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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 애들보다는 어른들이 봐야 할 애니메이션.

by 애니그마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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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출처:다음영화]

 

 

  •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개봉일 : 2002.06.27
  • 상영시간 : 124분
  • 누적관객수 : 약 200만 명
  • 국내 등급 : 전체 관람가
  •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 어드벤처
  • 성우 출연 : 히이라기 루미(치히로/센 역), 이리노 미유(하쿠 역), 나츠키 마리(유바바 역)

 

 

미야자키 하야오의 기발한 상상력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 중에 대표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작품인데, 일본에서는 타이타닉보다도 흥행수익이 많다고 하고, 뛰어난 작품성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3대 영화제라고 꼽히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2002년에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디즈니의 '신데렐라' 이후로 두 번째라고 한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와 대표작품들. [출처:구글, 다음영화]

 

미야자키의 작품은 뛰어난 상상력으로 표현된 기발한 장면이나 상황 연출로 매우 유명한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작품에서도 이런 점들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점들은 '인간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작가의 가치관' 등을 재미있는 만화의 형태로 함축적으로 그려낸다. 극 중, 온갖 잡신들이 머물러 쉬었다 가는 휴식의 장소를 '온천여관'으로 그려낸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며, 인간이 아닌 신들의 행동이나 모습들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도 기발함이 엿보인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극 중 온천마을. [출처:구글]

 

온갖 신들이 드나드는 '온천장'

10살의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새로 이사 가는 동네를 찾아가고 있다. 자동차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산속의 어느 조그만 터널 앞에 차가 멈춰 서고, 한 번 들어가 구경해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과는 다르게 치히로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하다. 꺼림칙하지만 부모님을 따라 터널을 지난 곳에는 이색적인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음식점으로 보이는 곳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데, 이상하게 고요하다. 상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곳인데... 이윽고, 음식들이 잔뜩 차려진 곳에서 치히로의 아빠와 엄마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주인 없는 음식점인 것 같은데,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퍼질러 앉아서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마구 집어먹는다. 치히로는 이런 부모님의 행동에 당황스럽고 놀란 듯하며, 주위에 홀로 솟은 큰 건물 앞에 서는데, 비슷한 또래의 사내아이 하나가 '인간은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며 도망치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있던 곳으로 돌아온 치히로는 기겁을 한다. 부모님은 온데간데없고, 게걸스러운 돼지 두 마리가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시작부터 충격적이었다...돼지라니... [출처:구글]

 

작품의 배경은 온갖 잡신들이 머물렀다 가는 '온천여관'이다. 낮에는 고요한 곳이었지만 밤이 되면 화려한 번화가가 된다. 신들이 머물렀다가는 곳이기 때문에 인간이 들어와서는 안되며, 일하지 않는 인간은 이 세계에서 동물이 될 것이라는 설정이다. '하쿠'라는 사내아이의 도움으로 치히로는 이 온천장에서 일을 하게 되며, 이곳에서 겪는 사건들과 부모님을 다시 사람으로 되돌려 이 세계를 빠져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일하는 치히로와 온천의 주인 '유바바'

 

'이름'을 빼앗긴다는 것.

작품에서는 유독 '하쿠'의 입을 빌어,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주인공인 여자아이의 이름은 '치히로'다. 치히로는 유바바라는 온천주인과 근로계약(?)을 하면서 이름을 빼앗긴다. 다른 세계에서의 치히로의 이름은 '센'이다. 유바바가 이렇듯 '이름을 빼앗아' 상대를 지배한다는 설정은, '정체성'을 의미하는 '이름'이라는 것을 빼앗아, 하나의 자아가 아닌 자신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뜻을 내포한 듯하다. '이름을 기억한다, 이름을 되찾는다'라는 것은 정체성을 기억하고 되찾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극 중에서도 하쿠와의 관계에서 '이름을 기억해 내는 것'은 상황을 매듭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야자키는 실제 지인의 어린 딸을 모티브로 '치히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데, 어린 소녀들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밝은 모습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생각이 담긴 설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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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가진 의미. [출처:구글]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인간의 탐욕'.

 

'돼지'로 변한 아빠, 엄마.

 

작품에서는 어른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세속적인 욕망'에 대해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돼지'로 변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뚱뚱하고 귀여운 모습이 아닌, 게걸스럽고 지저분한 돼지의 모습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와는 비교되는 치히로는, 이런 욕망들에 무관심한 순수한 모습을 나타낸다. 미야자키는 돼지의 모습으로 현대의 일본을 비유한다고 밝혔는데, 흠... 이런 돼지의 모습인 곳이 비단 일본뿐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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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로 변하는 부모님. [출처: 구글]

 

 

'가오나시'와의 관계.

 

이는 '가오나시'라는 캐릭터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보이는데, 가오나시라는 캐릭터는 '금'으로 표현되는 '세속적 가치'를 뿌려대며, 타인의 '관심과 존중'을 얻는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순수하고 선한 호의를 보인 치히로에게 '금'은 필요치 않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그렇게 가오나시는 치히로에게 심적으로 감화된 모습을 보이며, 치히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결국 결정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호의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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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나시'는 이 작품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출처:구글]

 

 

'오물신'과의 일화.

 

치히로가 온천에서 일하게 되면서 인상적인 잡신이 하나 찾아오는데,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오물덩어리로 된 '오물신'이다. 치히로는 이 오물신의 목욕시중을 들게 되는데, 오물신의 몸에 무언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온천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것을 뽑아내는데, 폐자전거를 시작으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잔뜩 쏟아져 나온다. 사실, 이 오물신은 오염된 하천을 상징하는 '강의 신'이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깨끗해진 모습으로 돌아간다. 실제 폐자전거에 관한 모티브는 미야자키가 실제로 하천을 청소하는 경험을 했었는데, 거기서 폐자전거의 모습을 보고 거기서 착안한 것이라 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자연을 병들게 한다는 현실을 꼬집어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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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의 시술(?) Before 과 After. [출처:구글]

 

 

'어린이'에게서 찾아내는 희망.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 어린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들의 주제의식에서 보이듯이, 세속적인 욕망을 경계하며, 인간이 자연을 해치는 모습들에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인간의 이런 모습들에 대한 희망을 '어린이'들에게서 찾는듯하다. 어린이는 어른들처럼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환경을 해친다거나, 욕망에 잠식되어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들의 계산 없는 순수한 마음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 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을 통해 계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이 세계를 빠져나가는 치히로.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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