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같은 부모, 피는 못 속이는 '그 딸'.
"총을... 버려주게."
"그럴 수야 있나... 그래도 명색이... '의병'인데.
얼마를 받은 것인가?
얼마면... 남은 생을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로, 부끄러운 아들로,
명예도 없이... 조국도 없이...
살 수 있나 해서."
"다른 조직원들은 어디 있니?"
"당신을 죽이러 갔지...
오래 걸려도... 꼭... 갈 거야,
'그들'이..."
의병활동 중, 밀고자에 의해 최후를 맞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애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상완'과 '김희진'. 고애신의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다. 상완은 명문가 출신으로, 조선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고사홍' 대감의 아들이다. 고사홍 대감의 집안은 예로부터 인근에 '목숨을 빚지지 않은 이가 없다'라고 할 만큼 어질기로 유명한 집안이었고, 그래서인지, 의협심이 강했던 상완과 형제는 모두 의병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희진에 대한 정보는 자세하지 않은데, 후에 애신이 만나는, 부모의 동지였던 '송영'이라는 사람이 희진의 사촌오빠라고 하는데, 송영이 벼슬을 하는 사람인 것으로 보이니, 아마 희진도 양반가 출신이었을 것 같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희진이 아기를 낳은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았는데, 변절자의 밀고로 인해 의병의 근거지가 노출되고 이렇듯, 애신의 부모는 최후를 맞이한다. 남겨진 애신은 송영의 손에, 고사홍 대감에게 전해진다.
"내 세상사에 눈 돌리지 말라 그렇게 일렀거늘!
밤낮으로 '논어'를 읽고 필사하여 마음에 새기거라"
시간이 흘러, 애신은 고운 자태의 반가집 규수로 자라난다. 그녀는 여느 여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예쁜 노리개나 패물들보다는 학문에 조예가 깊고, 조선 내외의 소식이 담긴 '기별지'를 가까이하고, 작금의 조선의 상황에 관심이 많다. 이런 점들이 할아버지는 두려운가 보다. 나라걱정하는 자식들을 떠나보낸 과거가 있기 때문에, 애신만큼은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한 번을 안 져, 한 번을?"
"천민도 신학문을 배워 벼슬을 하는 세상이온데,
계집이라 하여 어찌 쓰일 곳이 없겠습니까?"
"쓰이지 마라. 아무 곳에도 쓰이지 말라 이러는 것이다.
이 집안에서 조선의 운명 걱정은,
네 아비, 네 큰 아비로 되었단 말이다.
단정히 있다가 혼인하여 지아비 그늘에서 꽃처럼 살란 말이다...
나비나 수놓으며 살아... 화초나 수놓으며 살아...
그게 그리도 어렵단 말이냐?..."
"그럼... 차라리 죽겠습니다."
애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피는 못 속인다. 그녀는 할아버지와 부모가 그러했듯이, 반듯한 신념을 가지며 자라났고, 사회적 특권층임에도 그들이 가진 만큼 좋은 본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그녀는 신분에 의한 편견이 없으며,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어려운 조선의 상황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거기다, 신념이 아주 올곧은 여인이라,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기어코 간다면... 더는 막을 수가 없다면...
살길을 가르쳐 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지켜달라고는 안 하겠네...
자기 몸 하나 지킬 수만 있게 해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대감마님."
애신은 '단식투쟁'(?)에 들어가고, 결국 할아버지는 애신을 이겨낼 수가 없다. '장승구'(최무성)라는 포수를 불러 애신에게 총포술의 스승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장승구는 총포술에서의 스승이기도 하지만, 후에 의병활동에서의 동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애신은 손에 총을 쥐게 된다. 이때, 애신의 나이는 20살. 극 중, 유진이 조선으로 발령받아 오는 시기에는 29살이다. 9년이 지난 그때는, 총을 들어 그녀가 꿰뚫지 못하는 표적은 없었다.
"러브가 무엇이오?"
애신이 유진에게 묻는 말이다. 당시 애신은 영어를 몰랐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유진에게 했고, 유진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한다.
"러브가 무엇이오?"
"한데, 그걸 왜 묻는 거요?"
"하고 싶어 그러오. 벼슬보다 좋은 거라 하더이다."
"뭐... 생각하기에 따라서... 한데 혼자는 못하오. 함께 할 상대가 있어야 해서."
"그럼... 나랑 같이 하지 않겠소?...(유진이 빤히 본다.) 아녀자라 그러오? 내 총도 쏘는데."
"총 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오."
