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신카이 마코토
- 개봉일 : 2017.01.04
- 상영시간 : 106분
- 누적관객수 : 약 379만 명
- 국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애니메이션/드라마/로맨스/멜로
- 성우 출연 : 카미키 류노스케 (타치바나 타키 역) ,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야미즈 미츠하 역) 등
도쿄의 미소년이 되고 싶었던 '미츠하', 진짜 도쿄의 미소년 '타키'
작품은 시골의 어느 소녀 '미츠하'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꿈을 꾸다가 벌떡 일어나며 잠에서 깬 아침, 평소에 못 느끼던 위화감에 가슴을 내려다본다. 뭔가 봉긋 솟아있다.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솟은 가슴의 정체를 확인한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소녀의 가슴이 봉긋 솟아 있는 게 이상할 게 아닌데, 이 놈... 아니, 이 소녀는 야무지게도 확인한다(?)... 이런 모습이 어린 여동생에게는 '왜 저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나보다. 언니가 오늘따라 좀 이상하다. 소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명을 내지른다. 도대체 왜?
화면은 바뀌고 미츠하는 할머니, 여동생과 아침식사를 한다. 할머니가 '오늘은 정상이구나' 하는 말에 미츠하는 고개를 갸웃한다. 이 날, 미츠하는 이런 말을 곳곳에서 듣게 된다. 미츠하는 자신이 어제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눈치다. 확실한 건 어제 좀 행동이 이상했나 보다. 미츠하네 집은 대대로 무녀를 배출하는 집안으로 보인다. 여동생과 미츠하가 대대로 내려오는 제사의식을 치르는 장면과 밥을 입에 넣어 씹고, 뱉어서 그것으로 술을 만드는 장면이 보인다. 이런 전통의식이 사춘기 여고생에게는 수치스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다. 미츠하는 의식을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에서 크게 소리친다. 이런 삶은 싫다고,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살게 해달라고 말이다. 여동생은 옆에서 한숨을 내쉰다.
화면은 또 바뀌어 도쿄에 사는 어느 소년의 모습을 비춘다. 소년의 이름은 '타키'. 알람소리에 깨어나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다. 일어나 앉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목젖도 한번 만져보고 가슴팍도 한번 만져보다가 시선이 다리 사이로 떨어진다. 뭔가가 붙어있다. 소년의 다리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건 정상적인데... 타키 역시 화들짝 놀란다.
얘네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 - '무스비'
'무스비'. 작품에서는 이 단어가 수시로 사용된다. 무스비라는 것은 일본어로 '매듭, 맺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극 중에서 대사의 행간을 보고 유추하면 우리나라말로 '운명, 인연' 등의 속 뜻을 지닌 단어로 사용되는 것 같다. 매듭이라는 것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결국 하나의 끈이고 끝과 끝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극 중 미츠하와 타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다. 둘은 처음에 저렇게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서로의 몸이 바뀌는 체험을 한다. 잠을 자면 상대방과 몸이 바뀌고, 서로의 일상을 대신 겪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연결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어긋나고 얽혀있지만 결국은 다시 재회하게 된다.
'꿈'이라는 장치
극 중 미츠하와 타키는 꿈을 통해서만 연결이 된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둘은 3년의 시간의 차를 둔 다른 시간대의 상황을 살아간다.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인물이 만나는 설정을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억지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만든다. 꿈이라 하면 시간을 초월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으니까. 이렇듯 서로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미츠하와 타키는 꿈을 꾸듯 상대의 일상에 스며든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둘은 이런 신기한 일을 겪고도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직장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전철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을 보면 분명히 무언가 서로 끌리는 어떤 것이 있는데, 이름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몸이 바뀌었던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며, 답답해하는 모양새다. 이런 설정은 꿈이라는 것의 속성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꿈이라는 것이 원래 휘발성이 강하다. 꿈에서 깨어나면 꿈에서 느꼈던 감정이라든가 대략적인 느낌은 남아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실관계는 곧 잊어버린다. 감독은 이런 특성을 캐릭터들의 관계설정에서 애틋함을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한 것 같다.
하늘을 수놓는 혜성, 재앙이라 하기에는 아름다운 '역설'
그렇게 수시로 몸이 바뀌는 생활을 하던 와중에, 언제부터인가 타키는 미츠하와 몸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키는 이것에 대해 알아본 결과, 미츠하는 몇 해 전에 혜성이 마을에 떨어지는 참사로 희생되어 현재는 죽은 사람이다. 실제 이토모리라는 시골마을에 직접 가 본 타키는 폐허가 된 마을을 마주한다. 몸이 바뀌어 있을 때 기억을 더듬어 간절한 마음으로 미츠하가 생전에 의식 때 만든 술을 찾아마시고 혜성이 마을에 떨어지는 당일의 미츠하와 몸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미츠하와 타키는 참사를 피하게 되고, 둘은 그 이후부터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로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은 듯 답답해하며, 그 이후 오랜 시간을 각자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전철 안에서 다른 열차를 타고 있는 서로를 운명적으로 다시 마주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라고 보기에 매우 뛰어나고 현실적인 작화와 장면묘사로 유명한데, '너의 이름은'에서는 정점에 이른다. 움직임이나 도시, 시골의 풍경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매끄러우며 퀄리티가 높다. 개인적으로는 혜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큰 덩어리로부터 갈라져 나와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장면이라든지 혜성이 떨어질 때 음악이라던지 이런 것들이 재앙의 상징이지만 굉장히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잘 표현되었다. 작화뿐만 아니라 장면에 맞게 음악배치도 잘 되어있으며, OST가 좋은 곡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곡이 있는데 작품의 먹먹하고 아련한 이미지를 대변하는 굉장히 유명한 곡이다. 이렇게 '너의 이름은'은 이야기 전개도 좋지만 장면마다의 이미지나 좋은 배경음악으로 기억에 아주 오래 남는 작품이다. 혹시나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보고 나면 며칠은 음악이나 장면들이 계속 기분 좋게 머릿속에 맴도는 후유증을 겪게 될 거다.
평범한 도쿄의 거리를 순례지로 만든 작품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도시의 모습들은 실제로 도쿄의 거리나 전철역 등을 모델로 그대로 만들어졌다. 풍경의 모습들은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실제 사진과 비교해봐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관람객들 사이에서 도쿄의 거리들이 순례지로 만들어지는 재밌는 현상이 생겼다. 특히 미츠하와 타키가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이 그려지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스가신사'라는 신사 앞의 계단이 유명한데, 도쿄를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인상 깊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 나 또한 일본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친한 친구와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갈 기회가 된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포스팅해보고 싶다.
'너의 이름은' 재 더빙, 2023년 5월에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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