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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Roaring Currents)] - 절망 속에서 피어난 '기적'.

by 애니그마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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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명량
'명량' [출처:다음영화]

 

  • 감독 : 김한민
  • 개봉일 : 2014.07.30
  • 상영시간 : 128분
  • 누적관객수 : 약 1761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액션/드라마
  • 출연 :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이승준 등

 

 

참담한 현실, 수군에 팽배한 패배의식

우선 이 시기의 상황을 보자. 때는 1597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명나라가 참전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되었고 휴전협상이 진행되었지만 결렬된 후, 정유년에 일본군이 재침한다. 선조의 미움을 받은 이순신이 명령불복종의 이유로 파직된 사이에 원균이 이끄는 조선함대가 칠천량에서 전멸에 가까운 대패를 당한다. 원균도 이 전투에서 전사한다. 패잔병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지휘체계는 파괴되고, 제해권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고 보면 된다. 조선조정은 황급히 이순신을 복직시켜 다시 전선에 투입한다. 도망쳐 살아남은 전선을 규합하면 판옥선 기준 총 13척. 칠천량 해전에 참전한 조선함대는 판옥선 134척, 거북선 3척, 수군 약 17000명이었다고 하는데, 지휘관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전투능력이 이렇게나 떨어진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수치상의 처참함도 문제지만 조선수군에게 질병처럼 번지는 패배의식과 두려움이 더 큰 문제였을지 모른다. 군의 사기를 끌어 올려야하는 이순신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압도적인 열세와 바닥을 치는 수군의 사기. 이렇게 이순신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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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 조선 진영. [출처:다음영화]

 

반전의 실마리, 울돌목

'명량'이라는 명칭은 순우리말인 '울돌목'의 한자식 표현이다. 울돌목은 '물이 우는 관문'이라는 뜻이라 하는데, 물살이 매우 빨라서 물이 우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설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지점의 특징은 매우 좁은 수로에 물살이 아주 빠르게 흐르는 지역이라는 것, 거기다가 밀물과 썰물 때마다 바닷물이 흐르는 방향이 바뀐다는 것. 이런 지점의 특성상 열세인 조선군에게 '변수'를 만들어 내기에 최적이다.

 

깜깜한 밤에 이순신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반전은 시작된다.

 

명언 제조기, 대사 만들기 편했겠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무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이 남긴 명언은 수도 없이 많다. 지휘관으로서의 면모도 훌륭하지만 난중일기나 임금에게 올린 장계 등에서 보이는 문학적인 재능도 탁월하다. 특히 이 시기에 더 많아 보인다. 영화에서도 주옥같은 명언들이 인용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들과의 식사장면이다. 아들은 못마땅하다. 필요에 의해서 이런 가망 없는 싸움에 아버지를 다시 부른 임금이 원망스럽다. 아버지는 무엇 때문에 싸우시냐고 묻는다. '의리다.'라고 이순신이 대답한다. 이어 아들은 '저토록 몰염치한 임금에게 말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한다. 나지막한 이순신의 대답.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순신의 신념이 보이는 대목이다. 임금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한 것이 조선민중의 구제라는 것을 나타낸다. 삶의 행보에서도 나타나듯 그는 직책의 고하, 재물의 축적 같은 것들에 관심이 없다. 그릇이 다른 사람이다. 시기를 막론하고 귀 기울일 점이 분명히 있는 말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기득권층에 위치한다면 더더욱. 이외에도 유명한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이야기하며 근거지를 불태워버리는 장면이라든가,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권유에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신이 있는 한, 저들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장계를 올리는 장면이라던지. 영화 보는 내내 인용되는 명언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배우가 최민식이라는 대배우여서 그런지, 이런 대사들이 가벼워 보이지 않고 이름에 걸맞게 아주 무게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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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지를 불태우는 장면. [출처:다음영화]

 

결전의 날,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도 떨게 할 수 있다.'

 

1597년 음력 9월 16일 아침.
일본군의 이동을 보고 받은 이순신은 울돌목으로 출정한다.

