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미셸 공드리
- 개봉일 : 2005.11.10
- 상영시간 : 107분
- 누적관객수 : 약 50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SF/코미디
-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톰 윌킨슨, 일라이저 우드 등
'Eternal Sunshine'이라는 '제목'에 담긴 이야기.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무결한 마음의 영원한 햇살.'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이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작품의 내용과 연관성을 바로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 제목에는 작품의 '주제의식'이 숨어있다. 작품에서의 등장인물이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듯이, 이 문구는 '알렉산더 포프'라는 중세 영국의 시인이 지은 시의 어느 한 구절이다. '엘로이즈'와 '아벨라르'라는 남녀의 러브 스토리를 묘사하는 시다. 이 남녀는 실제로 유럽에서 아주 유명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이라 하는데 이는 소설이 아니라 '실화'바탕의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로 따지자면 뭐... 춘향전이나 공민왕과 노국공주? 뭐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22살의 나이차가 나는 사제지간이었다는데, 뭐 일단 설정부터가 평탄한 러브 스토리일 것 같진 않다. 많은 역경이 있었을 듯한데, 결과적으로는 아벨라르가 거세당하고, 남녀가 각각 수도승과 수녀가 되면서 그 이후에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들이 수도승과 수녀가 되어 편지로 주고받는 사랑의 모습을 시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의 내용은, 수녀가 된 '엘로이즈'가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수녀들에게 해주는 말이라고 한다. 뜨거운 사랑을 경험한 엘로이즈의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결한 마음'을 가진 이 소녀들이 '영원한 햇살'을 가진 것이다. 결국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무결한 마음'이라 함은 속세를 잊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고, '속세에 대한 망각이 바로 평안이다.'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감독은 이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무작정 떠난 바닷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남녀.
"오늘은 회사를 무단결근하고
'몬탁'행 열차를 탔다.
'이유'는 모른다...
난 기분파도 아닌데..."
잠에서 깨는 어느 남자의 모습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조엘'(짐 캐리)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뭔가 좀 우울해 보인다. 표정도 어둡고 말투도 침울하며 착 가라앉아 있다. 날씨도 굉장히 흐린데, 평소와 같이 출근을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조엘은 그날따라 이상하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싶다. 충동적인 사람도 아닌데, 회사를 결근하고 무작정 '몬탁'이라는 바다가 보이는 도시로 향한다.
"난 클레멘타인이에요."
"조엘입니다."
"이름 갖고 놀리기 없기.
아, 안 놀리시겠지. 괜찮은 분이시니까."
"그 이름으로 놀리는 거 몰라요."
"허클베리 하운드"
"그게 뭔지 몰라요."
"허클베리 하운드를?! 혹시 미쳤어요?"
"가끔 듣는 소리죠."
조엘은 결근하고 떠난 몬탁의 겨울해변에서 혼자 이것저것 하며 외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일정 부분이 찢어져 없는 조엘의 일기장이 보인다... 그렇게 무작정 바닷가로 떠난 조엘은 거기서 한 여자와 계속 마주치게 된다. 소심하고 숫기 없는 조엘과는 달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매우 적극적이다. 오렌지색 후드티에 머리는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겉모습에서도 활달하고 톡톡 튀는 그녀의 성격이 엿보인다. 조엘에게 먼저 다가와 말도 걸고, 장난도 치는 모습이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민요가 있는데... 같은 문화권이 아닌데도 다 아는 이 유명한 노래를 모른다는 조엘이 조금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둘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방금 들어왔어요."
"나 보고 싶어요?"
"네 이상하게 그러네요."
(클레멘타인의 웃음)"네라고 했죠?
그럼 우리 결혼한 거예요?
내일 밤은 빙판 위의 허니문?"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든다.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찰스 강'을 같이 보러 가고, 아주 즉흥적인 '클레멘타인'의 성격 덕분에, 조엘은 빙판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추억도 만든다.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 도착한 클레멘타인의 집 앞에서, 칫솔을 가지러 간 클레멘타인을 기다리는 조엘에게 어떤 남자가 말을 건다. '당신이 왜 여기 있냐는'... 이상한 투의 말을 심각하게 하는 남자...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하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
"클레멘타인이...
