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제임스 맨골드
- 개봉일 : 2003.10.31
- 상영시간 : 90분
- 누적관객수 : 약 1.9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범죄/공포
- 출연 : 존 쿠삭, 아만다 피트, 알프레드 몰리나, 프룻 테일러 빈스, 브렛 로어, 레이 리오타 등
폭우가 쏟아지는 밤, 네바다 주 어느 외딴 모텔
이야기의 배경이다. 매춘을 하는 여성(페리스), 여배우를 태운 리무진 기사(에드), 신혼부부, 범죄자를 호송하는 경찰(로즈), 사내아이 하나(티모시)를 동반한 중년부부, 모텔 주인(래리)까지 총 11명. 쏟아지는 비 때문에 도로는 차단되고, 전화도 불통이다. 이러한 이유로 허름한 모텔에 고립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리무진 기사를 대동했던 여배우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시신에서는 숫자 10이 적힌 방열쇠가 나온다. 이후로 등장인물이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때마다 카운트하듯이 9,8,7번 열쇠가 발견된다. 전직 형사인 에드와 범죄자를 호송하던 경찰(실제로는 호송하는 경찰을 죽이고 도주 중이던 범죄자)은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생존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갑자기 시신들은 핏자국하나 남기지 않고 증발해 버린다. 기이한 일의 연속이다.
갑자기 전환되는 배경, 충격적인 진실.
에드를 비추는 화면.
폭우 속에서 번개가 한번 번쩍이더니 화면이 전환된다. 갑자기 에드가 어느 다른 공간에서 정신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니 중년의 인사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옆에 앉은 정신과 의사(말릭)가 사진을 한 장 들이민다. 범죄자의 머그샷이다. 이어지는 설명은 충격적이다. 사실 에드는 사진 속 범죄자의 수많은 인격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에드 자신의 얼굴이 아닌 머그샷 속의 범죄자의 얼굴이다.
전말은 이러하다.
사진 속 범죄자의 이름은 '말콤 리버스'. 살임 혐의로 수감 중인 범죄자이며 '해리성 인격장애', 흔히 '다중인격장애'라 불리는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말콤의 사형집행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과정이고 닥터 말릭은 말콤의 담당의로, 치료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에드라는 인격은 말콤의 선한 부분이 만들어낸 인격으로 해석된다. 말릭이 진행하고 있는 치료과정은 말콤의 수많은 인격 중에 살인자의 인격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말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인격들의 제거작업인 것이다.
인물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
Identity.
정체성, 신원 등의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인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생일이 5월 10일이라는 것, 모두 미국의 주 이름에 착안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부자연스럽다. 우연히 같은 장소에 모인 11명의 사람이 생일이 모두 같을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이름에도 규칙성이 보인다. 5월 10일은 말콤의 생일이자 살인사건이 일어난 날짜이다. 영화에는 이런 힌트들이 내내 제시된다. 그래서 여러 번 보면서 관찰해 보면 숨겨놓은 포인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방식, 과거, 직업 등도 말콤 리버스의 기억의 단편적인 부분들이 흩어져있는 모양새다. 자신을 버렸고 매춘부였던 말콤의 어머니를 나타내는 페리스, 증오의 대상이었을 경찰관, 교도관들, 어린 시절 모텔에 버려진 자신을 나타내는 티모시, 모텔에서 살해당한 6명의 인물은 자신이 죽인 피해자들을 상징한다. 거기에 모텔이라는 장소도 어릴 적 버려졌던 장소로 말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말콤 리버스의 아이덴티티인 것이다.
영화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경찰 행세를 했던 범죄자 '로즈'가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요주인물이 되면서 살인자의 인격일 것으로 추정받는다. 결국 모두 사라지고 에드, 로즈, 페리스가 남은 자리에서 에드와 로즈가 총격 끝에 둘 다 죽게 되고 에드는 시골에서 오렌지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페리스의 행복을 빌어주고 눈을 감는다.
이렇게 영화는 페리스의 생존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페리스는 오렌지 농장을 갖게 된다. 호송차에 타고 있는 말콤도 남아있는 페리스의 인격을 가지고 콧노래를 부른다. 사형집행도 유예되었다. 어느 화창한 날, 페리스는 오렌지밭을 일구기 위해 땅을 고른다. 그런데 파낸 흙 속에서 무언가 나온다.
'1'이 적힌 방열쇠가...
어느새 옆에는 쇠스랑을 든 티모시가 섬뜩한 표정으로 서 있고 '창녀에게 두 번째 삶은 없다.'라는 말과 함께 페리스를 내리친다. 말콤은 앞 좌석에 있는 말릭을 공격하고 호송차가 방향을 잃고 미끄러지다 멈추며 영화가 끝난다. 흉기를 들고 서서 페리스를 노려보는 티모시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끝난다는 느낌을 받으며 안심하는 사이,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는 느낌이다. 엔딩크레딧을 기다리는 타이밍에 감독은 보는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반전영화다. 어린 시절 자신을 투영한 티모시라는 인격. 이 악랄한 살인자의 인격은 말없는 아이의 모습을 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다른 인격들을 제거해 나갔으며 끝으로 가장 원망했던 대상을 제거한다.
이렇게 말콤은 온전히 살인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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