"꽤 어렵구려."
"왜 내게 청하는 거요?"
"동지니까."
이때는 애신이 단어의 뜻을 몰라 이렇게 물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맞는 제안을 했고, 유진의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데 성공한 장면인 듯하다. 애신은 후에, 학당 공부를 열심히 한 탓에(?), '러브'의 뜻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제대로 이불킥을 시전 한다.
통성명. 악수. 포옹. 그리고...'그리움'...
애신을 마음에 품게 되어서인지, 복수심에 사로잡힌 탓인지 유진은 애신에게 '러브'를 함께 하자고 한다. 장면이나 배경음악들로 보면, 시작은 아마 원수집안의 정혼자인 애신을 빼앗아 복수를 생각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작이 이랬다 하더라도, 결국 유진은 애신을 사랑하게 된다. 유진이 말하는 사랑의 모습은 이렇다. '통성명, 악수, 포옹, 그리움.' 이들이 가지게 될 사랑의 모습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단어들로 '명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아직... 유효하오? 같이 하자고 했던 거.
생각이 끝났소...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나는 고가 애신이오. 귀하의 이름은 익히 아오. 유진 초이. 곧 읽을 수도 있을게요."
"최유진이오."(어릴 적 도망칠 때의 장면들이 비친다.)
"그럼, 또 무엇을 하면 되오?"
"악수. 미국식 인사요. '악수'는 내 손에 당신을 해할 무기를 들지 않았단 뜻이오."
"뜻이 퍽 마음에 드오. 러브가 생각보다 쉽소. 시작이 반이라 그런가... 그런데 이 손은 언제 놓소?"
"당신 손에 무기를 들고 싶을 때."
"적어도 지금은 아니구려."
"학당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시오."
"힘들면 그만해도 되는데..."
"그만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하지 맙시다. 오늘은 걷던 쪽으로 한 걸음 더...
그러니 알려주시오. 통성명... 악수... 그리고 무얼 해야 하는지."
"못 할 거요. 다음은 허그라."
(유진에게 안기는 애신.)
"H는, 내 이미 다 배웠소."
"(유진의 웃음.) 학당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랬는데..."
그리고 유진과 애신은 얼굴을 볼 수 없는 날이 많아져, 약방을 통해 '서신'을 주고받는 장면들로 '그리움'이 나타난다. 유진의 편지 내용 중 일부다.
내 걱정은 잠시 잊고 늘 그랬듯, 어여쁘시오.
통성명, 악수, 포옹.
그다음은 '그리움'인 모양이오.
'I miss you.'
늘 배움이 빠른 그대라,
이젠 이 말을 배웠을 듯하여.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단어들로, 이들의 만남의 모습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런 뛰어난 연출들이 많이 보인다.
'Gun'과 'Glory', 몸을 숨긴 투사들.
미스터 션샤인은 일본으로 대표되는 열강들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의병'활동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무력투쟁을 중심으로 한 비밀결사단체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도자기공, 짐승을 사냥하는 포수, 국밥집 주모, 사탕가게 주인 등. 평범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이들은 비밀리에 '암살자'가 되기도 하고, 조직의 '연락책'이 되기도 하는 등,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조선의 자유라는 대의를 위한 활동들을 한다. 애신은 평상시, 양반가 여식으로 살면서, 황은산과 장승구의 지령을 받아 요인을 암살하는 특수임무를 주로 맡는다.
"수나 놓으며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조선의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리는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Sad Ending', 그리고 살아남은 '조선의 희망'.
작품은 끝으로 갈수록 숙연한 마음을 들게 한다. 애신에게 있어서 부모와도 같은 '행랑아범'(신정근 배우)과 '함안댁'(이정은 배우)는 애신을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내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슴 아픈 장면을 연출하고, 애신의 스승인 '장승구' 역시, 신미양요 당시, 목숨 걸고 싸우다 잡힌 조선인 포로들을 버리려는 조선정부의 행태를 보고 조선에 증오심을 품던 사람이었으나, 결국 신미양요 때 목숨을 바친 그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게 되며, 궁궐을 지키다 장렬히 최후를 맞는 모습이 보인다. '황은산'이 이끄는 의병단들은 조선의 희망이라 볼 수 있는 어린아이들과 애신을 미리 탈출시키고, 태극기에 손으로 붉게 수결하며 결의를 다지고 일본군의 포위에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는다.
'새드 엔딩'의 끝에, 살아남아 만주로 건너간 조선의 희망들과 애신의 모습을 끝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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