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치킨집 여사장, '써니'.
"제 나이 아홉 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혈혈단신..."
"아... 무... 우리 집 무 맛있는데...
손님이 '무' 달라고 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고등학생인 은탁이 이모집에서 가출한 때, '알바 구함'이라는 전단지를 보고 무작정 아르바이트하러 들어간 치킨집의 사장님으로 '써니'가 처음 등장한다. 우선... 예쁘다. 도대체 치킨집에 왜 손님 없을까 싶을 정도로 예쁘다. 개연성에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뭐 어쨌든 이렇게 은탁은 알바면접을 보는데... 이 사장님, 뭔가 좀 이상하다. 은탁이와의 대화를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대화인가 싶다. 이렇게 그녀들은 자기 할 말만 하는 듯한 모습이다. 기묘한 면접(?)을 끝내고 이렇게 은탁이는 이 치킨집에서 알바로 일을 하게 된다.
"어디 가시게요?"
"그런 멘트는 '사장 전용'이야, 알바생.
넌 나 없을 때, 땡땡이치고 놀면 돼."
"에이, 사장님 안 계시다고
땡땡이치면 어떡해요, 알바생이.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해야죠~"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하면,
사장은 몰라, 알바생. 놀아..."
"아씨... 멋있어..."
은탁이는 의욕에 불타 없는 일도 찾아 만들어 가며 일하는데, 어찌 된 게 이 사장님은 장사에 마음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가게에서 지나가는 사람 수나 세고 있고... 외출을 할 때, 은탁에게 이런 멋진 말을 남긴다. 세상에 이런 사장님이 어디 있나 싶다. 이를 두고 '유니콘 사장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매력'과 '쿨내'가 진동을 한다. 무관심해 보이는 듯도 하지만, 은탁이가 가출해 오갈 데가 없는 상황에 치킨집에서 자는 것을 알고 챙겨주기도 하고, 은탁이의 이모가 가게로 찾아와 행패를 부릴 때, 기지를 발휘해 쫓아내기도 하는 등, 오지랖이 넓은 따뜻한 사람이다. 은탁이와 써니는 이후에도 일반적인 고용관계라기보다는 친한 언니, 동생의 사이로 보이며 사이가 쭉 이어진다.
"뭣이 궁금해서 왔는가?"
"그건 그쪽이 맞혀야 하는 거 아닌가?"
"뭣이 잘 안 풀리지?"
"잘 풀리면 여기 안 있지~
가게 앉아서 돈 세고 있지."
"망망대해에 띄워진 돛단배 같은 인생이네."
"그 배에 잘생긴 남자랑 둘이 있었으면 좋겠네."
"오, 보인다, 남자. 모자 쓴 남자 조심해,
'새~카만' 모자."
"그 모자 쓴 남자, 잘~ 생겼으면 좋겠네."
그렇게 은탁이에게 놀라고 하고 나온 곳이 '점집'이다... 점쟁이와 대화에서도 그녀의 '똘끼'(?)가 보인다. 무당과의 대화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만만찮은 기를 보면, 자리를 한번 펴보는 것도 괜찮을 듯... 뭐 어쨌든, 심심풀이로 온 듯한 점집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는데, 검은 모자를 쓴 남자를 조심하란다. 후에 이 점쟁이에게 한번 더 오는 장면이 있는데, '검은 모자를 쓴 남자'의 정체가 '저승사자'라는 말을 이 점쟁이에게 듣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상당히 용한' 무당이다. 이후, 그 '검은 모자를 쓴 남자'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검은 모자'를 쓴, '저승사자'.
"이게... 정체였구나...
근데... 여전히 모르겠다...
나한테 뭔 짓 했었죠, 전에?
지금은 하지 마요, 그게 뭐든."
"안 하겠습니다. 그냥... 들킬게요."
"뭔데요 당신 대체, 뭐냐고..."
"저는... '저승사자'입니다.
안 될 줄 알면서... 해피 엔딩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역시... '비극'이네요..."
