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이정욱
- 개봉일 : 2003.02.28
- 상영시간 : 109분
- 누적관객수 : 약 83만 명
- 국내 등급 : 전체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 출연 : 장진영, 박해일, 송선미, 김유석, 안내상, 김해숙 등
작정하고 눈물 빼는 슬픈 멜로
'국화꽃 향기'는 2000년에 출간된 김하인 작가의 소설이다. 당시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영화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토리 전개나 설정 등은 거의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느낌을 잘 구현해내긴 했지만 소설이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배우 캐스팅은 훌륭한 것 같다. 장진영 배우는 아름다우며, 박해일 배우의 지금도 앳되지만 더 어려 보이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국화꽃향기는 그 시절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전형적인 신파멜로다. 소설을 영화화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주인공들의 대사가 문어체에 가까워서 일상적인 느낌의 말투가 아니다. 그 당시에는 '가시고기'라던지, '아버지'라던지, 영화로 보면 '8월의 크리스마스', '편지' 같은, 뭐 이런 느낌의 작품이 많았지만 지금 보기에는 살짝 어색하고 오그라드는 느낌을 주긴 한다. 어린 세대들은 조금 촌스럽다 느낄 수도 있겠다. 설정 자체도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해바라기 같은 사랑, 아이를 위한 엄마의 희생 등, '아주 작정하고 눈물을 빼겠다'라는 의도가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누구나 살다 보면 어느 날은 슬픈 무언가로 감정을 해소하고 싶어지는 날도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작품들은 감정을 해소하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크게 심오한 무언가를 찾을 것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작품이며, 그저 편하게 감정이입하며 보면 좋은 영화다.
지고지순한 남자, 상처가 많은 여자
어느 전철 안에서 희재(장진영)와 인하(박해일)는 처음 만난다. 임산부를 돕기 위해 노숙자와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희재의 멋짐과 당돌함이 인하는 인상적인가 보다.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인하는 대학을 한국에서 다니게 된 상황이고, 인하는 대학교 선배로서의 희재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게 되며 인하는 희재에게 점점 호감을 갖게 되지만 희재는 인하를 후배 이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눈치고, 고백을 했지만 어린 날의 치기로 치부당하고 대차게 까인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삶을 산다. 몇 년 후, 인하는 방송국 PD로 라디오 진행을 하는 듯 보이고, 희재는 작가가 된다. 희재는 약혼을 한 사람이 있었지만, 사고로 인해 혼자 살아남고 부모님과 약혼자를 모두 잃어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상태다. 인하는 아직도 희재를 잊지 못한 듯하며, 본인의 방송에 희재와의 사연을 익명으로 소개한다. 우연히 이 방송을 들은 희재. 이후 둘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맺어지게 된다. 둘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인하의 사랑에 희재도 다친 몸과 마음을 회복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희재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이상하다. 제왕절개로 일찍 아이를 만나려고 하는 모습이나, 조급해 보이는 희재에게 '낳지도 않은 아기의 책가방도 사놓겠다'라는 친구의 농담에, 생각에 잠긴 듯하며 '그거 좋은 생각이다'라고 얘기한다. 희재는 사실 위암을 선고받아 시한부 상태다. 이런 상황을 애써 모두에게 숨기려 하고 자신의 치료보다 아이를 지켜내고 싶어 한다. 인하가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는 모습과 마지막 남은 시간을 둘이 의미 있게 보내는 모습이 보이고, 결국 희재는 딸을 지켜내고 세상을 떠난다.
그녀에게서는 '국화꽃 향기'가 난다
영화에서는 '국화꽃 향기'에 관한 언급이 계속된다. 인하는 희재를 처음 만난 순간 희재에게서 국화꽃 향을 느꼈고 이것은 실제로 희재에게서 그런 향이 났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기보단 인하의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흰색의 국화는 꽃말이 '진실, 성실, 감사'라는 것을 보면, 이들이 하는 사랑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보통 조의를 표하는 행위로 국화꽃을 많이 떠올리는데 희재의 죽음을 나타내는 복선과도 같은 장치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희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인하에게 '어디선가 국화향이 난다면 내가 옆에 와 있는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마지막에 희재가 세상을 떠난 후 인하가 어디선가 국화향을 느끼고 희재를 그리워하며 소설이 끝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화 밖의 '배우 장진영'
'국화꽃 향기'는 소설, 영화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영화밖의 이야기가 있다. 음악으로 하나를 들 수 있는데, 가수 성시경이 부른 OST인 '희재'라는 곡은 어쩌면 영화보다 더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곡을 정말 좋아한다. 제목도 여주인공 이름인 '희재'이고 노래가사는 마치 인하가 희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써놓은 듯하다. 실제로 성시경도 이 곡에 대해서 언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불러달라는 팬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로 콘서트에서 쓰기 어려운 곡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화꽃 향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아무래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장진영' 배우 때문일 것이다. 장진영은 당시 인기여배우로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8년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장진영은 이듬해 9월에 결국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녀는 공교롭게도 영화 국화꽃 향기의 희재와 아주 비슷한 삶을 살았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위암진단을 받았고 투병 당시에 교제하던, 장진영에게 있어서 영화 속 인하와도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암투병을 하는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며, 그녀가 떠나기 전에 결혼식도 올린다. 정말 눈물겹게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이다. 비록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지만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다는 건 큰 행운이었을 거다. 이런 과정을 담아놓은 다큐멘터리도 있으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기구한 삶을 살다 간 그녀인데, 신기하게도 자신이 연기한 희재와 놀랍도록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좋은 연기로 수많은 좋은 작품에서 보였을지 모를 배우가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났다. 국화꽃 향기를 보면 생전 아름다웠던 장진영 배우의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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