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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1987'(1987 : When the Day Comes)] - 국민의 힘이, 세상을 바꿨던 그 해.

by 애니그마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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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영화 1987
'1987'(1987 : When the Day Comes)



 

1987년, 뜨거웠던 '그 해'.

영화 1987영화 1987
수많은 사람들.

1987년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약이 있었던 한 해다. 안타까운 학생들의 죽음이 결정적인 방아쇠가 되어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던 '군부세력'이 국민들의 손에 끌어내려지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다. 영화 '1987'은 이 시기, 암울했던 정치상황을 폭로하고 고발하려는 수많은 인사들의 처절한 투쟁사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누구 하나를 주인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소원했던 것처럼,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그만 행동들로 이 폭로의 불씨를 다음 주자에게 실어 나른다.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어느 소수의 사람들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성이 이런 모습들에서 잘 드러난다.

 

 

주요 정보

  • 감독 : 장준환
  • 개봉일 : 2017. 12. 27
  • 상영시간 : 129분
  • 누적관객수 : 약 723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드라마
  • 출연 : 김윤석, 김태리, 하정우, 유해진, 강동원, 박희순 등

 

 

어느 대학생의 죽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의사를-불러-고문하던-학생을-살펴보는-경찰들.고문실에-널브러진-소지품들.
이런 잔혹한 행위를 일삼고 있는 작자들이 '천국'에는 가고 싶은가보다.

 

1987년 1월 1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이미 사망했습니다..."


초조한 음악이 흐른다. 커튼으로 창문을 모두 가리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승합차 안에, 의사와 간호사가 타고 있다. 그들은 곧 서울 남영동에 위치한 어느 건물에 다다른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내과의사인 '오연상'은 어느 환자를 보게 된다. 발가벗겨진 청년은 이미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청년의 이름은 '박종철',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 청년이다.

 

영화 1987영화 1987
사건을 은폐하려는 박처원.

 

"보따리 하나 터진거 개지고
소란떨 거 있네?..."


이 사건을 보고받는 남영동 대공분실의 '박처원' 처장(김윤석)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신을 소각하여 사건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렇게 이 사건은 어느 '검사'에게 넘어간다.

 

 

마침내, 시작되는 '이어 달리기'.

영화 1987
'최환' 검사.

 

"죽은 지 여덟 시간도 안 됐는데,
아버지가 죽은 아들을 봤다? 못 봤다?...
못 봤네?..."

"부산 영도 경찰서에서 부친 동의서 받았습니다."
"이 양반아, 어떤 아버지가 서울대 다니는 아들,
시신도 확인도 안 하고 화장을 하라고 그러나?
구라를 쳐도 좀 적당히 쳐.
이게이게 지금 말이 돼, 이게?"

"대공업무입니다. 찍으십시오."
"이 새끼가 어디서 찍으라 마라야,
씨... 가져가, 이씨"

 

검사로서 '자존심' 때문인지, '정의감' 때문인지는 모르나, '최환' 검사(하정우)는 아주 뻣뻣하다. 죽은 지 8시간도 안된 아들을 어느 아버지가 확인도 하지 않고 화장하는데 동의하겠나.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매번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하다 보니 무감각해진 건지... 정말로 이런 일들이 계속 묵인되고 덮일 줄 알았을까?... 이렇게, 영화는 최환 검사의 모습을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작품은 아주 긴장감과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많은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을 아주 짜임새 있게 배치한다. 러닝 타임 내내 푹 빠져서 몰입하게 된다.

 

영화 1987영화 1987
이렇게 신문에 실리게 되는 사건.

 

"남영동에서 조사받던 서울대생이
사망했답니다..."

 


최 검사는 후배인 ‘이 검사’를 통해, 한 기자에게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흘린다. 기자는 충격적인 소식을 곧장 신문사에 알리고 이는 기사화된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는 보안사의 군인들에게 습격받고, 진실을 보도한 기자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후에도 언론들은 보도지침을 무시하며 이 사건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며 보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때의 언론들은 무언가 직업의식이랄까, 신념이 있다. 어찌 된 게... 언론은 이때보다 더 퇴보한 것 같다.

 

영화 1987영화 1987
'그 발언'.

 

"그 학생이 겁이 잔뜩 질려 가지고,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응?... 쓰러졌답니다."



1월 15일 오후 4시, 결국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 장면에서 경찰 관계자를 연기하는 '우현' 배우는 과거에 실제로 이한열 열사의 곁을 지키기도 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작품에서는 기득권층들을 풍자하는 역할을 충실히 연기했다. 어쨌든, 여기서 그 유명한, '그 발언'이 나온다. 정말 기가 막히는 기자회견이다. 책상을 치니 스물두 살의 청년이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었단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니 될 턱이 있나.

 

영화 1987영화 1987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윤상삼' 기자.

"바닥이... 물로 흥건했습니다.
욕조가 있었고요...

폐에선 수포음도 들렸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기자가 한 명 있는데, '윤상삼'(이희준)이라는 이름의 기자다. 그는 시신에 물기가 있었다는 오연상 의사의 말에, 물고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며, 단 둘이 이야기하려 화장실에서 몇 시간 동안 숨어 기다린다. 의사가 화장실에 왔을 때, 그는 이렇게 진실을 알게 된다. 박종철 학생은 고문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확실하다. 윤상삼 기자는 내내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결정적으로 사건에 관한 정보를 최환 검사에게 넘겨받기도 한다.

