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
- 감독 : 미키 타카히로
- 개봉일 : 2017.10.12
- 상영시간 : 110분
- 누적관객수 : 약 18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판타지
- 출연 : 후쿠시 소타, 고마츠 나나, 히가시데 마사히로, 야마다 유키, 키요하라 카야 등
'타임슬립' 소재의 전형적인 일본멜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긴 제목을 가진 작품은 시간이 엇갈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작품이다. 일본 작품에서 이런 타임슬립 류의 이야기들은 아주 흔한 단골소재다. 대표적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혹은 [너의 이름은] 같은 작품들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흔하지만 이런 특유의 잔잔한 이야기를 가진 일본 작품들은 그들만의 색깔로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이야깃거리나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나 감성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는 존재하기 힘들 아름답고 헌신적인 사랑이야기들이지만, 마치 가벼운 동화를 한 편 감상하듯 접하면 좋을 듯하다.
'타카토시'의 시점으로 '한 번'.
우선 이 작품은 처음 남자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게 된다.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스무 살의 '타카토시'. 그는 학교 가는 길, 전철 안에서 '에미'를 마주치고 첫눈에 반한다. 뭔가에 홀린 듯, 에미를 따라 전철에서 내린 타카토시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첫눈에 반했다는 구닥다리 멘트를 시전 하며 번호를 알고 싶다고 하는데, 휴대폰이 없단다... 까인 건가 싶어 돌아서는 순간, '정말 휴대폰이 없다'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둘은 전철역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고, 에미는 곧 무언가에 쫓기듯 '또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전철에 탄다. 배우들의 캐스팅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타카토시 역을 연기한 '후쿠시 소타'는 분명히 훈훈하고 잘 생겼는데, 순수하고 어리숙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 냈다. '건축학개론'에서의 이제훈 배우를 보는 느낌이다. 에미 역을 연기한 '고마츠 나나'는 눈처럼 희고 예쁘다.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인 것 같다. '고마츠 나나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 작품에서의 고마츠 나나는 정말 인상적인 모습이다.
"저기!...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에미가 울면서 뒤돌아 본다.)
"왜 그래요?"
"저한테 좀... '슬픈 일'이 있었거든요...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내일' 또 봐요."
이 장면이 사실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장면이다. 에미는 조금 이상한 타이밍에 '눈물'을 보인다. 그리고 아무런 연락방법도 없는데, '내일 또 보자'라며 다른 전철을 탄다. 그리고 다음 날, 동물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타카토시의 옆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타난다. 이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연락도 하게 되고, 고백도 하게 되고, 미용대학에 다니는 에미는 타카토시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기도 하며 이들은 연인이 되어간다. 그런데 에미에게서는 이상한 점들이 계속 보이는데, 예지능력이 있기라도 한 듯, 타카토시에 관한 것들을 말해준 적이 없는데도 원래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이미 알고 있으며, 처음 만날 때 그랬던 것처럼 이상한 타이밍에 자꾸 '울음'을 터뜨린다.
"나... '눈물'이 정말 많아."
작품을 처음 접할 때는 에미의 이런 모습들이 단순히 풍부한 감성을 지닌 여자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나 또한 처음 접했을 때는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그들은 여느 연인들처럼 행복한 듯한데, 어느 날, 에미가 놓고 간 수첩을 타카토시가 보게 되면서 진실이 밝혀진다.
수첩을 보게 된 타카토시에게 에미가 하는 말은 충격적인데, 이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며, 두 사람의 시간은 '반대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보통의 타임슬립 류의 작품들에서 시간을 되돌아가고, 앞서나가고 하는 등의 설정과는 조금 다르게 특이한데,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각자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고, 5년 주기로 한 달씩 스치듯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한 달 동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스무 살로 나이가 똑같은 시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기이다. 5년 뒤, 자신이 스물다섯이 되어있을 시기에는 상대는 열다섯의 나이를 가지고, 자신과 있었던 일들은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일 것이다.
이렇게 상황을 알게 된 타카토시는 혼란에 빠지고 잠깐 에미를 밀어내려고도 하지만, 자신이 겪어왔던 에미의 행동들에서 헌신적인 사랑을 느낀다. 에미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타카토시와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고, 타카토시의 어떤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시점부터는 에미는 점점 기억하는 것들이 없어지고, 반대로 타카토시에게서 '눈물'이 많이 보인다. 시간이 반대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에미가 열 다섯 때, 스물다섯의 타카토시에게 들은 것이고, 수첩의 내용도, '타카토시의 마지막 날과 에미의 첫 번째가 되는 그날', 타카토시가 해 준 둘의 이야기를 에미가 받아 적은 내용이었다.
'에미'의 시점으로 '또 한 번'.
이렇게 모든 설정을 이해하고 한 번 더 에미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이 작품을 두고 '처음 볼 때는 '마지막'에 울고, 두 번째부터는 '처음'부터 운다.'라는 감상평이 많다. 주인공들의 시간이 반대로 간다는 설정 덕에 이런 감상포인트들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 볼 때, 에미에게서 느꼈던 이상한 점들이, 두 번째 볼 때에는 아주 의미 깊은 장면들로 보인다. 말을 붙이고,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타카토시에게 '처음'인 모든 순간들이, 에미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인 것이다. 그러니 눈물이 날 수밖에.
이렇게 에미는 타카토시의 모습을 혼자 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없어지는 타카토시와의 이별을 혼자 준비한다. '에미의 마지막 날과 타카토시의 첫 번째가 되는 그날', 전철에서 타카토시를 만난 후 다른 전철을 타게 되었을 때, 에미는 결국 슬픔에 무너져 내린다.
이렇게 '마지막 장면'에서는 첫 장면에서 '타카토시의 첫째 날'이었던 전철 안에서, '에미의 마지막 날'을 보여주며, 작품은 끝이 난다.
"그의 곁에... 드디어 다다랐다."
[비슷한 종류의 일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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