어떤 어린놈이랑 같이 있더라?...
게다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거야...
왜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조엘이 차 안에서 울고 있다. 뭔가 슬픈 일이 있었던 듯한데, 이야기는 두 사람의 설명을 다시 하기 시작한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오래 만난 연인처럼 보인다. 클레멘타인과 싸운 듯 보이는 조엘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그녀의 직장인 서점을 찾아가 선물을 주려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 싸워서 일부러 골탕 먹이려 그러는 것이라기보다... 진짜 모르는 눈치다.
'에이킨 부부'에게.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기억에서 지웠습니다.
둘의 관계를 언급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 라쿠나 사 -
혼란스러운 조엘에게 지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어떤 쪽지를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기억을 지워준다는 회사가 부부에게 당부하는 말이 적혀있다.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오래 만난 연인 사이인데, 클레멘타인이 자신을 기억에서 지워내려 했다는 사실에 조엘은 충격을 받는다. 그 회사에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같이 자신도 기억을 지워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 회사의 이름이 흥미로운데, '라쿠나'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잃어버린 조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다루는 '고통스러운 기억'은, 관계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잃어버린 마지막 조각'이 아닐까.
"제 이름은 '조엘 배리시',
'클레멘타인 크루진스키'를
지우러 왔습니다..."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사항들을 '하워드'(톰 윌킨슨) 박사와 상담하고,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이 담긴 물건들을 가져와 뇌의 지도를 만드는 등, 이렇게 그녀를 지우기 위한 과정들이 진행된다. 여기서 처음 장면에서 조엘의 일기장이 일정 부분 찢어져 있던 모습이 설명된다. '찢어진 일기'들은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내용들인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조엘이 자는 동안에 하워드 박사의 조수인 '스탠'(마크 러팔로)이 작업을 진행해, 조엘은 꿈을 꾸듯이 기억을 지워나갈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클레멘타인을 잊은 채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하워드 박사의 설명이다.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조엘.
"널 알고 싶어...
내가 언제 끝도 없이 떠들어?
사람이라면 서로 뭔가 나눠야지...
그렇게 친밀해지는 거야.
그런 말 하니까 짜증 나잖아!"
"샤워하고 비누에 묻은
머리카락 좀 치우고 살래?
너무... 더러워.
정말 너무... 역겨워."
이렇게 꿈속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최근 기억들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 꿈속에서의 장면 연출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현관문으로 나가는데 화장실이 된다거나, 주변 환경들이 파괴되어 간다거나 하는 장면들은 기억이 제거되어 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장면들이다. 가장 최근의 기억들부터 역순으로 제거작업이 이루어지는데, 클레멘타인과의 최근 기억은 너무 고통스럽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최근 기억들은, 식어가는 남녀의 슬픈 모습들을 보여준다.
"지금 죽어도 좋아 클렘.
난 그냥... 행복하네.
이렇게 행복한 적 처음이야..."
그렇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던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행복했던 순간들에 다다른다. 한때,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기억을 지운 후, 얼어붙은 찰스강에서의 추억도, 이전에 경험한 적 있는 두 사람이다. 결국 기억을 지우고도 두 사람은 똑같은 과정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패트릭'(일라이저 우드)이라는 남자가, 조엘의 기억들을 도둑질해서 클레멘타인에게 똑같은 상황으로 대시하지만, 이 상황들은 '조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결국 기억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서로를 직감적으로 알아보는 두 사람이다.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조엘.
"취소할래요... 신호 보낼게요.
무르고 싶어!...
들려요? 이거 하기 싫다고!
취소해줘요!..."
클레멘타인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마주한 조엘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며, 취소해 달라고 울부짖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기억 속 클레멘타인을 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럼 어쩔래? 말해 봐."
"모르지. 네가 먼저 날 지워놓고!
그래서 나도 시작한 거잖아."
"미안해...
나 충동적인 거 알잖아..."
"... 그래서 널 사랑해."
