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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깨비]

드라마 [도깨비(Guardian)] -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by 애니그마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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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도깨비 신부 '지은탁'. [출처:구글]

 

 

 

 

어느 '마음 약한 신'의 변덕.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은탁의 엄마는 기적적으로 살게 된다. [출처:구글]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신'을 만났으니...
오늘 밤은
누가 죽는 걸 보는 게 싫어서 말이다."

 

오랜 타지생활을 마치고, 고향 땅에 돌아온 도깨비의 모습이 보인다. 빌딩 꼭대기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그에게는 세상 모든 인간들의 소리가 다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유독 귀에 꽂히는 말소리가 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죽어가는 어미의 간절한 기도다. 고향 땅에 돌아온 첫날부터 누군가가 죽는 것을 보기 싫었던 탓인지,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인지.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규칙을 깨고 그날, 도깨비는 한겨울에 꽃이 피게 하는 '기적'을 만든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이렇게 '도깨비 신부'가 태어난다. [출처:구글]

 

"눈과 피와...
꽃이라..."

 

한발 늦은 저승사자는 한겨울에 피어있는 꽃을 보게 되고, 저승사자는 업무상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되지만, 두 생명이 이렇게 목숨을 구하게 된다.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다.

 

 

 

아홉 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귀신'을 보는 은탁. [출처:구글]

 

8년이 지나고, 꼬마 은탁은 엄마(박희본)와 조용한 어촌에서 살고 있다. 은탁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하나 있었는데, '영혼'을 볼 수 있었다. 은탁의 생일, 집에 돌아와 엄마와 케이크의 촛불을 끄려는 찰나, 은탁은 엄마에게서 무언가를 느낀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엄마와 작별하는 은탁. [출처:구글]

 

"미안해, 엄마. 그런 거 봐서요.
근데... 그런 거 볼 수 있어서
이렇게 엄마도 볼 수 있는 거니까...
난 그냥 괜찮아요."

"그래... 이렇게 엄마 봐줘서...

고마워... 은탁아...
엄마 이제 가야 될 것 같아.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

 

이렇게 엄마는 은탁이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엄마와 작별하는 장면을 보면, 영혼을 보는 은탁이의 능력이 행운이었을지도. 이렇게 은탁이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말 그대로,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조실부모', '사고무탁'한 어린 시절이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삼신에게 은탁을 부탁하고 가는 엄마. [출처:구글]

 

"오다가다 우리 은탁이 좀...
들여다봐 주면 안 되나?"
"지랄한다. 네 딸년을 내가 왜?"
"치... 그냥 오다가다요.
'배추'도 남으면 좀 주고, '시금치'도 좀 주고."
"그러게 그때 같이 죽지.
뭐 하러 더 살아 가지고."
"못됐어... 할머니가 알려 줬잖아요.
간절히 빌라고..."

"그 말을 믿는 년이 다 있네..."
"그 말 믿은 덕에 좀 더 살다가요...
고마웠어요, 할머니.
인사하려고 왔지... 저... 가요..."

 

은탁이 엄마는 저승으로 가기 전, 삼신에게 은탁이를 부탁하고 간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 모녀의 사연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할 삼신이다. 애초에 죽었어야 할 이 모녀를 살린 것도 삼신이었다. 집을 나서는 은탁의 앞에 저승사자가 서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행방이 묘연한 '기타 누락자'인 은탁을 데려가려 하지만, 삼신이 이를 막아서고 저승사자에게서 은탁을 지켜준다. 그리고는 생일선물이라며 '배추'를 준다... (후에 '시금치'도 준다.) 부탁받은 대로 다 해주는 츤데레(?) 삼신이다. 이렇게 은탁은 이모네 집에서 고등학생 때까지 살게 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콩쥐나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 [출처:구글]

"아유~ 지 엄마 잡아먹고 태어난 날이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워서
그걸 챙기고 자빠졌어?
배운 게 없으니 창피한지도 모르지?"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이모~"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는데"

 

그로부터 또 10년이 지나고, 은탁의 생일날 아침, 고등학생이 된 은탁의 일상이 보인다. 엄마와 헤어지고 이모의 집에서 살고 있는 모습인데, 이 집 인간들... 말본새가 아주 예술이다. 은탁이가 10년을 얼마나 고생했을지가 훤히 보인다. 은탁이를 데리고 있는 이유부터가 엄마의 보험금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고, 은탁 모녀가 살던 집의 전세금도 빼앗은 듯하다. 생일날 아침부터 욕부터 들어먹는 은탁이이며, 학교에서도 귀신 본다고 소문이 난 모양이다. 어딜 가나 은탁은 항상 외톨이다. 혼자 어느 바닷가에서 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혼자 생일을 기념하는 짠한 순간에 도깨비가 나타난 거다.

