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소, '김희성'이오."
김희성은 항상 웃으며 이렇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다. 극의 설정으로 1871년 4월 17일 출생, 1907년 기준으로 37세다. 부잣집 도련님에 똑똑한 유학파, 재치 있으며 상냥한 데다 잘 웃고, 얼굴까지 매우 나이스하다. 이런 사기캐가 어디 있나 싶은데, 도박판을 기웃거리며 담배와 술에 찌들어 사는 모습이 보인다. 반쯤 인생을 놓아 버린 느낌이다. 그가 유학을 떠나기 전, 조부가 소작농들의 고혈을 빨아 마련한, '시계'를 받아 들고 표정이 어두워지는 장면이 비친다. 희성은 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아버지 덕에,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집안 어른들과는 달리, '심성이 고운' 사내다.
희성은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10년의 일본유학을 청산하고 혼인을 하러 조선에 들어오게 된다. 아마도 조부가 정해놓은 혼처라, 내키지 않았었나 보다. 그렇게 고사홍 대감의 손녀딸 애신(김태리)을 처음 마주한 희성은, 걸음을 지체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화가 난 게 아니라, 놀라는 중이오. 생각했던 그대로의 사내라..."
"어떤?..."
"희고 말랑한... 약골의 사내."
(희성의 웃음), "그대는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가 아니오. 그대는... '꽃'같소..."
이렇게 희성과 애신은 서로의 정혼자로서 처음 만나게 된다. 대화내용에서도 보이듯이, 애신은 희성이 영 눈에 차지 않는 눈치다. 이렇게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관심을 받던 희성에게 가슴 아픈 짝사랑을 가져다주는 애신이다. 애신의 마음에는 이미 누군가가 있다.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겉으로 보기에 희성이라는 캐릭터는 놀기 좋아하는 한량에,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장면에서 이런점들은 현실도피성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부잣집에서 자라 유학을 한 만큼, 그는 조선과 주변국들의 정세를 잘 알고 있는 당대의 '지식인'이다. 조선이 기울 대로 기울어져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었을까? 집안의 악행과도 연관되겠지만, 이런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은 어쩌면 암울한 세상에 '쓰이지 않으려는', 당대 지식인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이지 않았을까. 그저,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해야만 하는, 세상에 쓸모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그런 시대였으니까.
'희고 말랑한', 이 남자의 사랑법.
희성이 맘에 들지 않는 애신은 희성의 구애에도 싸늘하기만 하고 파혼을 요구한다. 희성은 한 발 물러나 당구를 가르쳐주며 '동무'로 지내길 제안한다. 정혼자이기에 희성은 마음먹으면 애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극 중, 애신이 저격수로서 임무를 맡게 될 때, 입게 되는 '남자 정장'이 있다. 이것은 신분을 감추기 위한 복장인데, 원래는 정혼자인 희성에게 가야 할 정장이다. 조선으로 돌아온 희성은 곧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애신이 하고 있는 의병활동에 대해서도 알아챈다. 그리고는 전차표를 모조리 사놓고 애신을 만나 아무도 없는 전차 안에서 말한다.
"나를 그냥... '정혼자'로 두시오.
그대가 내 양복을 입고 애국을 하든, 매국을 하든,
난 그대의 '그림자'가 될 것이오.
허니 위험하면... 달려와 숨으시오.
그게 내가 조선에 온 이유가 된다면...
'영광'이오."
그러던 중, 애신의 할아버지인 고사홍의 재촉으로 혼인납채서가 희성의 집으로 보내지고, 이것을 중간에 받아 든 희성은 어쩔 수 없이 납채서를 들고 애신의 집으로 간다. 애신은 혼인을 거부하며 마당에 꿇어앉아있다. 이를 본 희성은 결국 '결심'한다. 애신을 곤란한 상황에서 구해주며, 파혼해 줄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꽃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요.
꺾어서 화병에 꽂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그 길을 나서보려 하오.
이건 나에게 아주 '나쁜 마음'이오.
내가 나선 길에...
꽃은 피어있지 않을 테니...
파혼해 주겠소.
늦게 걸음한 벌을 이리 받나 보오."
희성은 신문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적당한 때에 애신을 불러 내기 당구를 친다. 저번에 져주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한 번에 8번 공까지 모두 넣으며, 내기에서 이겼으니 소원을 들어달라고 말한다.
"내기를 했으니 소원을 들어주시오.
우리 이제 그만...
분분히 헤어집시다."
희성의 방식은 이런 식이다. 강요하지 않고 끝까지 애신의 편에 서서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들을 해준다. 애신이 말한 대로, '희고 말랑한', 상냥한 방식이다. 살면서 유일하게 간절히 원했던 것이 '애신'이었을 '희성'이다. 그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겠지만, 무엇하나 함부로 가지지 않았다.
총칼이 아닌, '펜'을 든 열사.
희성은 지식인답게 '신문사'를 차려, '글'이라는 무기로 조선을 돕는다. 그는 조부가 생전에 뿌려놓았던 뇌물들을 거두어 신문사를 차리고 친일파들의 행각을 기록한다. 어찌 보면 총칼을 들고 하는 무력투쟁보다, 친일파들에게는 더 두려운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국가가 존속되는 한, 기록은 역사에 영원히 박제될 테니까. 그들은 몰랐겠지. 한민족이 다시 해방될 줄은.
"그런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오."
결국 신문사를 차려 친일파들의 눈엣가시가 된 희성은, 고애신과 도공 황은산과의 관계들로 인해 경무청에 붙잡혀 투옥되고, 모진 고문 끝에 희성은 최후를 맞이한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을 그였지만, 부끄럽지 않은 죽음이다. 희성의 숨이 멎어감과 함께, 희성을 내내 괴롭혔던 '시계소리'도 멈춘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들이구려...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런 이유로 그 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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