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온 새내기 해녀, '영옥'.
'영옥'(한지민)은 원래 제주도 사람이 아니다. 육지에서 제주도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여인인데, 제주도의 '해녀 학교'를 나와, 해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입 해녀'다. 생글생글 잘 웃고 해녀일도 열심히 하는데, 좁은 제주도 바닥에서 그녀를 놓고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듯하다. 보다시피 예쁜 얼굴 덕에 주위에 남자들이 끊이지 않아, 남자관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도 돌고... 일을 하면서도 종종 그녀가 받지 않는 '전화'들이 그녀에게 끊임없이 걸려온다는 것. 거기다 해녀로 일하면서 욕심을 자꾸 부려 곤란한 상황들을 만들어 내곤 한다. 이런 점들은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억측들을 만들어낸다. 이렇다 보니 그녀에 대한 평판이 좋지 못한데... '전화'들도 그렇고... 악착같이 돈을 많이 벌려는 것도 그렇고...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이러는 와중에 영옥은, 배의 선장인 '정준'과 묘한 기류가 흐른다.
열심히 사는 건실한 제주 청년, '정준'.
'정준'(김우빈)은 제주도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과, 정준과 같이 뱃일과 장사를 하는 남동생을 둔 제주도 청년이다. 기본적으로 해녀들을 바다로 데리고 나가는 배의 선장이며, 푸릉시장에서 은희의 가게일을 돕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성실한 청년이다. 서글서글하게 어른들께도 잘하고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캐릭터라 사람들에게 평판도 좋고, 신뢰도 두터운 듯하다. 그렇게 살아가던 와중에, 육지에서 해녀를 하겠다고 젊은 여자가 하나 건너왔는데... 생글생글 잘 웃고, 일단 예쁘다... 그런데 '영옥'이라는 이 여자... 뭔 소문들이 이렇게 살벌한지 모르겠다. 정준이 겪은 바로는 그렇게 나쁜 여자 같진 않은데... 뭔가 숨기는 게 많은 여자다. 이 여자에게 정준은 점점 끌리고 더 알고 싶어 진다...
'영옥'에게 관심을 보이는 '정준'.
"설마 선장... 나 좋아해?
쯧, 그러지 마라~ 다친다.
누나가 분명히 말해~
다쳐."
하루는 영옥에게 추하게 껄떡대는 동네 선장의 모습을 보게 되는 정준, 관심 가는 여자가 곤란해하는 듯한 상황인데... 영옥을 이 불편한 상황에서 구해준다. 그리고 영옥의 방 앞에서 영옥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멋진 놈인데, 영옥은 이런 정준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나 좋아하면 다쳐.'라는 식의 말을 한다. 글쎄... 정준의 눈에는 이런 식의 말이 더 매력적이었을 듯하다. 영옥도 훤칠한 정준의 관심이 싫지는 않은 듯하다. 둘은 이렇게 한밤중에 밤마실을 나가는데... 거기서 영옥이 정준에게 전에 만났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쭉 늘어놓는다... 정준은 전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기분이 상한 눈치인데... 떼놓으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 의중이 상당히 미심쩍다.
"누나가 만난 남자는 대체 몇인가?..."
정준은 폐버스를 개조해 카페나 갤러리 같은 느낌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산다. 일을 위해 배를 사려고 빚을 낸 것 같은데, 이를 착실하게 갚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 바쁘게 사는 와중에도 이렇게 버스를 개조해 기발한 장소를 만드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감각도 있고 낭만도 있는 청년이다. 버스창에다 영옥에 관한 생각을 글로 쓰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영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며, 이런 영옥이라도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보인다.
“우리 사귀어요."
"다칠 건데..."
"날 다치게 안 하려고 하면 되잖아요."
