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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신세계(New World)] - 한국 '누아르' 장르의 정점.

by 애니그마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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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신세계'의-포스터.
신세계 (New World)

 

  • 감독 : 박훈정
  • 개봉일 : 2013.02.21
  • 상영시간 : 13분
  • 누적관객수 : 약 468만 명
  • 국내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 범죄/드라마
  • 출연 :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송지효, 최일화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누아르물'.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는 영화 '신세계'에는, '대한민국 영화사 최고의 누아르 영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극적인 소재로 설명되는 누아르 장르인 만큼,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개봉 후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들로 흥행에 성공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개봉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신세계와 비교될만한 누아르물은 찾기 힘들 만큼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배우진들의 뛰어난 연기 또한 작품의 흥행의 이유였고, 당시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박성웅' 배우가 현재의 대단한 인지도를 가지는 결정적인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더커버'물이라는 점에서 설정들이 홍콩영화 '무간도'와 유사한 느낌이 많이 나기도 하지만, 영화적 장치나 디테일에서 보면 다른 점이 많이 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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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감독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영화 '무간도' [출처:구글]

 

 

조직의 '두 세력'과 그 판에 '숨어든 경찰'.

작품의 기본적인 배경은, 폭력조직이 합쳐져 기업화된, '골드문'이라는 기업이다. 시작부에서는 회장이 존재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당하는 듯한 장면이 비치며, 회장의 자리가 공석이 된 상태다. 폭력조직인만큼, 회장의 자리를 이을 다음 주자가 되기 위한 권력다툼이 아주 살벌할 것으로 보이는데, 형식적으로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인사들을 제외하고, 가장 눈에 띄는 세력은, 이른바 '재범파'라고 불려지는 '이중구'(박성웅)의 세력과, '북대문파'라고 불려지는 화교집단의 우두머리인 '정청'(황정민)의 세력으로 보인다. 이들은 초반부에 보이는 모습부터가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섞일 수 없는, 양립하는 세력들이다. 그리고 이런 세력 사이에 숨어든 인물이 있는데, 정청의 측근으로 등장하는, 이 인물이 바로 '이자성'(이정재)이다. 그는 사실 화교출신의 '경찰'이며, '강 과장'(최민식)이라 불리는 경찰청 소속, '강형철' 과장이 주도하는 '신세계'라는 프로젝트에 포함된, 골드문에 심어진 스파이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은 이렇게 어느 정도 정보를 빼낼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요원들을 심어, 폭력 조직에 관한 정보를 얻고 '관리'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회장이 사망하면서 골드문이라는 조직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 예상되면서, 이들은 각자의 욕망에 따라 '신세계'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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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 배우의 '이중구' 캐릭터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졌다.

 

"아, 저... 우리가 동상을 미는 것은 뭐, 기정사실인디...
암만~ 그러고 말고~...근디 그..."
"뭐 없냐?, 아 있지, 당연히."
(이사들의 웃음.)

"살려는 드릴게."

 

회장이 사망한 후, 생존을 위해 눈에 띄는 세력에게 붙으려는 골드문의 이사들은 이중구를 찾아가 눈치를 살피는데, 중구는 '살려는 드릴게.'라고 짧고 강렬하게 자신을 알린다. 이와 함께, 이사회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중구의 모습은 골드문을 집어삼키려는 야욕과 함께, 위압감 있는 이중구를 잘 표현하는 장면이다. '박성웅' 배우는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며 냉혹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중구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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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해 보이지만 잔혹한 면모가 있는 '정청'.

 

"아~따, 이게 뭔 일이래~, 응?
이 이사님께서 직접 마중을 다 나오시고잉~"


아주 직선적이라 할 수 있는 이중구 캐릭터와는 다르게, '정청'이라는 인물은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평소의 모습은 이게 폭력배두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탈하고 인정 많은 모습을 보여준다. 조직의 대권에 관심이 있긴 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측근들 중에 경찰이 있는 것을 알고 처단하는 장면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괜히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게 아니다.

 

 

'흑과 백', 그 모호한 경계.

