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에드바르트 베르거
- 개봉일 : 2022.10.28
- 상영시간 : 147분
- 국내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 액션/전쟁/드라마
- 출연 : 펠릭스 카머러, 알브레히트 슈흐, 아론 힐머, 모리츠 클라우스 등
세 번이나 제작된, 전쟁 영화의 명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작품은 1929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라는 독일 작가에 의해 쓰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 본인이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전쟁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현실감이 돋보이는 명작으로 꼽힌다. 소설이 명작으로 꼽히기 때문에 영화화가 많이 진행되었는데, 이번 2022년에 공개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전 작품들은 1930년, 1979년에 각각 제작되었고 이 작품들도 잘 만들어진 수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도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부문을 석권하는 등, 주요 영화 행사에서 꼭 빠지지 않는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들이 궁금하다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95th Academy Awards)]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 전선'.
일단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제목을 눈여겨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이상이 없다'라는 말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러니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교착 상태에 빠진 전선'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가 맞닿은 '서부 전선'은 '끔찍한 참호전'으로 유명하다. 협상국들끼리의 협상도 지지부진해지고, 빠르게 진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은 땅을 파고 거기에 은엄폐하여 공격해 오는 적군에게 포격을 가하는 방식의 '참호전'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이런 전투양상은 소모적인 병력싸움으로 이어지고, 오랜 시간 이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실제로 현재에도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참호들이 보존되어있다고 한다. 당시 교착상태가 길었던 만큼, 간단한 방어시설로서의 참호가 아니라 거의 요새화 수준으로 복잡하고 거대하게 발전되었다고 한다. 이런 교착상태 속에서 죽어나간 어린 청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파울이 지급받은 '군복'.
"공격! 밖으로 나가!
돌격!"
전쟁터의 모습이 비치고, 작품은 '하인리히'라는 병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하인리히는 유약해 보이는 청년이다. 병사들은 참호밖으로 돌격하라는 상관의 지시에 떠밀려 참호밖으로 몸을 던지는데, 하인리히의 친구로 보이는 '한스'라는 청년도 참호 밖으로 몸을 내밀자마자 총에 맞고 참호로 굴러 떨어진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인리히도 상관에게 떠밀려 참호 밖으로 나와 포격을 피해 전진한다. 한 프랑스 병사를 야삽으로 내리치는 화면을 끝으로 하인리히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화면이 바뀌며 보이는 하인리히는 주검이 되어있다... 독일군들은 전사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사자의 군복들을 모두 벗겨 수거해 간다. 이 군복들은 세탁, 수선되어 또다시 신병들에게 배급되는 모습이다... 이 부분에서 아주 독특한 음악이 흐르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부분으로 상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음악은 텍스트로는 어떻게 표현이 안된다... 관악기의 소리 같기도 한 것이, 군대에서 나오는 나팔소리 같기도 하다. 저음으로 내리깔리는 나팔소리 같은 느낌인데, 이 음악이 아주 소름 끼치게 기분 나쁜 느낌을 준다. 작품 내내 주기적으로 이런 음악이 깔리는데, 작품의 분위기와 아주 잘 맞는 듯하다.
"전장에 나가자!
황제와 신과 조국을 위해!"
또다시 화면이 바뀌며 1917년, 1차 세계대전이 3년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이다. 학생인 '파울'(펠릭스 카머러)은 부모의 반대에도 친구들과 군중심리에 입대를 지원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어른들도 군에 입대해 조국을 위해 싸우는 행위를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선생으로 보이는 작자도 학생들에게 참전할 것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마치 큰 명예와 부귀라도 누리게 될 것처럼 어린 학생들을 세뇌, 현혹한다.
"이 친구한테는 너무 작았나 보군.
늘 있는 일이지..."