 

저 멀리서 일본 함대가 새까맣게 몰려온다. 이때 일본군의 총규모는 330여 척 이상이었다고 한다. 선두에 실질적으로 전투에 참여한 선단이 133척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좁은 길목을 지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330여 척이나 되는 많은 규모의 전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전투가 시작하고 아침 시간 동안에는 물살이 조선군에게 불리한 역방향이다. 일본군은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앞세워 좁은 길로 함대들을 욱여넣는다. 어이없는 상황은, 이순신이 탑승한 대장선 이외에 12척의 배가 전투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장선만 홀로 좁은 길로 쏟아져 들어오는 왜선을 막아낸다. 홀로 소용돌이를 사이에 두고 왜선과 맞서는 모습은 매우 극적이다. 어쩌면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왜선보다, 살고자 후방에 물러서 있는 부하장수들이 이순신을 더 힘들게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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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수의 일본함대.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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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의 이점을 이용하여 홀로 싸우는 이순신. [출처:다음영화]

 

 

한참을 홀로 일본군의 진로를 틀어막고 고군분투하자, 하나, 둘 보고 있던 부하장수들이 전투에 합류한다. 그에 맞춰 조류도 일본군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좁은 통로에 빽빽이 몰려있던 왜선들은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다가 서로 뒤엉켜서 격침당하거나, 조선군의 포격에 격침당한다. 영화에서는 후방에 빠져있던 판옥선들이 참여하며 충파전술로 왜선들을 들이받아 깨버리는 전술을 쓰는데, 실제로 일본의 주력배와 조선의 판옥선은 태생부터 차이가 난다. 일본은 상대의 배를 타고 넘어 백병전을 주로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배의 기동력이 중요하다. 얇은 삼나무나 전나무를 사용해 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구도가 약하다. 이에 반해, 판옥선은 두꺼운 소나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내구도가 강하고 함포를 주력으로 하는 조선군에게 적합하다. 크기도 일본의 주력선인 세키부네에 비하면 판옥선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충파로 깨버리는 방식의 전투도 가능했을 것 같다. 결국 우왕좌왕하던 일본군들은 조선수군의 방어선을 뚫어내지 못하고 퇴각하며 전투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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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울돌목 지역의 지형도. 절대적으로 일본에게 불리한 지형이다. [출처:구글]

 

133 vs 13

말도 안 되는 숫자 차이를 지형을 이용해 각개격파하며 기적을 만들어낸다. 이게 만약에 픽션이었다면 너무 과한 설정이라고 비난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명량해전은 기록이 전해지는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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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리를 지켜내는 대장선. [출처:구글]

 

이순신 3부작의 첫 번째

영화는 '명량해전'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주요 해전을 다룬다. 2014년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이순신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1700만 관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2022년 현재, 국내 누적관객수 기록에서 1위다. 이순신 역으로는 최민식 배우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명량의 최민식 배우의 캐릭터를 좋아한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무게감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느낌도 있고, 명량에서의 이순신은 사람냄새가 좀 난다. 아무리 국민적인 성웅인 이순신이라 해도 그 역시 하나의 인간이었을 것이다. 극 중 이순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과 부하장수들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미안함과 같은 인간적인 고뇌가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지휘관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철저함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이순신을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해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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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 [출처:구글]

 

최민식 배우 외에도 류승룡, 조진웅 등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일본장수 역할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무능하고 존재감이 좀 약하다. 이순신이 돋보이려면 그럴듯한 빌런이 존재해야 할 텐데, 숫자만 많았지 너무 만만한 느낌이랄까?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든다. 조금씩 부족함이 보이는 영화지만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룬 자체가 의미 있는 영화라 생각하고, 가볍게 보기에도 전투씬이나 드라마적인 요소도 보이기 때문에 무난하다. 이제 한편 남았다. 노량해전을 주제로 김한민 감독이 '노량: 죽음의 바다'를 제작 중이라고 하며, 여기서 이순신 역은 김윤석 배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김윤석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좋은 영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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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들. [출처:구글]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한산: 용의 출현(Hansan: Rising Dragon)]

 

[한산: 용의 출현(Hansan: Rising Dragon)] - "선회하라" , "발포하라"

감독 : 김한민 개봉일 : 2022.07.27 상영시간 : 130분 누적관객수 : 약 726만 명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드라마 출연 :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균, 박지환, 김성규 등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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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개봉 예정인, 세 번째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 - 2023년 12월 '개봉 예정', '김윤석'의 이순신.

 

[노량: 죽음의 바다] - 2023년 12월 '개봉 예정'.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김윤석'의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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