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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 '짐 캐리'의 웃음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

by 애니그마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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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The Truman Show) [출처:구글]

 

 

  • 감독 : 피터 위어
  • 개봉일 : 1998.10.24
  • 상영시간 : 102분
  • 누적관객수 : 약 30만 명 (당시 서울 관객수)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코미디/드라마
  • 출연 : 짐 캐리, 로라 리니, 에드 해리스, 노아 엠머리히

 

 

전 세계에 중계되는 '트루먼 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인 세트장이 아닐까?' 하는 공상. 영화 '트루먼 쇼'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트루먼 쇼는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많은 화제가 된 작품이며, 지금까지도 풍자와 은유를 머금은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작품이다. 소재 자체가 매우 기발하기도 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다소 소름 끼치고 충격적일 수 있는 소재에, 익살스러운 '짐 캐리'라는 배우의 웃음이 입혀진 것은, 작품의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최고의 연출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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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가 진행되는 세트장과 책임자 '크리스토프' [출처:구글]

"비록 틀에 갇힌 작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트루먼은 '가짜'가 아닙니다.
각본도, 큐사인도 없죠.
가공이 아닌 실제 인물의...
'진짜' 인생입니다."


'씨 헤이븐'이라는 초거대 세트장. 트루먼 쇼가 진행되는 배경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인터뷰 장면이 비치는데, 시작부터 트루먼 쇼의 책임자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다. '트루먼 버뱅크'라는 서른 살의 남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쇼의 주인공이다. 본인은 모르는 상태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른 살이 되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그는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트루먼 쇼의 통제 아래,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평범한 듯 살아간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연출된 '가짜'들이다. 심지어는 가장 친한 친구나 아내, 어머니도 이 거대한 쇼프로그램에 고용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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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의 사생활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출처:구글]

 

 

'말론'과 '메릴', 그럴듯한 포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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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과 '말론'. [출처:구글]

"제 인생엔 공과 사가 따로 없어요.
한 마디로 트루먼 쇼가 제 삶이죠."


"우리 쇼는 모두 '진짜'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거짓도 없죠.
단지 약간의 '통제'만 있을 뿐이죠."


트루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말론'과, 아내인 '메릴'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처음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들은 트루먼 쇼에 고용된 배우들인데, 처음에 이렇게 말한 것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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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장면. [출처:구글]

트루먼 쇼는 '진짜'라고 말하던 이 사람들은 카메라가 비추는 트루먼과의 장면들에서 뜬금없이 '간접광고'를 연상시키는 행동들을 한다. 트루먼의 고민을 들어주는 듯하면서 맥주상표가 화면에 잘 보이게 포즈를 취한다던지, 부부싸움을 하다 말고 코코아 산지에 대해서 랩을 하듯 읊는다던지... 하는 장면들은 매우 기괴하고 소름 끼친다. 도대체 이들이 하는 행동들의 어느 부분에 '진짜'가 있다는 것일까. 이런 장면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습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 보이는 타인들을 의식하는 인간의 모습이랄까.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의 행동은 아주 많이 달라질 테니까. 작품은 이런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 메릴과 말론의 모습으로 말하고 싶은 바가 있는 듯하다.

 

'의심'하는 순간, 보이는 것들.

이렇게 완벽하게 통제된, 평온한 삶을 사는 듯한 트루먼에게 결정적으로 '물음표'를 가지게 한 사람이 있다.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트루먼의 아내가 된 '메릴'이 아닌, 트루먼이 진짜 관심을 가졌던 '단역'의 배우가 있는데, '실비아'라는 여자다. 그녀는 트루먼에게 이 세계가 '가짜'라고, 진짜 세계로 나와 '피지'섬으로 자신을 찾아오라 말하고, 다른 배우들에게 끌려나간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에게 다른 색의 알약을 내미는 '모피어스'와 같은 느낌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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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에게 '물음표'를 준 '실비아'. [출처:구글]

이 사건을 시작으로 트루먼은 씨헤이븐 밖의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 생기고, 자신이 속한 이 시스템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약간의 방송사고들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훌륭하게 짜인 시스템이라고 보였던 씨헤이븐은, 트루먼이 '의문'을 가진 이후부터 너무 조잡하고 허술한 세계라는 것이 들통나기 시작한다. 원래 그가 보여주었던 틀에 짜인듯한 행동방식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돌발적인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장소로 가면 어김없이 방송사고가 나고, 트루먼 쇼의 민낯이 보인다. '시리우스'라고 적힌 조명이 세트장 천장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이런 씨헤이븐의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복선과도 같다. 이 세계에서는 별빛마저도 가짜다... 출근길에 돌발적으로 들어간 다른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스텝들의 대기장소였고, 이를 황급하게 가리는 장면들이나, 죽었던 트루먼의 아버지가 길거리에 나타나는 장면들은 이 세계의 '허술함'이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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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갖자, 보이는 것들. [출처:구글]

 

 

개인의 '자유의지'가 통제받을 수 있는가.

