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김한민
- 개봉일 : 2022.07.27
- 상영시간 : 130분
- 누적관객수 : 약 726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액션/드라마
- 출연 :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균, 박지환, 김성규 등
김한민 - 이순신 3부작
영화는 흔히 '한산도 대첩'이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의 주요 해전을 소재로 한다. 김한민 감독의 이른바, '이순신 3부작' 중에 두 번째 작품으로, 2014년 '명량' 이후로 약 8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대미를 장식할 '노량: 죽음의 바다'는 현재기준으로 제작 중에 있다. 2023년 여름에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한산'에서는 '박해일' 배우가 이순신 역이다. 작품에서 박해일은 용장의 느낌보다는 과묵하고 신중한 지장의 느낌을 주기 위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존 박해일 배우의 이미지와 이순신의 이미지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관람 후 드는 생각은 '이 또한 이순신의 모습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다. 이순신의 해전을 보면 '이겨놓고 싸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능력에 있어서 탁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작품에서 박해일 배우의 캐릭터는 생각보다 괜찮다. 조금 아쉬운 점은 아무리 과묵한 느낌을 생각했더라도 대사가 너무 없다는 것. 부하 장수들의 반대의견에도 묵묵부답.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가, 학익진이 완성되고 '발포하라'라는 한마디가 무게감이 상당하다.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왜군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조선군은 육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바다에서는 이순신이 몇 번의 해전에서 조선의 첫 승전을 만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산도 대첩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일본의 전선을 많이 줄였다는 승전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보급'이다.
빠르게 진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식량이나 물자를 현지조달 하느냐, 그게 아니라면 보급물자를 어떻게 전투병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냐가 군대의 전투력과 직결된다.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보면 일본군은 최초 부산에 상륙해 전라도, 한양, 강원도의 세 방향으로 빠르게 진군해 올라간다. 일본의 전략은 빠르게 한양에 도달해 조선 임금을 사로잡아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모양새가 좋지는 않지만 선조가 의주로 피신을 한 덕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조선군 입장에서는 군을 정비할 시간을 버는 효과를 보았고 일본군은 변수에 직면한다. 장기화된 전쟁에서 보급에 관한 문제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을 것이고 일본의 과제는 조선 최대의 곡창지역인 전라도 지역을 점령하는 것과 일본 본토에서의 보급로를 남해를 거쳐 서해 쪽으로 구축하는 것이었다.
왜 '한산'인가? - 한산도 대첩이 갖는 의미.
우리나라와 같은 반도국가를 침략하는 전쟁에서는 '수륙병진'이라는 진격 형태를 취하는데, 육군이 한양 쪽으로 올라가면 해군이 남해를 돌아 서해로 보급을 하는 형태다. 이 시기에는 보급을 육로로 하는 것보다 해로로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과의 해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이 진군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활약으로 전라도 곡창지대는 사수되고, 조선에 상륙한 일본군은 점점 고립되어 간다. 거기다 전선의 규모나 시기로 볼 때 한산도 대첩은 초창기 주도권이 일본에 있던 임진왜란의 판도를 뒤흔들어버린 결정적인 전투다.
한산도 대첩을 기점으로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일본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미완성의 학익진, 원균은 빌런 중에 빌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한 '그것'
한산도 대첩이라 하면 '학익진'으로 대표된다. 학이 날개를 펴는 형상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설명되는데, 보통은 상대보다 많은 숫자를 가진 진영에서 포위섬멸을 목적으로 펴는 진이다. 학익진은 넓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이기 때문에 전투 전에 견내량이라는 좁은 지역에 정박한 왜군을 넓은 지역인 한산도 인근으로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조선군은 치고 빠지는 유인전략을 구사하면서 왜군을 견내량 밖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왜군 수장인 '와키자카(변요한)'가 유인전략임을 간파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극의 긴장감을 위한 설정이라 생각된다. 실제기록에서 왜군은 육지에서의 승전으로 인한 자신감으로 이순신을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조선군은 유인작전에 성공하고 왜군은 조선군을 따라 한산도 인근으로 나오게 된다. 조선군이 약속된 진형을 갖추며 이동하는데, 역시나 원균(손현주)의 함대가 문제다. 뭐...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임진왜란 당시 원균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원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굳이 보태지 않겠다. 여기서도 진의 완성에 방해를 끼치며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다른 전함들과의 대열에서 두드러지게 뒤처지며 선두에 나선 왜군 부대에게 격파당할 위기에 처한다. 와키자카의 입에서 '잡았다'라는 말이 나오는 찰나, 별안간 선두에 위치한 일본 전함이 피격당하고 화면이 느리게 돌아간다. 폭발음과 함께 함선의 파편이 튀고 선봉에 선 왜군 장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배경음이 꺼지고 고요해진다.
함선들 사이로 가려진 곳에서 가시가 솟은 무언가가 유유히 앞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그것'이... 등장한다.