영화 '신세계'에는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 '경찰'로 대변되는 일반적으로 '선'이라고 보이는 세력들은, 글쎄... 어찌 보면 폭력조직들보다도 더 의리도 없고 신뢰도 없다. '폭력조직'으로 대변되는 일반적으로 '악'이라고 보이는 세력들은 그들 나름의 규칙이 있고, 나름의 의리나 신뢰가 있다. 이처럼, 작품은 의도적으로 '선'과 '악'의 배치를 마구 흩어놓았다. 이런 관계들을 상징하는 뚜렷한 메타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둑'이다. 극 중, 이자성은 경찰과의 접촉방식으로 '바둑수업'을 받는 것이 보이는데, 흰 돌과 검은 돌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모습이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설정들은, 피아식별을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어, 작품의 긴장감을 한 층 끌어올리고,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필요에 따라 아군이 되기도, 적군이 되기도 하는, 본인의 이득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관계를 극적으로 나타내 주는 장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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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는 유독 흑과 백의 색깔이 대비되는 장면들이 많이 보인다. [출처:구글]

 

 

'회색'의 '이자성', 그의 고뇌.

'회색분자' 이자성. 수많은 흰돌과 검은 돌 사이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그는 본래 경찰이지만, 실제 경찰생활을 한 기간보다 폭력조직에 몸담은 기간이 더 길어 보인다. 화교인 탓에, 정청의 측근으로 오래전부터 심어져 있는 모습이고, 지령을 받아, 조직의 정보를 경찰에게 제공하고는 있지만, 그는 매 순간 고뇌한다. 긴 시간 동안 경찰로서 임무에 충실했지만, 경찰이라는 이 빌어먹을 조직은 자성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듯하고, 심지어는 아내도 경찰이 자성을 감시하기 위해 심어놓은 정보원이다. 경찰신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자성을 지속적으로 옥죄며 임무기간의 연장을 강요한다. 오히려 자신이 감시하고 있는 폭력조직과의 신뢰가 더 확실해 보이는 모습이다. 필요에 의해 자신을 착취하는 경찰조직에 매 순간 회의를 느끼는 모습이며, 깡패인지 경찰인지 이제는 자신도 모호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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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서 혹은 깡패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성. [출처:구글]

 

"근데... 네가 원래는 경찰이었다는 거를...
걔들이 알면 어떻게 하려나?"
(자성이 강 과장의 멱살을 잡는다.)
"당신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뭐 하자는 거냐고!"
"어... 이 새끼,
이거 진짜 깡패새끼 다 됐구먼."


사회에 해가 되는 폭력조직을 '관리'한다는 대의명분에, 경찰조직에게 희생을 강요당하는 자성의 모습이다. 경찰조직으로 대변되는 '강 과장'이라는 인물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프로젝트 진행방식'은, 어찌 보면, 깡패들보다 더 악랄하다. 공적이고 선해야 한다고 생각될 수 있는 조직이 쓰는 방법들은 윤리적이지도 않고, 범법도 서슴지 않으며,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극 중, 자성과 강 과장의 접선장소인 '폐건물 안에 있는 낚시터'는 이런 경찰조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고기가 있을지조차 의문인 더러운 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흉물스럽기 그지없는 폐건물도 그렇다. 자성과 강 과장의 관계의 모습이기도 하고, 경찰조직이 바라는 '신세계'가 이렇듯 황폐한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예고되어 있던 피바람과 '선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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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장은 결국 '강수'를 두고, '정청'과 '강과장'의 협상은 결렬된다. [출처:구글]

"야, 좀 길다, 잘 들어. 이중구. 널 살인교사 및 폭행, 특수사기 그리고 협박과 갈취, 횡령...
또 뭐냐... 아 뭐, 기타 등등... 많기도 하네."
"근데 이것들이 정말 식전 댓바람부터 나랑 개그를 까나..."
"나 그러고 한가한 사람 아니다."
"너네 자신 있냐? 지금 이거 다 감당할 수 있겠어? 입증 못 할 텐데?"
"이거 법원에서 정식으로 발부받은 영장이거든?
이번엔... 정말 기대해도 좋다."