 

 

 

 

도깨비의 신부, '지은탁'.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불도저가 따로 없다... 그게 매력인 듯. [출처:구글]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너도 있네... 너 진짜 뭐지?..."
"여기가 진짜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 뭘?"
"마음먹었어요, 제가."
"뭐, 뭘?..."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것 같거든요...
(배시시 웃으며) 사랑해요."

 

귀신들에게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는 걸 들으면서 살아서 그랬던 걸까. 귀신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저승사자도 아닌 김신의 모습을 보고 은탁은 그를 '도깨비'라고 추정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맞았다. 일반 사람은 따라오지 못할, 캐나다로 이동하는 김신도 그대로 따라오며, 김신을 소스라치게 만든다. 이런 장면들도 그렇고, 촛불로 도깨비를 소환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도깨비와 은탁은 무언가 통하는 점들이 많은 듯하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결의에 찬 듯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애교스럽게 웃는 모습은 은탁의 매력이 돋보이는 킬링포인트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거의 뭐... 도깨비를 상징한다고 봐도 되는 명장면. [출처:구글]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후에 웃긴 장면으로 재탕되기도 한다. [출처:구글]

 

은탁의 이모는 사채빚을 썼고, 결국 빚쟁이들이 집을 나온 은탁에게까지 찾아온다. 이들은 은탁을 납치하기까지 하는데, 이때 도와달라고 하는 은탁의 기도를 듣고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은탁을 구하러 오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모델워킹으로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걸어오는 장면은 도깨비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여담으로 도깨비에게서는 입김이 나지만, 산 자가 아닌 저승사자에게서는 입김이 나지 않게 디테일한 연출을 했다고 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이렇게 은탁은 도깨비, 저승사자와 한 집에 살게 된다. [출처:구글]

 

이후에는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사는 집에 은탁도 같이 동거를 하게 되는 이상한 조합이 완성된다. 도깨비와 은탁은 점점 사이가 깊어지는데, 은탁이 이렇게 위험에 처하는 모습들은 점점 잦아지기 시작한다. 도깨비에서의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설정은 '의미가 없는 생명은 없다'라는 명제인데, 도깨비가 '무'로 돌아가는 것을 망설이기 시작하자, 도깨비 신부인 은탁은 삶의 목적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소멸의 위험을 겪게 된다는 설정이다. 

 

 

 

'무'로 돌아가는 도깨비.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은탁에게 '비밀'을 폭로하는 '박중헌'. [출처:구글]


"내가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느냐?...
난... 그들의 '파국'을 원한다."

 

그런 와중에, 악귀인 박중헌이 은탁에게 찾아와 저승사자의 정체에 관해 폭로한다. 이 기분 나쁜 귀신의 진짜 목적은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파국'이다. 도깨비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을 수 있는 존재는 '도깨비 신부'인 은탁이 유일하며, 박중헌은 이를 이용하려는 생각이다. 은탁의 몸에 깃들어 직접 도깨비의 생을 끊어 놓으려는 계획이었던 것. 김신과 은탁은 이를 깨닫고 적절한 시기에 박중헌을 처단할 덫을 놓는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은탁의 몸에 깃든 박중헌을 쫓아내버리는 저승사자. [출처:구글]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이렇게 도깨비는 '무'로 돌아간다. [출처:구글]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

"나도...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은탁의 몸에 깃들어 김신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 그를 사라지게 하려는 박중헌의 모습이 보이는 찰나,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저승사자가 망자의 이름을 부르자, 망자는 저승사자에게로 이끌려가며 은탁의 몸에서 빠져나오고, 은탁의 손을 빌어 도깨비는 가슴에 박힌 검을 스스로 뽑아 박중헌을 베어 없앤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그 검은, 신의 계획에 따라 박중헌을 베기 위한 용도로 존재했던 것. 이렇게 김신은 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오랫동안 받아 온 신이 내린 벌을 끝내게 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김신이 사라지고, 오열하는 은탁. [출처:구글]

 

"기억해, 기억해야 돼...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 거야... '첫눈'으로 올 거야.
약속을 지킬 거야.