모습을 감춘 채, 써니의 곁을 맴돌던 저승사자는, 써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옥반지'를 보다, 인기척을 듣고 놀라서 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써니가 돌아오기 전에 모자를 쓸지, 반지를 주울지 고민하던 저승사자는 모자를 쓰는 것을 택하고, 아마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써니가 본 것 같다. 이 전에 이미 자신의 전생에 오라버니였다고 주장하는 도깨비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써니는 사람이 아닌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해서 긴가민가한 상태다. 저승사자에게 돌려주었던 반지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고 그가 근처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녀는 다시 자리를 비우더니 이번에는 김신이 피운 복숭아꽃의 가지를 가져와 저승사자의 머리 쪽을 짐작해 휘두른다. 이렇게 저승사자의 '페도라'가 벗겨지며, 그의 정체가 써니에게 들킨다.
"모든 게 '오답'인 제가...
제발 이건 '정답'이길... 바랍니다.
저승사자의 '키스'는... '전생'을 기억나게 합니다.
당신의 전생에... 내가 무엇이었을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만 기억하길.
그 속에 당신 오빠의 기억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김신'이면, 좋겠습니다. "
'저승사자'의 '키스'는 전생을 기억나게 한다는 설정이다. 저승사자가 자신이 '왕여'였다는 사실을 알기 전, 써니는 김신에게서 김신의 누이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운 상태며, 왕여도 그녀의 전생을 계속 보게 되며, 그녀의 전생에서 자신이 무언가 크게 과오를 저지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에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그녀를 찾아오게 되고, 그녀와 입을 맞춘다. 이렇게 그녀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해 내게 된다.
고려의 '왕후', 써니의 '전생'.
써니의 전생에는 '김선'(아역 김소현)이라는 귀족여인이 있다. 무신이었던 그녀의 오라비 '김신'은, 선왕의 당부에 따라 누이와 왕여를 혼인시켜 어리고 약한 '왕여'(아역 김민재)를 지키고자 했다. 정략결혼이라고는 하나, 어릴 적 김선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왕여의 모습을 보면, 이 어린 남녀는 그 이전에 이미 서로 연모하고 있었다.
"미천한 것을 쥔 손아귀에는,
힘을 적당히 줘야 하는 법입니다.
소중해 꼭 쥐고 나면,
그 미천하고 소중한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손에..."
하지만 어릴 때부터 왕여의 옆에 있었던 '박중헌'이라는 간신은, 왕여를 허수아비로 세우고 자신이 권력을 휘두를 야심을 가지고 있다. 상장군이자 백성들의 신임을 받는 '김신'을 일부러 전쟁터로 내몰고 죽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김신은 번번이 살아 돌아온다. 이런 김신이 왕권에 위협이 된다 이간질하고, 왕후인 '김선'을 두고 왕여에게 이런 협박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왕여는 왕후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손아귀에 힘을 풀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 보인다. 후에는 이런 박중헌에게 세뇌되었는지, 결국에는 왕후와 김신을 믿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 자의 편에 서지 말라.
그게... 그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내 여인으로 살 것인지,
대역죄인의 누이로... 죽을 것인지..."
"폐하를 사랑하는 여인은...
대역죄인의 누이입니다..."
이렇게 왕여는 박중헌에게 조종당하며, 정말 '못난' 선택들을 한다. 김선은 끝내 이런 왕과 함께 하기를 거부하며, 김신과 함께 죽는 선택을 한다. 김신의 남매에게 왕여는 이토록 아픈 기억이다.
후에 저승사자는 인간의 생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적발되어 '징계'를 받게 되고, 그 징계라 함은 자신의 전생에서의 기억을 모두 되찾는 것. 그렇게 그는 전생에서의 아픈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때 보이는 왕후를 잃고 난 왕여의 모습은 참담하다. 결국 그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왕후의 옷가지를 품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광인이 되어버린다. 그가 어느 길거리에서 무심코 던져버린 왕후의 옥가락지를 '삼신'이 갖게 되는 장면이 보이고, 이 가락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 삼신에 의해 다시 저승사자와 써니에게 주어지게 된다. 이렇게 죄 많은 생을 살다 죽은 왕여는, 저승사자로 수백 년을 지내오게 된 것.
전생에 '남매'였던 '김신'과 '김선'.
"아침나절 내내 안보이셔서
이대로 오라버니 얼굴도 못 보고
시집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 할 것을...
못난 얼굴 뭐 이뻐서 보러 왔는지 모르겠다."
"오라버니께서 이리~ 귀히 여기시니
입궁하는 길이 아주 꽃길입니다."
"못 생긴 누이... 자주 보러 오셔야 합니다."
