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Be with you)] - 장마철만 되면 생각나는 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Be with you) [출처:다음영화]

 

• 감독 : 도이 노부히로
• 개봉일 : 2005.03.25
• 상영시간 : 118분
• 국내 누적관객수 : 약 18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로맨스/멜로/판타지/드라마
• 출연 : 다케우치 유코, 나카무라 시도, 다케이 아카시, 이치카와 미카코 등

 

사춘기소년으로 자라난 '유우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인트로. [출처:구글]

 

'비의 계절'에 찾아온 기적

엄마의 장례식이 보이고, 영화는 아빠와 어린 사내아이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아빠는 요리도, 집안일도 서툴다. 아이를 키우기에는 엉성한 면이 많아 보인다. 밀린 설거지에 단정치 못한 옷매무새, 아침이면 출근과 등교로 허겁지겁. 아이와 축제구경도 같이 가주기 힘들 정도로 아빠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엄마가 꼭 필요해 보이는 집이다. 그런데 아이는 뭔가 기대하는 눈치다. 엄마가 생전에 만들어준 동화책의 내용을 보고 '비의 계절'이 오면 죽은 엄마가 돌아온다는 이상한 믿음을 갖고 있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안쓰럽다.

 

영화 초반부. 안쓰러운 아빠와 아들. [출처:구글]

 

장마철이 막 시작될 무렵의 어느 날, 이 부자는 집 근처 폐건물로 보이는 아지트에 산책을 나간다. 그런데... 아들이 한 곳을 보더니 멈춰 선다. '엄마...' 하는 아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 거짓말처럼 어떤 여자가 앉아있다. 분명히 사진 속 엄마가 맞았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듯한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엄마..." [출처:구글]

 

서로의 첫사랑, 미오와 타쿠미

아빠의 이름은 타쿠미, 엄마는 미오, 귀여운 아들은 유우지. 단란했던 세 가족은 이 시점으로부터 1년 전, 미오를 잃었다. 유우지를 낳다가 생긴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죽었던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타쿠미와 유우지는 이것을 비밀에 부친다. 엄마가 다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한다. 이렇게 기억이 없는 듯한 미오는 엉망이 된 집안을 청소하고 따뜻한 저녁을 만들며 엄마의 자리를 다시 채운다. 6주 간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준 미오는 거짓말처럼 다시 원래의 폐건물에서 홀연히 사라진다.

 

돌아온 미오와의 '비의 계절' [출처:구글]

유우지의 생일 [출처:구글]

과거로 돌아가 타쿠미와 미오의 사랑은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같은 반이었던 미오와 타쿠미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으나 졸업식이 될 때까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붙일 정도로 둘 다 숫기가 없다. 졸업식 때 대단한 용기를 낸 미오가 반 친구들의 메시지를 모으는 다이어리에 한마디 적어달라고 내민 덕분에 다시 만날 구실이 생긴다. 참... 답답한 커플이다. 전해주지 못한 볼펜을 구실로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이렇게 둘 사이는 발전해 나간다. 그러던 중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희귀병을 앓게 된 타쿠미는 미오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일방적으로 미오를 밀어낸다. 하지만 얼마 후 미오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온다.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미오는 우리는 행복할 것이라 말하며 적극적으로 타쿠미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둘은 결혼하게 되고 유우지를 만나게 된다.

 

서로의 첫사랑, '미오'와 '타쿠미'. [출처:구글]

돌려받지 못한 펜을 구실로 다시 만나는 두 사람. [출처:구글]

정해진 미래, 선택의 시간

이야기의 설명은 미오의 일기장으로 완성된다. 미오가 장마철이 끝나고 사라진 이후에 타쿠미는 일기장을 발견해 미오가 겪은 놀라운 일들을 알게 된다. 타쿠미가 절망에 빠져 미오를 밀어내고 둘이 헤어져 있던 때, 미오는 예기치 못하게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적이 있고, 그때 미오는 한 폐건물에서 깨어난다. 그렇다 미오는 자신이 죽고 난 후 1년 뒤, '미래'에 갔다 온 것이다. 6주 동안 타쿠미와 유우지를 보고 온 미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생각에 잠긴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미오. [출처:구글]

 

 

타쿠미가 없는 다른 미래를 택할지, 타쿠미와 함께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게 되는 정해진 미래를 택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결국 미오는 타쿠미와 유우지를 얻는 행복한 삶을 선택하고 타쿠미에게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기의 마지막 줄을 적어 내려간다.

"타쿠미, 유우지. 날 기다려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타쿠미를 만나러 가는 기차안에서 일기를 쓰는 미오. [출처:구글, 네이버]

 

영상미와 음악의 잔잔하지만 강한 힘

영화는 2004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여기에 음악과 영상미가 더해진다. '시간을 넘어서'라는 피아노곡은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다. 정말 유명한 곡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명곡이다. 피아노 선율이 정말 편안하고 아름다우며 잔잔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거기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골의 조용한 마을, 호숫가, 숲 속에 위치한 이상하게 조화로운 폐건물 등. 풍경이나 장면이 수채화 같이 아름답게 만들어졌다. 기본적인 풍경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미오가 폐건물에서 다시 사라지는 장면이다. 미오가 손이 시리다며 타쿠미의 옷주머니에 손을 넣어 둘이 손을 잡고 있고, 화면은 둘을 직접적으로 비추지 않고 바닥에 고인 빗물에 비친 모습을 비춘다. 나뭇잎에서 빗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며 파장이 생기고, 파장이 퍼지는 모습을 따라 미오가 사라진다. 볼 때마다 연출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장면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다. 영화는 시대에 맞지 않는 여성상,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며 지루하고 밋밋한 전개를 가지는 점 등으로 인한 약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음악으로 이 결점을 커버하고, 보는 이에게 큰 감동을 준다.

 

영화의 명장면. [출처:구글]

가족사진. [출처:구글]

 

여담

• 2005년, 영화촬영을 계기로 주인공인 타쿠미와 미오 역을 맡은 나카무라 시도와 다케우치 유코는 실제로 결혼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나카무라 시도의 외도로 결혼 3년 만에 이혼한다. 거기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 다케우치 유코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있었다. 아름다운 영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는 비극적인 일이다.
• 2018년, 한국에서 손예진, 소지섭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어 화제가 되었다. 비교적 원작 스토리에 충실하게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버전보다 산만해진 느낌이 있었고, 한국영화 특유의 코미디적인 요소도 많이 보이며, 전체적으로 같은 이야기지만 일본버전과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원작 소설과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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