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길 정거
- 개봉일 : 2004.10.29
- 상영시간 : 96분
- 누적관객수 : 약 102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판타지/로맨스/멜로/코미디/드라마
- 출연 : 폴 니콜스, 제니퍼 러브 휴이트, 톰 윌킨슨, 루시 데이븐포트 등
연인과의 시간이 '하루' 남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남은 시간이 '하루'라면, 그 짧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공상이다. 누군가는 운명을 바꾸려 여러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거나, 먹고 싶었던 것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하나만 꼭 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진심'을 알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지 않을까. 작품은 이런 공상을 소재로 한 판타지물이다. 후회스러운 과거에서, '하루'라는 시간이 다시 주어진 남자는 연인과의 시간에서 깊이 깨닫는 바가 있게 되고, 작품은 이런 모습들로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었던 남자.
평범한 커플의 모습이 보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함께 살고 있는 '이안'(폴 니콜스)과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아침이다. 사만다는 이안을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워커홀릭인 이안은 시간이 도통 나지 않는가 보다. 흠... 그런 자리를 피하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고. 어쨌든, 오늘은 이안에게 중요한 '투자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이안의 머릿속은 중요한 발표에 관한 것뿐인 것 같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이런 무심한 모습에도 사만다는 아침을 차려주려다 손이 데고 만다. 얼음찜질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 이안은 사만다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이 바쁘고 현실에 치여 살다 보니, 조금 소홀해졌을 뿐.
"저녁엔 3년 동안 준비한
내 연주회가 있잖아..."
"죽여줘... 그걸 잊어버리다니...
치매에 걸렸나 봐."
"... 미팅 잘하고 와, 못할 리 없겠지만."
"미안해..."
급하게 둘은 집을 나서면서 저녁 약속을 잡던 중, 이안은 큰 실수를 한다. 3년 동안 준비해 온 사만다의 연주회가 오늘 저녁이었는데, 그 중요한 걸 깜빡한 것. 기분이 상한 듯한 사만다는 옷도 더럽혀지고... 이안은 회사로 가는 길에 시계도 깨 먹고...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거기다 사만다는 이안이 발표할 때 쓸 중요한 서류를 두고 간 것을 보고 발표장에 난입한다. 하지만... 그건 복사본이다. 이렇게 이안도 사만다 때문에 발표를 망쳤다고 생각하게 되고, 감정이 상한다.
"두 번 다시 못 만난다면?...
감당이 되겠소?"
"아뇨... 전 못살아요."
"그럼 답이 나왔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쇼.
계산 없이 사랑하고."
"더 가야 되는데..."
"빈 손으로 가서야 쓰나?"
이안은 퇴근 후 사만다를 만나러 가는 길, 택시에서 '이상한 기사님'을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서 충고를 듣게 된다. 꽃도 하나 사서 사만다를 만나러 연주회에 가지만, 이안은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은가 보다. 사만다가 아끼는 제자를 대하는 태도도 건성이고, 연주회가 끝나고 사만다와의 저녁식사에서도 말실수를 연발한다.
"그래서 결론은...
계속 '버텨보겠다고'. 됐지?"
"난... '버티고' 싶지 않아.
나쁜 의도가 아닌 건 아는데,
자기한테 있어서 난 만년 2순위잖아.
다 제치고 우리만 생각한 적 없지.
난 사랑받고 싶어."
진심이 아닌 걸 알지만, 사만다는 이안의 말에서 크게 상처받게 되고 울면서 레스토랑을 나간다. 사만다는 이안을 뿌리치고 택시에 타는데, 택시기사가 아까 그 사람이다? 알 수 없는 기사의 표정이 보이고, 사만다는 더 이상 이안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안은 택시를 탈 수 있었지만 사만다를 혼자 보내는데...
이안의 눈앞에서 사만다가 탄 택시가 사고를 당하고, 이렇게 사만다는 세상을 떠난다. 이안은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안은 생전에 자신을 생각하며 써놓은 사만다의 자작곡 악보와 일기를 보게 되고, 그것들을 껴안고 울다 지쳐 잠이 든다.