"전장을 떠도는 오라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겨라..."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매들의 대화는 똑같은가 보다. 시집가는 날에도 여동생을 놀리며 투닥거리는 김신이다. 결국 이렇게 입궁한 누이는, 김신의 주군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누이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 어리석은 왕을 지켰다.
"근데 '오라버니'.
'폐하'께서 진짜 저 못생겼다 하셨어요?"
"홍시, 꽃신, 비단... 고마웠어요...
이제 이 못 생긴 누이...
자주 보러 오셔야 합니다?"
저승사자와 입을 맞춘 후, 전생의 기억을 찾은 써니는 '김신'과도 상봉한다. 김신은 써니가 누이였던 것을 알고, 전생에 좋아했던 것들을 챙겨주고, ‘부의 신’인 도깨비의 능력으로 치킨집에 손님을 불러와 주는 등, 누이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억이 돌아온 누이를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왕여'와 '김선', 이들의 슬픈 결말.
"혹시... 당신의 전생 속에...
'나'도 있나요?..."
"잠깐, 내 눈을 좀 보시겠어요?...
행복으로 반짝거리던 순간들만 남기고...
힘들고 슬픈 순간들은 다... 잊어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리고... 나도 잊어요...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엔딩'이길..."
이렇게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써니는 혼란스러워한다. 왕여는 자신이 그녀의 전생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승사자의 능력을 사용한다. 그녀에게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것. 이렇게 왕여는 자신만 이 아픔을 안고 가려한다.
"행복했던 순간들만 남기라 해놓고
'당신'을 잊으라니... 순서가 안 맞지...
당신이 있는 모든 순간이...
슬프고 힘들었던 것조차 다,
그조차도 나는 다 좋았네요...
근데 난 어떻게...
이번 생에서조차 당신에게 반했지?
성안이 훤하셔서 그런가?...
진짜 헤어져요 우리... 이번 생에는 안 반할래...
내가 당신한테 줄 수 있는 '벌'이...
이것밖에 없어.
굿바이 폐하..."
9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중헌의 악귀 때문에 은탁과 써니가 위험한 가운데, 김신은 왕여에게, 전생에서 지키지 못한 김선을 지키라 말한다. 이렇게 왕여는 항상 써니의 근처를 배회하며 그녀를 지켜준다. 그러다 어느 날, 써니는 둘이 처음 만난 '육교'에서 자신이 기억을 잃지 않았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에게 마지막으로 옥가락지를 건네며 이별을 고한다. 사실 이들은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몇 번을 헤어지는지 모르겠다... 이후에, 어떤 계기로 인해, 김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의 기억이 사라지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이 때도 써니는 기억을 잃은 듯 살아가지만, 잠깐 마주쳐 대화를 나눈 왕여와 지나쳐가면서 '나도 반가웠어요... '김우빈'씨...'라고 말하며,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결국 그녀는 항상 모든 슬픈 기억을 잊은 적 없이, 안고 살아간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써니 씨가,
제가 인도하는 '마지막 망자'입니다. "
이후 써니는 이들을 떠나 잠적해 버리고, 수십 년이 지난다. 어느새, 왕여는 저승사자로서의 업무가 끝나가고, '마지막 망자'를 인도하게 되는데, 이 마지막 망자는 '써니'다. 극에서 인간의 생은 총 '네 번'이라는 설정이다. 써니는 세 번째 생을 살았고, 왕여는 다음 생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들은 이렇게 함께 찻집의 문을 열고 나간다.
도깨비의 눈에 보인, 다음 생의 '남과 여'.
그렇게 누이와 벗을 떠나보낸 도깨비는 그로부터 또 긴 세월을 쓸쓸하게 살아간다. 항상 그래왔듯이 소중한 사람들은 그보다 항상 먼저 떠나고, 또 새로운 생으로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김신은 어느 촬영장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한다... 어느 강력계 형사와 어느 여배우의 얼굴에서 '왕여'와 '김선'이 보인다. 다행히도 왕여는 다음 생이 남아 있었고, 그렇게 이들은 이어진 다음 생에서도 어김없이 사랑하게 된다. '만남은 짧고, 기다림은 길었던' 지난 생들과는 달리, 이번 생은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그런 모습일 것 같다.
"그날, 등불을 올리며 나는,
먼 생의 '나의 누이'와
먼 생의 '나의 주군'이
내세에서 다시 만나길,
다시 만난 그 생에서는 부디 행복하길...
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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