 

영화 1987영화 1987
가족들의 슬픔. [출처:구글]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철아..."


박종철 학생의 부검을 지켜본 삼촌은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경찰이 조카를 죽였다며 울부짖고,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재가 된 아들을 보내며 주저앉아 통곡한다. 이들이 왜 이런 아픔을 겪어야만 했을까.

 

 

'소시민'을 대변하는 인물, 대학생 '연희'.

영화 1987영화 1987
평범한 대학생 '연희'.

 

이러는 와중에, '연희'(김태리)라는 대학생의 일상이 비친다. 연희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 없이 그저 친구가 중요하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삼촌의 심부름으로 잡지에 적힌 정보들을 은신해 있는 유력 정치인인 '김정남'(설경구)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보인다. 평범한 대학생은 검열이나 단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나 보다. 교도관으로 근무하는 삼촌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운동권 인사들의 밀서를 김정남에게 전달해 주는 연락책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안전한 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당근(?)때문에 마지못해 이런 심부름들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삼촌이 연희는 영 못마땅한 눈치다. 그러던 그녀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 하나 생긴다.

 

영화 1987영화 1987
연희와 한열의 만남. [출처:구글]


친구와 미팅을 하러 나간 곳에서, 박종철 열사와 관련된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나고, 연희는 이런 상황에 휘말리게 되어버린다.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어떤 남학생의 손에 이끌려 숨게 되는데, 이 학생이 바로 '이한열'(강동원)이다. 이렇게 연희는 운동권 학생인 한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연희는 한열에게 이끌려 가게 된 만화동아리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울기도 하며, 시대에 저항하는 인사들의 행동들이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연락책으로서의 활동이 발각된 연희의 삼촌이 대공분실에 끌려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삼촌은 심한 고문을 당하게 된다.

 

영화 1987영화 1987
김윤석과 유해진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돋보이는 명장면.

 

"너래... '지옥'이... 뭔지 알간?
내 식구들이 죽어 나가는 판에...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거...
소래기 한 번 못지르는거...
고거이 바로 '지옥'이야."


고문받는 삼촌의 방으로 박처원 처장이 들어온다. 그는 삼촌과 마주 앉아,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에게 가족들을 모두 잃은 슬픈 과거가 있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박처원이 어릴 적 형처럼 따랐던, 아버지가 거두어 키운 사람이 공산주의자가 되어 박처원의 일가족을 몰살시켰다. 그가 반공주의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가 이 장면에서 설명이 된다. 물론 그의 수많은 악행들은 정당화되어선 안 되겠지만, 그 역시도 시대가 낳은 괴물이자 희생양이다. 자신의 가족사진 위에 연희와 가족들의 사진을 얹으며, 삼촌에게 견딜 수 없는 협박을 하는 이 장면들은 영화 1987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겁에 질려 절규하는 유해진 배우와, 광기와 슬픔에 휩싸인 김윤석 배우의 모습은 관객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영화 1987
연희를 찾아오는 한열.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왜 그렇게 다들 잘났어?..."


어느 날, 연희네 집에 한열이 찾아온다. 포섭하러 왔다느니 너스레를 떠는데, 연희는 붙잡혀 간 삼촌도 그렇고, 좋아하는 남학생도 그렇고... 도무지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라는 평범한 '일반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연희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고, 꿈꾸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그렇게 한열에게 걱정 섞인 말을 한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죽음, '이한열'.

영화 1987영화 1987
시위의 선두에 선 한열.

"호헌철폐!, 독재타도!
고문살인, 자행하는,
군부독재, 몰아내자!"



시위 현장이 보인다. 한열은 그 무리의 선두에 서 있다. 부상당한 친구를 옮기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진행된다. 전경들은 비무장한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사람을 향해 직격으로 쏘아선 안 되는 최루탄도 마구 쏘아댄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에 있던 한열은, 직격으로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피투성이가 되며 쓰러진다.

 

영화 1987영화 1987
실제 이한열 열사의 사진과 영화 속 이한열 열사.

이렇게 '이한열'이라는 아까운 청년이 군부정권의 손에 안타깝게 희생당한다. 작품에서는 실제 기록으로 남겨진 이한열 열사의 복장과 피격 당시의 상황들을 똑같이 고증해 내기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6월 민주항쟁, 마지막 주자는 '연희'.

영화 1987영화 1987
한열의 소식을 듣게 된 연희.


연희는 곧 신문에 실린 한열의 소식을 보게 되고, 울면서 거리로 뛰어나간다. 소중한 사람들의 희생은 마침내 그녀를 각성하게 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들을 보여주며 달려온 작품은, 이 긴 이어달리기의 마지막 주자를 '연희'로 정한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의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희로 대변되는 우리 일반 민중들에게서 나온다. 버스 위에 올라선 연희의 앞으로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민중들이 보인다. '6월 민주항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1987영화 1987
작품의 마지막 장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이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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