기억해, 기억해야 돼.
넌... 그 사람의... '신부'야."

 

이렇게 도깨비는 '무'로 돌아가며,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김신과의 기억들이 흩어져 가는 것을 느낀 은탁은, 처절하게 그와의 기억을 붙들려 노력하며 노트에 메모를 남긴다. 이 장면에서 은탁을 연기한 '김고은' 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다.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명작으로 남은 것은,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김고은 배우의 미친 듯이 무너지며 오열하는 장면은,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정말 실제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피 우는 순간을 연상케 한다. 보는 사람도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장면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공허함.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충격적인 점은, '먹는 무'가 되지 않았다는 것. [출처:구글]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무'로 돌아간 김신은, 신이 내린 벌에서 자유로워지며, 저승으로 가 평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승을 뒤돌아 보게 되고,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홀로 비로, 첫눈으로 은탁에게 남고 싶어 한다. 이렇게 그는 눈 덮인 사막을 홀로 걷는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피디가 되어있는 은탁. 그런데 뭔가 우울해 보인다. [출처:구글]

 

"나 왜 이래?...

뭐가 이렇게 슬픈 거야?..."

 

그로부터 9년이 지난다. 스무 살의 대학생이었던 은탁은 스물아홉이다. 고등학생 때 유일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던 친구인 '반장'(고보결)과는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 듯하며, 여전히 치킨집 사장 '써니'와도 각별한 듯하다. 그녀는 자신의 꿈이었던 라디오 피디가 되어있는 모습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김신'이라는 이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하다. 평범한 일상들이 비치는데, 그 속에서 은탁은 웃지를 않는다. 내내 우울해 보이는데, 스스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눈치다. '비'나 '눈'이 오면 알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힌다.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사는 사람처럼 뚜렷하지 않은 막연한 슬픔에 슬피 우는 모습도 보인다.

 

 

 

신이 덜 닫은 이승의 문, 돌아온 도깨비.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촛불을 불어 도깨비를 부르는 은탁. [출처:구글]

"무엇을 잊은 걸까요?...
누구를 잊은 걸까요?...
어떤 얼굴을 잊고, 무슨 약속을 잊어,
이렇게 깊이 모를 슬픔만 남은 걸까요?...
누가 저 좀... 아무나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도깨비와 신부의 '계약'은 유효했던 것일까. 슬픔에 잠겨 기도하는 은탁의 목소리를 도깨비는 듣게 되고, 촛불을 불어 끈 은탁 앞에 김신은 다시 나타나게 된다. 반가움에 은탁을 와락 껴안는 도깨비이지만, 은탁은 도깨비를 기억하지 못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재회하는 도깨비와 저승사자. [출처:구글]

 

"매우 상스러운 갓을 썼군, 여전히..."
"무로 돌아갔다고 소문 무성한 그 도깨비인가?"
"내 소문에 거품이 많아서."
"먼지나 바람이나 비로 흩어지는 게 아니었나 봐?...

물론...

'먹는 무'가 되지도 않았고."

왕여 와도 재회하는 김신이다. 그저 오랜 벗을 다시 보아 반가운 모습이다. 이상한 점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이 잊혔음에도 왕여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인데, 다음 장면에서 그 이유가 설명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김신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는 문을, 신은 완전히 닫아놓지 않았다. [출처:구글]

"근데 말이야... 난 왜 꼭,
그 '닫힌 세계'를 열 문을 발견한 것만 같지?

내가 덜 닫았나?..."

 

삼신과 신의 대화장면이 나오는데, 신도 마지막엔 결국, 이들의 사연을 안타까워해 왕여의 기억을 그대로 두고, 김신이 이승으로 돌아올 문을 완전히 닫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똑같은 장소. [출처:구글]

 

"혹시 저 따라오신 거예요?"
"그렇다면 잡혀갈까요?"
"어떻게 할까요?"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같이 다니다 보면 알지 않겠어요?"
"같이 다닐 이유 없는데요?"
"그... 저희 회사가 피디님 프로에 협찬도 했고,
그때 분명히 밥 사신다고..."
(손이 공손해진다.)"대표님, 캐나다 처음이시죠?
자, 그럼 이리로 가봅시다!"