이런 고민에도 정준은 영옥을 감당해내고 싶었고, 영옥도 정준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영옥은 정준이 살고 있는 버스를 구경하고 싶어 했고, 정준은 영옥에게 자신이 사는 곳을 구경시켜 준다. 그리고 여기서 정준은 영옥에게 이렇게 고백을 하게 된다.
'영옥'의 비밀.
"필시, 육지에 서방이 있거나,
아이가 있어마심."
영옥은 '해녀 학교'를 나와 해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해녀다. '춘희'(고두심)는 해녀들 중에서도 최고참으로 보이는데, 춘희와 다른 해녀 어르신들을 바다로 떠나는 배까지 운전해 모셔다 드리는 일을 영옥이 하고 있는 듯하다. 매번 조금씩 늦게 나타나는 영옥, 거기다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는 둥, 남자문제가 복잡하다는 둥... 소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영옥이, 해녀 어르신들은 별로 곱게 보이지 않는 듯하다. 육지에 아이나, 남편이 있을 것이라는 억측도 생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결정적으로 어르신들이 영옥을 좋지 않게 보는 이유가 있다.
"삼촌이 저거 살린댄
숨을 참고 또 참고이!
경하다(그러다가)
삼촌 돌아가심 어떡할 거라?
너가 책임질 거라?!"
해녀들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것이 바로 '팀플레이'인데... 그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장소를 이탈해서 물질을 한다던지, 정해진 시간보다 더 물속에 체류한다던지 하는 위험한 행동을 자주 하며 다른 해녀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린다. 원래부터 이런 행동들 때문에 해녀어르신들께 미운털이 박힌 영옥인데... 어느 날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전복, 해삼을 따러 또 개인행동을 하다 그물에 발이 걸려, 죽을 뻔하는 일이 있었던 것. 이 때문에 영옥을 살리려다 '춘희'를 포함한 다른 해녀들도 죽다 살아나는 상황이 생긴다...
"아, 부모가 그림을 그린댄 했당,
동대문서 장사를 한댄 했당
이말 했당, 저말 했당!...
대체 느네 부모는
죽어시냐, 살아시냐?"
해녀들은 영옥에게 단단히 화가 나고, 영옥과는 같이 물질을 못하겠다 호통치며 나가버리고, 최고참인 '춘희'와 영옥이 단 둘이 방에 남는다. 영옥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고 해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춘희는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영옥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하며, 말이 나온 김에 영옥의 소문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이렇게 춘희는 영옥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영옥은 거짓말한 적이 없으며 묻는 말에만 대답했을 뿐이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시설에서 자란 영옥의 과거는, 남들이 굳이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기 싫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영옥의 부모는 실제 화가이기도 하셨고,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한 것도 맞는 얘기였던 것. 육지에 아이가 있다 남편이 있다 하는 것들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영옥이 매번 받지 않는 전화들의 정체는 바로, 그녀의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언니'다.
그리고... 영옥의 언니, '영희'.
“엄마 아빤 착하고 큰 사람이 분명하지만,
난 절대 착하지도 않고 모든 걸 감당할 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다.
난 신의 '특별한 선물'이
부담스러워 싫었다.
그리고 내가 영희가 12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이 또한 신의 실수고 횡포다.”
"나는 착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
영희를 차마 버리지 못했다. ”
영옥에게는 조금 '특별한' 쌍둥이 언니가 있다. 영옥의 언니인 '영희'는,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특유의 외모적 특별함도 있겠지만, 지적장애가 동반되는 병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이 병은 영옥자매와 부모님에게서 행복을 앗아간 듯하다. 부모님은 잔병치레가 많은 영희를 돌보기 위해, 비교적 돈벌이가 어려운 화가를 그만두게 되었고, 장사를 하다 영옥자매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영옥은 돈을 벌어 영희를 부양해야 했고, 이런 사정이 그녀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런 상황을 겪게 된 영옥은 영희가 짐처럼 느껴졌을 테고 영희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그녀를 시설에 맡기고 여러 지역을 거치다가 가장 먼 제주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착하지 않다고 했던 그녀의 말과는 달리, 영옥은 끝내 영희를 버리지는 못한다.