최종병기의 등장, 가슴이 웅장해지는 해상전투씬
조선수군의 최종병기
'거북선'이다.
웅장한 음악이 울린다. 총통을 난사하며 '거북선'이 등장한다. 선두의 왜선을 들이받아 박살 내버린다. 뒤이어 등장하는 또 하나의 거북선과 함께 두 척의 거북선이 왜선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압도적인 기세로 선두의 왜선을 격침시켜 나간다. 영화의 몰입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이다. 왜군도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한 왜선에서 대포로 거북선을 겨냥한다. 그러나 폭발음이 들리고 또 한 척의 거북선이 왜선을 박살 내면서 돌진해 온다. 극적인 상황에 출격한 거북선 세 척은 제목에서처럼 마치 세 마리의 용을 연상시키며 위풍당당하게 적진으로 돌격한다. 적선의 진형을 깨뜨리고 총통을 난사한다. 마치 흉포한 야수를 풀어놓은 듯이 전장을 휘저어 놓는다. 조선의 최종병기는 학익진을 완성하는 시간을 벌어주며 선두의 적선을 궤멸시킨다.
실제 거북선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임진왜란 당시에 거북선이 활약했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어떤 모습이었을지, 전투방식이 어땠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상상에 기반한 모습인데, 영화의 모습처럼 돌격선의 형태를 띠면서 상대의 진형을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한민 감독은 많은 조사를 거쳐 거북선의 머리가 앞뒤로 들락날락하는 형태의 거북선과, 거북선이 2층 구조와 3층 구조의 설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2층의 낮은 거북선과 3층의 높은 거북선을 모두 등장시켰다고 한다. 거북선의 활약에 원균은 대열에 복귀하며 학익진은 완성된다. 우리의 이순신 장군님은 적절한 타이밍에 딱 두 마디 하신다. 좀 멋있다.
"선회하라"
조선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은 기본적으로 측면에 포가 장착되어 있다. 포격을 위해서는 선체를 회전해야 한다. 극 중에서는 선회하기 전에 선두의 왜군이 거의 따라붙은 상황이다. 포를 한번 쏘면 재장전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안에 왜선이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 이순신은 한참을 기다리다 선회를 명한다. 원거리 무기를 가지고 왜 이렇게 근접했을 때까지 발포하지 않을까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당시 함포의 유효사거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고 한다.
"발포하라"
선회한 전함들이 발포준비를 마치고 충분한 사정거리가 확보되었다고 판단한 이순신은 발포명령을 내린다. 영화에서는 완성된 학익진을 '바다 위의 성'이라고 표현하는데, 반원을 그리는 판옥선들이 일제히 불을 뿜고 왜선들이 눈 녹듯이 바스러져 나가는 장관이 연출된다. 절대 뚫을 수 없는 성벽 같은 느낌이다. 거북선의 등장과 마지막 포격씬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짜릿한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해상전투씬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중요한 순간에 배경음이 멎는 효과라던지, 거북선이 등장하는 타이밍이라던지, 최후까지 발포를 늦추며 긴장감을 만드는 이순신의 모습 등과 같은 극적인 연출은 영화 전반부에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전개를 잊게 만드는 강력한 폭발력이 있다. 국뽕을 치사량으로 주입받고 싶다면 꼭 한번 볼만한 영화다. 후반부 전투씬은 정말 볼거리가 많다.
한국사람들에게 '이순신'이란?
뭐... 말해 무엇하겠는가, 광화문에 서 계신 그분, 100원짜리 동전에 계신 그분(사실 10만 원권 지폐가 생기면 거기에 넣어드렸으면 좋겠다.), 이견 없이 세종대왕과 더불어 한반도의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자국의 위인이라고 과장되게 그린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텐데,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알면 알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수많은 명언과 바람직한 군인으로서의 태도, 해전의 신이라 불릴만한 전략, 전술의 탁월함, 임진왜란 전쟁사 연구에 높은 가치를 지닌 기록물을 남긴 점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전쟁 수행능력은 수치로 증명이 된다. 총 전투 횟수가 23 전이다, 45 전이다, 62 전이다... 말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동등한 조건도 아니고 항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패전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거다. 전사한 마지막 전투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이 살았는지 매번 놀랍다. 역사에 가정이란 것은 의미가 없지만, 임진왜란 당시에 열세인 상태로 이순신이 단 한 번이라도 패배하였으면 조선의 운명이 바뀌었을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무패 혹은 전승이라는 설명은 쉽게 붙을 수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 전쟁에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수십 번에 달하는 전투를 전부 패하지 않고 승리로 가져간 케이스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경우일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평가가 더 좋은 인물이 이순신이다. 우리는 이순신이 우리 위인이라는 데에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이순신 3부작'의 첫번째
2023년 겨울 개봉 예정인, 세 번째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 - 2023년 12월 '개봉 예정', '김윤석'의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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