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을 운영하는 '동석'.
'옥동'(김혜자)의 아들인 '동석'(이병헌)은 트럭으로 만물상을 운영하면서 산다. 특별히 거처도 없고 트럭 안에서 먹고 자면서 제주를 떠돌아다니는데, 어머니인 옥동을 대하는 모습이 아주 쌀쌀맞다.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동석 역시 참 사연이 많은 인물인데, 어릴 적에 아버지와 누나를 바다에 묻었다. 거기다 어머니인 옥동은, 아버지의 친구에게 팔려가듯 재가를 한다. 그렇게 생긴 의붓형제들에게 매일 구타를 당했고 이런 동석을 옥동은 못 본 체했다... 참다못한 동석은 그 새아버지 집에서 도둑질을 해 서울로 상경하는데, 하는 일마다 뭐가 잘 안 풀린다.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은 제주... 그렇게 그는 제주를 떠돌며 살아가고 있다.
위태로워 보이는 '선아'.
'선아'(신민아)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부모님이 헤어졌고, 어린 선아는 같이 살던 엄마에게서 버려지고, 아빠와 같이 살게 되는데, 선아와 어떻게든 잘 살아내 보려던 노력에도, 아빠는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 그렇게 오게 된 아버지의 고향 제주, 아빠는 선아를 남겨놓고 스스로 삶을 놓았고... 그때부터 선아는 마음이 고장 났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 취직했고, 입사 동기와 연애 끝에 결혼을 해서 아들도 하나 낳았지만, 심각한 우울증 때문에 결혼 생활에도 실패했다. 전남편에게는 미련이 없어 보이지만, 위태로운 선아에게 아들 '열이'는 삶의 마지막 희망 같았는데... 아이도 시댁에 빼앗길 위기다.
제주로 내려온 선아.
"너 나 몰라?"
"알아..."
"어~ 알아? 아는데
안녕하세요, 잘 있었냐
인사도 안 해, 싸가지야?"
선아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열이'의 양육권을 빼앗길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마음이었는지 제주로 향한다. 시종일관 멍하게 넋이 나가있다. 차를 몰고 배에서 내려 어디론가 가던 도중, 차가 멈춰버린다. 도움을 청하려 지나가는 차를 잡던 중, 지나가던 동석이 이를 발견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 대하는 듯한 선아의 말투에 동석이 마음이 상한 듯하다. 이 남녀는 이미 아는 사이다.
회상 장면을 보면 과거에 동석이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을 무렵, 동석은 대리운전기사로 선아를 만난다. 여기서도 동석과 선아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함께 바다도 보러 간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선아도 동석에게 호감이 있었으니 따라갔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상황인데... 선아에게 동석이 입을 맞추자 분위기가 아주 차가워진다.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로 헤어졌는데, 한참 뒤에 제주에서 다시 마주친 것.
그런데 동석은 도로 위에 선아를 그냥 두고 갈 만큼 매정한 놈이 못된다. 차의 상태를 봐주고, 퉁명스럽게 근처 주유소까지 알려준다. 그리곤 씩씩 거리면서 또 자기 갈길 간다... 흑역사를 선물한 여자와의 재회가 불편했던 건지... 얼이 빠진 슬픈 표정의 선아가 신경 쓰여서인지... 동석은 이 날 계속 짜증이 나 있다...
다음 날 아침, 트럭에서 잠을 깬 동석이 머리에 새집을 짓고 트럭에서 내린다. (이 장면에서 이병헌 배우의 생활 연기는 진짜 대박이다...) 웅성웅성 뭔가 시끄러운데, 어떤 여자가 바다에 뛰어든 것 같다... 아들의 양육권 소송에서 아들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선아가 제주로 내려온 이유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삶을 마감하기 위해서였다...
동석과 선아의 어린 시절.
선아가 아빠를 따라 제주로 내려와 있던 시절, 동석(아역 류해준)과 선아(아역 김아송)는 같은 동네에 살았다. 정 붙일 곳 없는 외로운 두 아이들이 도피처로 선택한 것은 '오락실'이었고, 동석은 처음부터 선아를 좋아하는 눈치다. 동석은 항상 선아를 챙겼고, 이런 동석의 호의가 선아도 싫지 않은 듯하다. 어릴 때부터 상처가 많은 동석과 선아는 그 시절 유일하게 서로에게 의지할 곳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석의 동급생이 선아에게 몹쓸 짓을 하려던 것을 동석이 목격하게 되고... 이제까지 의붓 형제들의 부당한 취급이나 구타에도 어머니 때문에 참아왔던 동석은, 결정적으로 여기서 분노가 폭발한다. 그 친구 놈과 의붓형제들까지 죽일 듯이 패버린다.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동석을 깡패라고 하는 선아에게 또 한 번 상처받고... 동석의 첫사랑은 이렇게 아프게 끝났다. 그날 이후, 선아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서울로 올라가고, 동석도 새아버지의 패물을 훔쳐 상경했다.