이렇게 파울을 포함한 친구 네 명은 독일군에 자원입대하게 된다. 당시 불리한 전세 때문에 학생들까지 현역으로 차출하는 모습이다. 군복을 입기는 너무 쉬웠으며, 군복을 배급받는 곳에서 파울에게 배급된 군복에 '하인리히 게르버'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주인이 있는 군복 아니냐며 물어보는 파울, 거기에 관련자는 늘 있는 일이라며, 이름표를 무심코 떼어내 바닥에 버린다. 바닥에는 이런 식의 수많은 이름표가 보인다... 모두 전사자들일 것이다. 그렇지... 이렇게 사람 죽어나가는 일이 전쟁에서는 '늘 있는 일'이겠지...
누군가의 '죽음'이 일상인 전쟁터.
"내가 상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야..."
파울과 친구들은 이렇게 신병이 되어 '서부 전선'에 투입된다. 군복을 처음 입어보는 이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이 행동하지만, 곧 알게 된다... 자신들이 와 있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더러운 참호구덩이에서 빗물을 퍼내고, 손에 감각이 없어질만한 추위를 이겨내야 하며, 첫날부터 방독면을 쓰고 행군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넨, 다쳤나?"
"아닙니다."
"그럼 '인식표' 수거해."
프랑스군의 공격으로, 야간에 같이 온 친구들과 참호 안의 '벙커'에 고립된 파울. 혼란에 빠져 입구를 찾아 나가던 병사 하나는 폭격으로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이런 상황에 폭격으로 인해 벙커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파울은 무너진 벙커 안에서 다음날 아침 눈을 뜬다. 벙커가 무너져 내렸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는 곧 전사자들의 '인식표'를 수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인식표를 수거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익숙한 안경이 보인다. 친구인 '루드비히'의 것으로 보이는데... 파울은 멀지 않은 곳에서 다리 한쪽을 잃은 루드비히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는 직접 친구의 인식표를 떼어낸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전쟁의 참상을 표현함에 있어서 '죽음'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전쟁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영웅'이랄지, 그런 사람들의 활약상 이런 것은 전혀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고,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그런 죽음들이 그저 '일상'처럼 보인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은 '지독한 허무함'만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이 전쟁의 참상을 더욱 비극적으로 그리는 방법인 것 같다. 독가스에 대비하는 것이 미숙해, 방독면을 일찍 벗어 몰살당하는 부대원들이라던지, 운 좋게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카친스키'도 주변 농장에서 거위를 훔치다가 농장주인의 아들에게 어이없이 총을 맞는다... 작품은 '파울'이라는 평범한 병사의 눈으로, 전쟁이라는 테마를 아주 냉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쟁무기들의 사실적인 고증.
실제 1차 세계대전은 보병이나 기병을 활용하던 구식 전술과 전차와도 같은 기계식 신무기들이 공존하던 '과도기'였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프랑스의 전차 '생샤몽'의 등장이 돋보이는데, 독일군 병사들은 처음 보는 이런 신무기 앞에 공포에 떨며 절규한다. 그리고 참호에 숨은 적군을 향해 잔혹하게 '화염방사기'를 사용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기본적으로 이런 전투장면에서의 현실성이 아주 돋보인다. 폭탄을 맞고 병사가 갑자기 없어진다던지, 폭발의 충격으로 날아간 시신의 일부가 높은 나무에 걸려있는 모습이라던지... 흡사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이 영화 내내 보인다고 보면 될 듯하다.
탁상공론에 희생당하는 병사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서명하시오."
작품에서는 이 체스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윗선들과 장기말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 병사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와 자존심 같은 것들 때문에, 휴전 협상을 인질로 놓고 협상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들이 이렇게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시간에도 전선에서는 병사들이 의미 없이 죽어나간다.
"집... 당신 부인...
약속해요... 약속..."