영옥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오는데, 영희를 케어해주고 있는 장애인 시설의 원장님의 전화다. 시설을 리모델링해야 해서 영옥이 영희를 일주일정도동안 돌봐야 한다는 것. 이렇게 영희는 영옥을 보러 제주로 내려오게 된다. 영옥은 제주 사람들에게 영희를 소개하는 일이 불편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여기서 영희를 배려하는 인정 많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영희는 제주 사람들과 추억들을 만들게 된다.
장애인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내가... 영희 누나 보고 놀랐어.
근데 난 그럴 수 있죠...
다운증후군을 처음 보는데,
그럴 수 있죠! 놀랄 수 있죠!
그게 잘못되었다면 미안해요.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서든
배운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몰랐다고요!"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정준은 영옥과 이야기하러 쫓아간 공항에서 영희를 처음 보게 되는데, 순간 움찔한다.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영희가 갖고 있는 다운증후군이라는 병도 처음 보는 정준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모습들이 영옥에게는 잊고 지내던 장애인의 가족으로서의 상처를 상기시키는 일이었을 거다. 정준은 이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해명한다. 실제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이상적 일지에 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고, 그 어디서도 교육받지 못했다... 이 말은 단순히 극에서 정준의 해명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나 작가분들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짊어진 병만으로도 벅찰 이런 사람들에게 다른 이유로 상처를 주는 것을 막아줄 배려들이나 교육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 일도 약과야.
선장 네가 본 건
아주아주 다 작은 일이라고."
어느 날, 정준과 영옥은 영희를 데리고 외식을 하러 나간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 좋을 상황에, 옆 테이블의 아이가 영희를 빤히 보면서 놀린다. 예의를 갖춰, 아이를 자제시켜 달라 부탁하는 영옥이지만, 이 부모들 태도가 아주 가관이다. 밥맛이 떨어져서 가야겠다느니...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도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리의 의식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직 멀었다...
영희의 그림들.
"나중에 영희에게 물었다.
너는 어쩌다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게 됐냐고...
영희가 말했다.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렇게 잘 그리게 됐다고...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체 사람이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보고 싶으면... 영희 같은 애가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건지...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극 중에서 영희는 항상 핸드폰으로 주변 풍경이나 제주의 인물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처음에 영옥은 영희의 그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눈치다... 부모님이 화가였기 때문에 그림이라는 것도 영옥에게는 상처였겠지. 영희는 자신의 그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 그려나가는데... 영희가 제주를 떠날 때가 되었을 때, 정준에게 그림들을 전달한다. 정준은 이 그림들을 자신의 버스에다 전시해 놓는데, 영희의 그림실력은 정말 훌륭하다. 제주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사진으로 그들의 그림을 모두 그려서 선물로 주고 영희는 그렇게 서울로 올라간다. 영옥은 버스를 방문해 벽면 가득히 빼곡하게 채워진 영희의 그림을 보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대사에서도 보이듯이, 그 그림들에는 영희의 외로움이 묻어있다.
정준의 부모님을 만나는 영옥.
(닭고기를 밥에 얹어주며)"먹으라...
부모 어시 혼자서
장애 이신 언니 거두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게.
느가 고생이 많았쪄이..."
후에 영옥은 정준의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는 자리가 있다. 정준에게 세 번만 참겠다고 가시 돋친 말을 하는데, 상처가 많은 그녀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중에 하나일 거다. 속으로는 정준의 부모님께 얼마나 인정받고 싶었을까. 그렇게 정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 정준의 본가. 부모님은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식사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도와드리려고 하는 영옥에게도 무뚝뚝한 어머니다. 영옥은 역시나 싶었을 텐데...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시며 영옥의 밥에 고기와 김치를 얹어주신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영옥에게 드디어 보금자리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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