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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The Throne)] - 생각할 '사', 슬퍼할 '도'

by 애니그마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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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사도
'사도' [출처:다음영화]

 

  • 감독 : 이준익
  • 개봉일 : 2015.09.16
  • 상영시간 : 125분
  • 국내 누적관객수 : 약 624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시대극
  • 출연 :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등

 

무엇이 조선의 세자를 뒤주에 갇히게 만들었나?

영화는 흔히 '임오화변'이라 불리는 사건을 소재로 한다. 조선시대 영조가 임금이던 시절, 파국으로 치달은 세자와의 관계를 보여주며 이 부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둘의 감정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임오화변은 사도세자가 아버지인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역사에 기록된 영조는 많은 업적과 특히 탕평정책으로 유명한데, 비교적 정치적으로는 뛰어난 성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출생에 관한 논란과 세자와의 불화 등으로 개인사적으로 잡음이 많은 인물이다. 개인사라고는 하지만 임금으로서 출생이나 가족관계 등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왕실의 안정감에 위협이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조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사도세자와의 관계에서도 끊임없이 아들을 압박하고 트집을 잡아 옥죄는 모습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사도세자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며 정신분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이런 점은 병적인 완벽주의를 가진 영조의 눈에는 세자를 기준미달로 낙인찍는 결과를 낳는다.

 

사도사도
영조의 표정만 봐도 아들과의 사이를 짐작할 수 있다. [출처:다음영화]

 

결국 영조는 아들을 제거하는 충격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하필 친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굶어 죽게 만드는 잔혹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후에 정조가 되는 손자의 정통성을 염려한 행위라고 추측된다. 사약을 내린다던지 하는 정상적인 방식은 '죄인'을 벌하는 공식적인 절차이므로 세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고 그러면 후에 정조에게 '죄인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된다. 극 중에서도 자결을 명령하는 등, 그에 대한 고민이 보이는데 극 중 대사를 통해 '집안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사도사도
세자빈 '혜경궁 홍씨'와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 [출처:다음영화]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출신에서부터 왕으로서의 정통성이 없었다. 아버지인 숙종이 총애하던 숙빈 최 씨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머니인 숙빈 최 씨는 천한 무수리 출신이다. 성리학적 유교질서가 목숨보다 중요하던 시기, 어머니의 출신이 이렇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약점이다. 적통인 경종과는 형제관계이므로 이 또한 부자상속관계를 지향하는 조선왕실의 정통성으로 볼 때, 영조는 왕이 되기 힘들고 오히려 적장자의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당파싸움 속에서 끊임없이 '제거대상'으로 여겨졌고, 매 순간 불안 속에 살아야 하는 환경에 있었다. 실제로 기록을 보면 영조는 경종이 즉위한 후, 후사가 없는 경종의 뒤를 이어 왕세제로 책봉이 되는데 수차례 왕세제에서 내려오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경종이 일찍 죽고 임금이 된 이후에도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 숙종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의혹으로 인한 '이인좌의 난' 등으로 끊임없이 당파싸움에 휘말리는 삶을 살았다.

 

어떠한 꼬투리도 잡히지 말아야 하는 삶.

 

영조로서는 정신적 압박이 엄청났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점은 편집증에 가까운 모습과 지나친 완벽주의, 자신이 겪었던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서 아들에 대해서는 지나친 교육열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영조는 정해진 루틴대로 맞춰 생활하고 징크스와 같은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점은 기본적으로 불안한 심리상태인 영조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조는 송강호 배우가 연기했으며 이름에 걸맞은 명연기를 보여준다. 세자가 7일째 뒤주에 갇힌 날, 세자와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과 세자가 죽고 시호를 내려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영조의 회한이나 슬픔이 잘 보인다.

"시호를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세자'라 하라."

사도사도
시호를 내려주는 영조, 어린 세손과 비의 안타까운 모습. [출처:구글]

 

사도세자의 기행과 그 이유

사도세자가 처음부터 이런 상태는 아니었다. 영조의 늦둥이로 태어난 세자는 태어나자마자 세자로 책봉되며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어릴 때는 총명하고 학업에도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조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학업에 괴로움을 느낀다. 너무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자 영조는 아들을 미워하기 시작하고 세자가 덕이 없어 비가 온다느니, 정말 아픈 사람에게 공부하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느니, 걸핏하면 대리청정을 맡기겠다며 실제로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아들이나 신하들을 떠보는 등, 정말 대놓고 생트집을 잡는다. 실제 기록에서도 아버지를 보러 가기 싫어서 옷을 수십 번을 갈아입는 사도세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정말 진절머리가 났었나 보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정신적인 학대가 극심했을 것 같다.

 

사도사도
세자가 어릴땐 이렇게 웃어주기도 했었다. [출처:다음영화]

 

성장한 사도세자의 역할로 '유아인' 배우가 연기했는데, 미쳐가는 사도세자의 광기 어린 모습을 잘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유아인 배우의 이미지와 사도세자의 이미지가 잘 맞는 것 같아 좋았다. 울부짖듯 감정을 쏟아내는, 내지르는듯한 연기가 훌륭한 것 같다. 성장한 사도세자는 광기가 극에 달아 이유 없이 궁녀나 내시를 죽이고, 여인을 겁탈하는 등 연이어 비행을 저지른다. 결국 부자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살려달라고 빌던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힌 지 8일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극 중 사도세자의 대사 중에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사랑받지 못한 아들로서의 서러움이 묻어나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나는 임금도 싫고, 권력도 싫소.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사도
광기가 극에 달하는 세자의 행동. [출처:구글]
사도사도
유아인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출처: 구글]

 

국왕으로서의 무게감에 희생된 부자관계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이 부자가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것. 국왕이라는 자리는 거기에 걸맞은 책임감과 그 자리에 앉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많은 고충과 이해관계들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정한 아버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세자의 시호가 뜻하는 바나, 후회하는 영조의 모습을 보면 그도 결국엔 아버지로서 아들을 사랑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살벌한 권력관계 속에서 살얼음판 같은 인생을 살아온 영조에게 아들이나 손자를 정적들로부터 지키는 방식은 그들과 맞설 수 있는 능력 있는 강한 국왕으로 키우는 것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올바르지 못하고,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한 감정표출의 대상을 아들로 삼는 등 인간적인 결함이 많이 보이는 모습 또한 영조인 것 같다. 영조도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로 이런 점들이 나오는 것이기도 할 것이고, 영조나 사도세자나 어느 쪽도 안쓰럽고 가여운 면이 있다. 왕실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던 아버지와 아들은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의 무게감 때문에 거기에 짓눌려 희생된 안타까운 관계다.

 

사도
가여운 부자관계. [출처:구글]

 

 

 

 

'송강호'배우의 또 다른 역사극.

 

[관상(The Face Reader)] - '호랑이'와 '이리'의 얼굴.

감독 : 한재림 개봉일 : 2013.09.11 상영시간 : 139분 누적관객수 : 약 913만 명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시대극 출연 :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이종석, 조정석, 김의성 등 천재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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