조엘은 기억 속에서 보이는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조엘은 지워져 가는 그녀를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도망을 치며, 무의식 속에 있던 클레멘타인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내가 너의 이런 점들을 사랑했었지...' 하는 생각들을 하는 모습들이다. 이렇게 둘은, 지워지는 기억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클레멘타인을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까지 도망가 숨게 된다.
"너무 창피해..."
"괜찮아... 어린아이였잖아."
"널 어릴 적에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어린 시절의 기억에 가서 숨어있게 된다. 아침이 되어 깨어나기 전까지 조엘은 어떻게든 클레멘타인을 기억 속에 남겨놓고 싶었다. 현실의 그녀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들까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생각해 보면 클레멘타인은 부끄러운 과거까지도 항상 조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조엘은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이런 모습들을 클레멘타인에게 처음 보여준다.
사라져 가는 클레멘타인.
"이번엔 다를 거야...
우리가 한 번 더 해보면..."
"날 기억해... 최선을 다해줘.
그럼 가능할지도 몰라..."
오류를 인지한 '스탠'은 '하워드'박사에게 연락하게 되고, 하워드 박사는 직접 조엘의 집을 방문해 작업을 이어나간다. 하워드 박사의 참여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은 다시 정상적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렇게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처음 만났던 기억들을 향해 나아간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재회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를 기억해내야만 한다...
"사람 갖고 놀지 말고 쟤한테 말해줘...
불쌍한 것...
'하워드'는 네가 가져.
'가졌었잖아'..."
조엘이 꿈을 꾸고 있는 한편, 밖에서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라쿠나'에서 근무하고 있던 '메리'(커스틴 던스트)는 충동적으로 짝사랑하고 있던 하워드에게 고백하는데,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된 하워드의 아내에 의해 진실이 밝혀진다. 메리는 과거에도 유부남인 하워드와 불륜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괴로운 상황을 잊으려 하워드와의 기억을 지운 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도 결국 조엘과 클레멘타인처럼 기억을 지운 상황에서도 똑같이 직감적으로 하워드를 알아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메리는 기억을 지우는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고, 기억을 지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에 이른다. 그 대상에는 조엘과 클레멘타인도 포함되겠지...
"내 이름 갖고 놀리지 말기."
"이거요?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허클베리 하운드' 말이죠?"
"네, 그거요."
어느덧 마지막 기억, 클레멘타인을 처음 만난 '몬탁 해변'에서의 기억이 비친다.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친밀감을 느낀다. 조엘은 곧 클레멘타인이 사라지는 것을 알지만, 그 기억에만 집중하고 싶다... 기억을 지우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몰랐던, 클레멘타인의 이름으로 연상되는 '이 민요'를, 이때의 조엘은 알고 있다...
"안녕 조엘..."
"사랑해..."
"몬탁에서 만나..."
클레멘타인을 만난 그날의 마지막, 이렇게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두 사람의 '첫 기억'이 두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워져 가는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말은 '몬탁'에서 만나자는 말... 조엘은 이 말을 기억해내야 했다... 아마 기억을 지운 클레멘타인 역시,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클레멘타인 또한, 결국은 조엘을 지워가며 후회했을 것이고 마지막에는 몬탁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
초반부의 조엘은, 이때부터의 조엘인 것이다. 이렇게 그는 중요한 무언가를 잊은 채로 하루를 시작한다.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말처럼, 조엘은 이끌리듯 몬탁해변으로 향하게 되고, 여기서 둘은 다시 만난다. 그렇게 둘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또다시, 몬탁에서 처음 만나, 얼어붙은 찰스 강에서 별을 보고, 함께 등산을 할 것이며, 싸우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이 남녀와 메리는,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했음에도, 사랑을 느끼게 되며 또다시 고통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상황들을 선택한다. 결국 '사랑'이라는 행위의 모습에서, '고통스러웠던 기억들' 역시, 그 사랑을 완전하게 하는 '일부분'이다. 테이프에 녹음된 자신들의 목소리들이 자신들의 나쁜 과거를 알려주고 있음에도,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함께하기를 선택한다. 두 사람에게 나쁜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원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니까.
"곧 거슬리게 될 거고
난 지루하고 답답해하겠죠.
나랑 있으면 그렇게 돼요."
"... 괜찮아요."
"...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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