후회로 가득한 '그날'을 다시 살게 되는 남자.
이안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사만다의 목소리? 그녀는 분명 죽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깬 이안의 앞에 사만다가 멀쩡히 살아있다. 의아한 상황인데... 곧 이안이 깨달은 건 어제의 일들이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상황이 조금 달라지더라도 사만다는 결국 어제와 똑같은 말을 하고, 손을 데고, 옷을 더럽힌다. 물론 오늘 저녁에는 연주회도 있을 것이었다.
이쯤 되자 이안은 불안해진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분명히 어제와 똑같이 사만다는 사고를 당할 것이다. 이안은 운명을 바꿔보기로 마음먹는다. 이렇게 이안은 사만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제와 똑같이 택시기사를 만난다.
"택시를 안 탄다면?
데리고 런던을 떠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하나 있죠.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쇼.
계산 없이 사랑하고.
서두르쇼, 시간이 별로 없소."
이안은 이렇게 사만다를 만나러 가고, 그녀를 데리고 무작정 런던을 떠난다. 도망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안은 이렇게 사만다와 예정에 없던 여행을 하며,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전에 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만다와 진심을 공유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게 이안과 사만다는 한 오두막 안에서 비를 피하게 되는데, 벽난로에 불을 피우던 이안은 어제와 같이 '시계'를 깨뜨린다. 사만다를 등진 이안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흐르고 그는 결국 깨닫는다.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연인에게 '최고의 하루'를.
"하루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
"뻔한 걸 뭘 물어? 정답은 하난데.
자기하고 보내야지."
"다른 건?"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진정 '한 마음'이 되는 거야.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내 소망처럼 그렇게 된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계산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감정에 충실한 사만다를 보며, 이안은 느끼는 바가 많다. 이렇게 이안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사만다와의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신사숙녀 여러분!
마지막 순서까지 모두 끝났지만,
'특별공연'을 선보일까 합니다...
사만다?..."
이안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만다가 관람차를 탈 수 있게 옆을 지켜주고, 어제의 엉망이었던 저녁식사와는 달리, 팔찌를 선물하는 등, 사만다에게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연주회가 끝난 이후, 미리 단원들과 준비한 '사만다만의 무대'를 선물한 장면이다. 사만다는 재능이 있음에도 가수의 꿈을 미루는 중이었고, 이안은 그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 쓴 곡의 악보를 복사해 단원들에게 미리 나눠주고 '특별공연'을 준비한다. 여기서 사만다 역을 연기한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부른 곡이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이라는 유명한 곡이다. 너무 잘 부른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배우와 가수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말해야 하니까 꼭 들어줘.
첫눈에 사랑하게 됐지만,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어.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이렇게 택시에 타기 직전,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이안은 사만다에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만다는 '도대체 이 남자가 오늘 왜 이러나...' 싶었을 거다. 하지만 이안의 말을 들은 사만다는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택시가 잡히고, 어제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택시기사가 이안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안은 긴장된 표정으로 사만다와 택시에 같이 탄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안은 이미 다 알고 있었어...
죽음까지..."
이안은 그렇게 사만다를 지켜내고 세상을 떠난다. 사만다는 이안의 행동들에서 그가 이미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며 오열한다. 그녀는 이안을 기억하며 그와 함께 했던 장소들을 혼자 방문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안은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후회스럽게 떠나보내고, 그녀를 지킬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으니까. 현실에서는 첫날에서의 이안과도 같이, 평생 후회할 행동들을 하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제야 뒤늦은 후회를 할 테니까. 많은 날이 남아있다고 생각되겠지만, 이런 후회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작품은 이안을 생각하며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만다를 비추며 끝이 난다.
Oh, and now I face the years.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The way you loved me
그대가 날 사랑한 만큼
Vanished all the tears
나 이제 눈물을 거둘게요
Jennifer Love Hewitt의
'Take My Heart Back' 마지막 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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