 

이렇게 강 과장은 중구를 구속시킨다. 이는 조직의 두 세력을 '이간질'하는 결과를 만들며, 피바람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세력다툼 과정에서 많은 인물들이 제거된다. 강 과장의 의도는 두 큰 세력을 싸움 붙여 약하게 만든 다음, 허수아비인 '장수기'(최일화)를 앉히고, 자성의 영향력을 키워 조직을 통제하기 수월하게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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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구의 최후. [출처:구글]

"거기 누구 담배 있으면 하나만 줘라.
뭐 갈 땐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응?...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경찰의 계략으로 인해, 정청세력과 싸움이 일어났지만 재범파는 정리가 되는 모습이고, 이중구도 이렇게 제거된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박성웅 배우를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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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부상당해 결국 눈을 감는 '정청'. [출처:구글]

 

"독하게 굴어,
그래야 네가 살아... 알겠냐?"

 


결국 정청도 세력다툼 과정에서 눈을 감는 모습이다. 그는 자성이 경찰신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독하게 굴라고, 그래야 산다고' 하는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성을 위한 말이다. 필요에 의해 자성을 착취하기만 하는 경찰조직과는 달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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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당하는 '장수기'와 '강과장'

 

정청의 죽음에서 무언가 느낀 것이 있어서였는지, 자성은 그때부터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해 나간다. 강 과장, 장수기 이사도 모두 자성에게 살해당한다. 그의 경찰신분을 아는 사람은 이제 없고, 결국 자성은 경찰 신분을 버리고, 골드문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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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자성'이라는 신분은 결국 사라진다. [출처:구글]

 

 

 

'정청'과 '이자성', 그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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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의 사무실에서 선물을 보게 되는 자성. [출처:구글]

 

강 과장의 제안에 신세계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 이자성은 화교라는 점 때문에, 정청과의 관계 형성에 유리한 장기말이었다. 하지만 정청과 이자성은 상하관계나 이해득실의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쌓아온 신뢰나 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직원 중에 경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에 이미 이자성 또한 경찰이라는 것을, 정청은 알고 있었다. 이자성 또한 단순히 경찰로서 감시의 대상으로만 정청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정청이 죽기 직전, 병원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단순히 사무적인 관계가 아니다. 형제와도 같은 감정이 엿보인다. 후에 정청의 사무실에서 가품시계와 자성의 경찰 인사카드가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시계를 착용하는 자성의 모습이 보인다. 정청의 편에 속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심리가 보이는 것 같다.

 

 

'담배'가 의미하는 바.

신세계에는 유독 흡연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담배’라는 장치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것을 생각하고 작품을 보면, 소름끼치는 연출이 아닐 수가 없다. '이중구'는 죽기 직전까지 흡연을 하며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이고, 줄곧 많은 양의 흡연을 하던 '강 과장'은 어떤 관계 일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소중한 관계임이 분명한, 자성의 바둑선생이자 경찰세력인 ‘신우’(송지효)의 죽음 이후, 신세계 프로젝트에 회의감을 느꼈는지, 사직할 생각과 함께 금연을 한다. '정청'의 경우에는 강 과장과의 협상 전후의 비교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강 과장과 협상 전에는 강 과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흡연을 하는데, 결렬 이후에는 눈치 보지 않고 흡연을 한다. 이는 조심할 필요 없이 욕망을 드러내기로 했다는 정청의 심리변화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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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명장면'. [출처:구글]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내내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던 '이자성'은, 회장이 된 이후, 경찰 인사기록을 불태운 그 자리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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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성과 정청의 과거 모습. [출처:구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이자성과 정청의 과거 모습이 보이는데, 이 장면에서 그들은 담배에 불이 붙지 않아 담배를 못 피운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자성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소식

[영화 '귀공자'(The Childe)] - 2023년 6월 개봉 예정,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영화 '귀공자'(The Childe)] - 2023년 6월 개봉 예정,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박훈정' 감독의 신작. 영화 [귀공자]는 영화 '신세계', '마녀'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박훈정 감독은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작품에서 각본에 참여한 각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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