어느 날 교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프랑스 병사를 칼로 찔러 죽인 파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 프랑스 병사와 몸싸움 끝에 파울은 그를 칼로 수차례 찌른다. 이 병사가 숨쉬기 힘들어하며 헐떡이는 모습을 보는 파울은 공황상태에 빠지며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손수건을 물에 적셔 입에 짜주기도 하는 등 어쩔 줄 몰라한다. 이 프랑스 병사의 소지품을 살펴보던 파울은 이 남자가 평범한 인쇄공이었다가 징집되어 온 사실을 알게 된다. 학생이었던 자신이나, 구두공이었던 '카친스키' 와도 같이, 이 남자도 어느 집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평범한 사람이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평범한 어느 집의 아버지, 아들, 남편, 형제가 될 소중한 사람들을, 단지 적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죽여야 하는 곳이 바로 '전쟁터'다...
"난 시대를 너무 늦게 타고났어.
전쟁 없는 군인이 무슨 쓸모가 있나?"
이 프랑스 병사를 죽이고 난 후, 파울은 넋이 나간 채로 폐허가 된 전쟁터를 가로질러 귀환하는데, 이와 아주 대비되게 '프리드리히' 장군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그린다. 다른 장교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인데, 병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생활하는 반면,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는 모습이 아주 대비된다. 대화에서도 보이듯이 프리드리히 장군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전선에서 사선을 넘는 일반 병사들은 그저 자신들이 하는 게임 속의 장기 말에 불과하다.
"명예롭게요?...
제 아들은 전사했습니다.
그 아이의 '명예'는
어디 있습니까?..."
이 와중에 양국의 휴전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 있는데, '마티아스'라는 정치인이며, 이 인물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마티아스의 아들 역시, 전쟁에서 전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전쟁'이라는 행위에 '명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그는 후에 휴전을 이끌어 내는 데에 성공한다. 11월 11일 11시에 휴전협정의 발효되고, 그 이전까지는 전쟁 상황이다.
휴전 직전, '15분'.
"오전 11시 전에 저 평원을 장악하여
이 전쟁을 승리로 끝낼 것이다!"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11시가 되면 효력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일 때, 파울은 같이 입대했던 친구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았으며, 소중한 동료인 '카친스키'마저 떠나보낸 직후다... 전쟁 종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미치광이와도 같은 '프리드리히' 장군 때문에 병사들이 또다시 전쟁터로 내몰린다...
효력이 발생하는 11시까지 15분 정도가 남았을 시점에 독일군은 프랑스군을 기습한다. 파울은 한 프랑스 장교와 격투 끝에 휴전되기 직전에 숨어있던 다른 프랑스 병사에게 대검으로 등을 찔리는데, 이는 파울의 왼쪽 가슴을 관통하는 치명상을 입힌다. 그런데 작품의 초반에 '하인리히'라는 병사의 군복이 수선될 때에도 왼쪽 가슴 부분이 수선되었다... 이는 복선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인리히의 군복을 받아 전쟁에 참여한 파울 역시, 하인리히와 같은 최후를 맞게 된다. 이후에는 또다시 파울의 군복은 수거되어 왼쪽 가슴이 수선된 채, 다른 신병에게 주어지겠지...
"괜찮나, 병사?"
"네..."
"그렇다면 '인식표' 수거해..."
상황이 정리되고, 파울이 구해준 신병의 모습이 보인다. 교전 이후 항상 그래왔듯이, 상관 한 명이 신병에게 다가와 부상여부를 확인한 뒤, '인식표'를 수거할 것을 명령한다. 그는 인식표를 수거하던 중, 참호 벽에 기대어 숨을 거둔 파울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 신병 또한 파울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과정으로 전쟁에 고통받아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작품은 끝이 난다.
1914년 10월에 전쟁 발발 직후,
'서부 전선'의 전투 양상은
'참호전'으로 굳어졌다.
1918년 11월 종전 무렵,
전선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300만 명이 넘는
병사가 사망했으며, 대개는 고작
몇백 미터 땅을 차지하려는 전투에서였다.
'1차 세계 대전'에서
대략 17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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