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뤽 베송
- 개봉일 : 1995.02.18
- 상영시간 : 132분
- 누적관객수 : 약 130만 명
- 국내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 범죄/액션
- 출연 : 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게리 올드만, 대니 에일로, 피터 애펠 등
많은 관객들에게 '불편한' 인생영화
불편한데 인생영화라니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레옹'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뤽 베송'이라는 거장이 만든 이 작품은 소재 자체가 대놓고 불편하다. 소아성애자의 사랑, 나이 든 남자의 판타지 충족. 뭐...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깊이 생각하며 감상하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2살의 마틸다와 나이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년의 남자로 보이는 레옹의 아슬아슬해 보이는 동거생활은 겉으로 보기에 혐오스러운 설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 보이는 레옹과 마틸다의 모습은 연인으로서의 사랑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지만, 레옹의 부성애적인 모습도 같이 보이며, 외로움이 익숙한 두 등장인물의 인간적인 교감이라고도 보인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남녀의 사랑 말고도, 여러 가지 사랑의 모습과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중년의 남자와 어린 여자'
특히 유럽영화에 이런 클리셰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친 유럽사회는 피폐해졌고, 당시에 오랜 전쟁으로 군인으로서 복무를 오래 한 탓에 결혼할 시기가 훌쩍 넘었는데도 결혼을 못한 남자가 많은 사회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어린 여성과 나이가 찬 남성의 연애나 결혼을 미화해서 그리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뭐...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인구의 증가가 국력의 상승과 연관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 조성은 지도층들의 국가운영과 관련해서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 같긴 하다. 이런 과거의 잔재가 남아 이어져 온 것이 이런 클리셰가 많은 이유인 것 같다.
고독한 남자 '레옹', 갑자기 날아든 조그만 '파랑새'
허름한 아파트, 계단 난간에 걸터앉아 12살의 마틸다(나탈리 포트만)가 담배를 물고 있다. 물론 아빠에게는 들키면 안 되는 모양이다. 어른이 가까이 오면 사탕의 막대기와 바꿔가면서 위장술을 시전 한다. 옷차림이나 하는 행동들로 봐도 비행청소년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누군가에게 맞은듯한 흔적도 얼굴에 있고... 참 머리 아픈 집 딸이라는 게 바로 보인다. 같은 층에 사는 레옹(장 르노)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담배를 숨기는 마틸다에게 꼰대같이 한소리 하며 얼굴에 난 상처에 관해 물어본다. 그러다 이내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특별할 것 없는 이웃집 아저씨와 소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약에 관련된 일을 하는 마틸다의 아빠와 부패경찰인 스탠(게리 올드만)이 비즈니스 상 문제가 생겼는지, 스탠이 마틸다의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을 몰살시킨다. 영화에서의 '경찰'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며, 악당보다 더 악랄하다. 마틸다는 당시 잠깐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갔다 오는 길이어서 화를 면했고, 가족들이 살해당해 있는 것을 보고 기지를 발휘해 울면서 레옹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레옹은 고민 끝에 마틸다를 집에 들이며 구해준다. 이렇게 둘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다.
아이 같은 어른 '레옹', 어른 같은 아이 '마틸다'
이렇게 고아가 된 마틸다는 레옹의 집에 얹혀살게 되고, 레옹의 어두운 인생에는 변화가 찾아온다. 레옹은 능력 있는 킬러다. 총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달인이며, 의뢰를 받은 레옹은 실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타깃을 암살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프로다. 암살은 레옹에게는 직업이고, 타깃에 대한 어떠한 인정이나 자비도 없다. 심장도 얼어붙어 있을 것 같은 남자에게 의외의 면도 보이는데, 술이나 담배가 어울릴 것 같지만 우유를 즐겨마시고, 화분에 기르는 식물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에 레옹이 직접 밝히지만, 레옹은 어릴 적 첫사랑에 아픈 기억이 있고 그때 이후로 정신적인 성장이 멈춰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겉모습은 중년의 남자이지만 소년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레옹이다. 이에 반해, 마틸다는 또래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마틸다는 불우한 집안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며, 실제 어른처럼 행동한다. 레옹을 대놓고 유혹하는 모습도 보이고, 총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레옹을 보고 돌발행동을 한다든지,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당돌하고 야무지다. 어찌 보면 정신적 나이로 봤을 때 둘은 사랑하기에 적절한 나이차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동행을 하게 되는 마틸다와 레옹은, 암살에 관한 지식을 마틸다가 배우며, 암살단으로서 같이 활동한다.
특징이 확실한 매력적인 캐릭터들
영화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레옹과 마틸다의 캐릭터는 당시에 큰 화제였으며, 지금도 패러디가 많이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레옹의 까만 비니와 테가 동그란 선글라스라던지, 화분을 들고 단발머리로 옆에 서있는 마틸다 같은 이미지들은 이들을 상징하는 유명한 아이콘이다. 레옹의 장 르노는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남자의 이미지를 잘 살렸고, 마틸다를 연기한, 지금은 유명한 여배우인 나탈리 포트만은 당시 11세였는데,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레옹의 앞에서 여러 의상으로 바꿔가며 재롱잔치(?)를 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나탈리 포트만의 매력이 엿보이는 명장면이다. 극 중 메릴린 먼로를 흉내 내는 장면은 나탈리 포트만의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레옹은 마틸다를 '사랑'했을까?
일단, 마틸다가 레옹을 사랑했을지는 확실한 것 같다. 마틸다에게 레옹은 '남자'였던 것 같다. 어린 사춘기 소녀의 순간적인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내 보이는 도발적인 행동이나 레옹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듯한 행동은 연인에게 하는 일반적인 여자의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레옹의 경우에도 마틸다를 '여자'로서 전혀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마틸다가 굉장히 충동적이고 저돌적으로 감정에 충실했던 반면, 정신적으로 어리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잘 아는 레옹은 그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끝까지 이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선을 확실히 지킨다. 그리고 끝에는 악역인 스탠과의 총격전에서 마틸다를 탈출시킬 때가 되어서야 사랑한다는 말을 마틸다에게 해준다. 하지만 이 모습이 연인의 모습으로 보인다기보다는 부성애 같은 모습이 진하게 보인다. 하지만 외롭고 슬픈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지게 되며 인간적으로 따뜻한 교감을 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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