트루먼 쇼의 책임자 크리스토프는 내내 트루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를 가장 오래 관찰하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가지는 자신감이겠지만, 이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며 '오만'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타인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며 신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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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을 통제하려는 노력들 [출처:구글]

"떠나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언제든 그럴 수 있어.
본인이 필사적으로 '진실'을 캐낸다면
막을 방도가 없지."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씨헤이븐이라는 새장에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말하고 자신이 창조주인 세계의 무결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트루먼이 원하면 언제든 이 새장을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트루먼에게 하는 행위들을 보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를 잃는 트라우마를 만들어 트루먼이 섬 밖을 나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고, 트루먼이 혼란스러운 상태일 때, 아내와 친구, 어머니 역할의 배우들로 끊임없이 세뇌를 한다. 이 세계에서, 이 정도에 만족하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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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한 듯한 트루먼. [출처:구글]

"굿모닝~!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하죠.
굿 애프너눈, 굿 이브닝, 굿 나잇!"


트루먼의 아침인사 장면이다. 트루먼이 이렇게 인사하는 대목은 작품에서 '세 번' 나오는데, '못 볼지도 모르니'라는 말을 보면, 트루먼은 항상 이곳을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작품이 처음 시작할 때 한 번과 트루먼이 생에 있어서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될 때 이러한 인사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에게 예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두 번째 인사장면이 보이고, 트루먼은 제작진들의 눈을 속이고 씨헤이븐을 떠나려는 시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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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의 항해 장면. [출처:구글]


제작진들은 추적 끝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트루먼을 발견하고, 크리스토프는 폭풍을 일으켜 트루먼에게 시련을 준다. 그에게는 광기에 가까운 트루먼에 대한 집착이 보인다. 씨헤이븐을 나가게 하느니 죽이겠다는 발언도 나온다. 하지만 트루먼의 의지는 확고해 보이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세계를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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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마주하는 트루먼. [출처:구글]


트루먼은 결국 폭풍을 이겨내고 자신이 갇혀 있던 씨헤이븐의 진실을 처음으로 마주한다. 하늘이 그려진 벽에 닿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진실을 알아버린 트루먼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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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와의 대화. [출처:구글]

"난 누구죠?"
"자넨 스타야."
"... 전부 가짜였군요."


출구 앞에 선 트루먼에게 크리스토프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크리스토프는 끝까지 트루먼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지막으로 트루먼은 방송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정중하지만 단호한 작별이다. 결국 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다른 누군가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씨헤이븐에서의 삶이 아무리 안락하고 안정적이라고 한들,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 모든 삶이 통제당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자유'라는 가치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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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출처:구글]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트루먼 쇼의 '시청자들'.

작품에서는 내내 트루먼쇼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비춰주는데, 이들은 트루먼이 어떤 결정을 할지 내기를 하며 유희거리로 삼기도 하고, 트루먼의 감정에 따라 울기도, 웃기도 한다.

그런데... '본인'이 트루먼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인간이라는 동물이 이렇게 '이중적'이다. 본인의 일이라면 소름 끼칠 만큼 끔찍할 상황이, 타인의 일이라면 유희의 대상이 되고, 본능적으로 남의 삶을 엿보는 관음의 욕구를 채우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된다. 트루먼 쇼라는 TV프로그램도, 결국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쇼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가 있기 때문에 30년이나 지속되어 온 것이다. 결국 트루먼을 동물원의 원숭이로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시청자들'이다. 작품은 마지막으로 '다수'에 의해 '개인'의 권리가 얼마나 쉽게 침해당할 수 있는 지, 그리고 침해당한 개인의 권리에 다수들은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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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출처:구글]


트루먼이 문밖으로 걸어 나가고, 화면이 꺼지자, 소름 끼치게도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재밌는 거 없나...' 하며 채널을 돌린다.

 

 

"다른 데는 뭐 하지? TV가이드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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