 

이렇게 김신은 기억을 잃은 은탁의 주위를 맴도는데, 은탁은 김신을 보면 이유 모를 눈물이 난다. 처음에는 까칠하게 구는 은탁이지만, 알고 보니 가구회사 대표에다가 훤칠한 이 남자가 싫지는 않은 것 같다. 날씨를 바꿔버리며 한겨울에 꽃이 피게 하고, 광고 협찬을 해결해 주는 등, 은탁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 주며, 은탁이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만나도, 두 사람은 어김없이 가까워져 간다. 결정적으로 '캐나다'에서도 마주치는데, 9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은 그곳을 같이 여행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마침내, 기억을 찾는 은탁. [출처:구글]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디 있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디 있고."
"난 '있다'에 한 표."
"어느 쪽에 걸 건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슬픈 사랑."

 

이상한 익숙함, 이상하게 겹치는 동선과, 이상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들에 은탁은 혼란스러워하는데, 어느 분수 앞에서 빨간 단풍잎을 보고, 결국 예전 기억을 되찾는다. 이렇게 둘은 제대로 재회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프로포즈하는 도깨비. [출처:구글]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남자의 신부가 되어 줄래?"

 

이렇게 기억을 찾은 은탁은 김신에게 청혼을 받고,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결혼도 한다. 이제 이렇게 행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인간의 희생. [출처:구글]

"생각해 보니... '완벽한 하루'였다.
깨어나 보니 그 사람의 품 속이었고,
계란프라이도 완벽하게 해냈고,
만족스러운 생방송이었다.

그 모든 '완벽함'은...
나를 이 순간에 데려다 놓기 위함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늦지 말라고..."

 

그녀는 예기지 못한 사고를 당한다. 브레이크가 풀린 트럭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은탁이 막지 않으면 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을 학원차를 칠 상황이었는데, 은탁은 본능적으로 이를 막아 희생을 선택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본인... 맞으시죠?... [출처:구글]

 

"무인년 경신월 계해일 출생,
29세, 지은탁.

본인... 맞으시죠?..."

 

이렇게 그녀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녀의 옆으로 익숙한 얼굴이 한 명 보인다. 슬픈 얼굴을 한 왕여가 눈물을 흘리며 저승사자로서, 망자가 된 은탁을 인도한다. 그녀는 인간의 네 번째 생 중에 '첫 번째' 생이었다고 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얘가 오니 쟤가 간다... [출처:구글]

"이번엔... 내가 올게요.
내가 꼭... 당신 찾아갈게요.
다음 생에는, 꼭 생명 가득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을게요.
그렇게 해 달라고
저 위에 가서 제가 졸라 볼게요."

 

저승사자를 벗으로 둔 덕에, 김신은 은탁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게 된다. 9년을 기다려 만났는데, 또 이별이다. 은탁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며, 망각의 차를 마시지 않고 이번 생의 기억을 안고 간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또 다시 쓸쓸한 수호신의 삶을 사는 도깨비. [출처:구글]

 

이렇게 그는 인간들의 수호신으로 살며, 쓸쓸한 삶을 산다. 소중한 사람들은 그를 먼저 떠났으며, 여전히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는다. 유 씨 집안이 밑으로 몇 대가 더 내려가고, 누이인 김선과 저승사자 왕여도 그의 곁을 떠났으며, 그들이 다음생에서 만나는 것을 발견했을 무렵의 어느 날... 교복 입은 어느 여학생이 익숙한 그 언덕에서 김신을 내려다본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다시 만나는 도깨비와 신부. [출처:구글]

 

이렇게 은탁은 두 번째 생으로 김신을 찾아온다. 이들이 만나려면 생을 한번 정도는 건너줘야 한다... 지독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다시 만나는 그들이다. 두 번째 생을 사는 은탁이 김신을 찾아오며 약속을 지키는 장면을 끝으로 '도깨비'는 끝이 난다.

 

 

도깨비 지은탁(김고은)
'도깨비'의 마지막 장면. [출처:구글]

 

"아저씨... 나 누군지 알죠?"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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