선아가 신경 쓰이는 동석.
바다에 뛰어든 선아를 본 동석은 모른 체할 수가 없다. 구조 전화를 걸어 선아를 살리고, 응급실 앞을 서성이는 동석. 퇴원 후에도 숙소도 잡아주고... 어지간히 신경 쓰이나 보다. 숙소에서 선아가 갑자기 사라지자, 혹시 또 어디 가서 죽으려 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다.
"이제는 엉망진창이 된 기억이지만...
그때 나한테도 오빠밖에 없었어...
사랑도 했고."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고, 옛날에 제주에서 살던 집에 가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석을 자꾸 헷갈리게 하는 선아에게 동석은 화가 난 듯하고 옛날 얘기들이 나온다... 동석에게도 선아가 첫사랑이었지만, 알고 보니 선아에게도 동석이 첫사랑이었다. 둘의 묵은 오해가 이렇게 풀린다.
"이런 얘기를
이렇게 편하게 말할 날이 오네?
오빠라서 그런가?..."
동석과 선아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무한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서로에게는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줬던 것처럼, 한참이 지난 후에 만나도 둘은 서로에게 속 깊은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인 듯하다. 선아는 옛날 제주에 있을 때 살던 집을 고칠 생각인가 보다. 소송에서 이기면 열이를 데려와 같이 살 생각인 것 같고, 이 집을 수리하고 꾸미는 일을 동석이 돕기 시작한다.
서로에게서 치유받는 남녀.
"나중에도 사는 게 답답하면...
뒤를 봐, 뒤를."
동석은 집 수리하는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돕는다. 의미 없이 무료해 보였던 동석의 일상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 선아도 동석과 함께 하면서 무언가 깨닫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육지로 나가는 배 안에서 동석과 선아의 대화가 인상적인데, 선아는 앞만 보면서 지루한 파도만 보고 멀미를 느끼고 있다. 동석은 뒤를 보라 이야기하고, 뒤돌아 선 그곳엔 제주도의 아름다운 전경이 보인다. 멀미가 날 만큼 앞만 보며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선아에게, '뒤를 보는 지혜'를 알려주는 동석이다.
소송 준비를 하는 선아를 동석은 항상 옆에서 돕는다. 서울까지 데려다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선아가 아들 열이와 함께 하는 모습도 본다.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던 선아가 아들 앞에서는 이런 표정을 짓기도 한다...
슬퍼'만' 하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어쩌다간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이 에피소드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들은 선아가 앓고 있는 '우울증'의 증상들을 표현하는 장면들이다. 선아의 시점으로 아주 잠깐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는데, 곧 밤이 되어버린 모습이라던지, 증상이 나타날 때 주위의 모든 것들이 깜깜해지는 모습 같은 것들...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증상들이다...
결국 선아는 양육권 소송에서 지게 된다. 이때 선아는 세상을 모두 잃은 사람처럼 슬퍼하는데, 동석은 이런 선아의 옆에서 항상 필요한 말들을 해준다. 선아를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슬퍼하지 말란 말보다는 슬퍼하기도 하고, 때론 행복하기도 하란 말이 참 인상적이다. 마음이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이렇게 동석과 선아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이가 되어간다. 첫사랑이 멀리도 돌아서 천천히 이루어지는 셈. 이런 와중에 선아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서울에 남아서 직장에 들어가 일도 다시 시작하고, 열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는 것. 동석에게는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기특한 생각이다... 이렇게 제주에 있는 집에는 동석이 머물게 되고, 선아는 동석을 보러 제주를 내려가는 장거리 연애(?)의 형태가 된다.
"엄마한테는 언제나...
열이가 반짝반짝 빛이야."
이후 선아의 일상에는 변화가 있다. 증세가 나타나 깜깜한 어둠에 갇혀도, 공포에서 벗어나는 요령이 생긴 듯하다. 동석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녹음된 동석의 목소리를 듣고 어둠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선아는 이제 슬퍼만 하지 않는다. 때로는 행복하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제주도에 있는 선아의 집은 동석이 예쁘게 리모델링 중이다. 선아를 다시 만나고 동석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선아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생긴 모습이다. '정준'(김우빈)과 함께 집을 페인트칠하면서, 동석은 정준과 이런 대화를 나누며 웃음 짓는다.
"근데 걜 기다린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뭔가 몽글몽글하면서
기분이... 괜찮아,
안 나빠, 이상하게..."
"형, 그게 있잖아요...
'사랑'이라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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