려면 마음속에서 '그녀들'을 건강하게 떠나보내는 과정도 알아야 한다.

 

 

'첫사랑'을 소재로 하는 추천영화.

 

[건축학개론(Architecture 101)] - 우리들의 '첫사랑'도 이렇지 않았나요?

감독 : 이용주 개봉일 : 2012.03.22 상영시간 : 118분 누적관객수 : 약 411만 명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출연 : 이제훈, 배수지, 엄태웅, 한가인, 조정석, 유연석, 고준희

enigma032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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