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도망친 '백정'의 아들.
"조선에는 말이다... 평민에게조차
말을 걸려면 바닥에 꿇어 엎드려해야 하고...
그마저도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입을 뗄 수도 없는... 그런 자들이 있다.
조선에서는 그들을 '백정'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백정'은 단순히 도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피를 보는 일들은 사람들이 꺼리는 일 중에 하나였고, 이런 더럽고 고된 일들은 신분이 천한 사람들에게 전가되기 일쑤다. 그중에서도 특히 천하디 천한 출신의 사람들이 백정이라 불리며, 따로 모여 사는 지역이 있기도 했었다고 한다. 아예 사회에서 격리시켜 버리는 모습이다.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구동매'라는 사내아이가 태어나 자랐다. 고깃값을 떼이기 일쑤였고, 정당한 값을 받으러 가도 바닥에 엎드려 구걸을 해야 했고, 그마저도 발길질당하고 물벼락을 맞으며 천대받기도 한다. 짐승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다. 마을의 다른 사내에게 겁탈당하는 아내를 보고도 모른 척 고기를 썰 수밖에 없는 아버지를 보며 어린 동매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몸서리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가 아들에게 피 묻은 칼을 들이대며 소리 지른다.
"나가... 나가!
나가서 뒈지든, 각설이로 팔도를 떠돌든, 화적 떼가 되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가!... 백정종자... 아주 지긋지긋해...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라고!
죽여버리기 전에 나가!"
"갈 거야, 가!, 죽어도 안 돌아와!
백정부모! 나도 필요 없어!"
아들을 살리기 위한 어미의 '슬픈 연극'이 끝나고, 어미는 피 묻은 칼을 땅에 떨어뜨리고 주저앉아,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그 뒤로는 어미를 겁탈하려던 사내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다.
"조선의 어미들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살해당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스스로 버려진다."
'복수심'으로 칼을 갈아 조선으로 돌아온 '야수'.
시간이 흘러, 동매는 일본에서 칼잡이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돌아온다. '무신회'라는 조직에 '한성지부장'이란다. 조선에 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줘,
제발... 동매야..."
(부하들이 여인의 발목을 칼로 그어버린다.)
"그럽시다... 아주머니는 삽시다.
평생 개처럼 기어 다닐 거요...
두 번 다시 달려 도망가지 못할 거요...
평생을 빌어먹을 거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게,
아주머니는 딱,
그렇게 삽시다..."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장면이다. 동매는 살기 어린 건조한 눈으로 냉혹하게 복수를 행한다. 살인청부를 맡기도 하고, 음지에서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한다. 유진의 이성적이고 냉철한, 희성의 상냥하고 사려 깊은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칼을 들었으나 그 누구도 베지 못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그는 그 누구라도 벨 수 있는 사내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한 마리의 '야수'와도 같다.
'거칠고 투박한', 이 남자의 사랑법.
동매와 애신은 어릴 적, 만난 적이 있다. 집을 떠나 배회하던 중, 마을에서 잡힐 위기에 처하자, 어린 애신은 동매를 자신의 가마에 숨겨준다. 그런 애신에게 동매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질투와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섞인 화를 어린 애신에게 쏟아낸다.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이 말에 어린 애신은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사람 목숨은 다 귀하다 했다."
"누가요?..."
"공자께서."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그 사려 깊음에 대한 연모였는지 알 수 없지만 동매가 조선으로 돌아온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애신'이었다. 후에 동매가 제물포에 갔을 때, 애신의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사찰을 찾아 애신의 부모에게 독백을 하며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을 한다.
"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
고르고 골라, '제일 날카로운 말'로 애기씨를 베었습니다.
아프셨을까요?
여직 아프시길 바라다가도, 아주 잊으셨길 바라다가도.
안 되는 거겠지요... 이놈은..."
"애기씨 눈에는 전 여직,
천한 백정 놈인가 봅니다."
"그렇지 않네,
내 눈에 자넨, 백정이 아니라 그저 '백성'이야.
그러니 바로 알게.
내 눈빛이 어땠는진 모르겠으나, 내가 자넬 그리 본 것은,
자네가 백정이라서가 아니라,
'변절자'여서니."
저잣거리에서 애신을 두고 모욕적인 말들을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놈들을 베어버리는 모습을 본 애신은 목숨을 구해준 동매가 엇나가는 삶을 사는 것 같아 못마땅하게 본다. 이렇듯, 애신과 동매는 항상 답답하게도 오해로 엇나가는 관계를 보여준다. 이런 부분에서 동매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동매에게 애신은 '하늘'과도 같은 존재다. 본인부터가, 애신을 연모하긴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높은 존재로 바라본다. 전형적으로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존감'은 낮은 어린 소년과도 같은 모습이다. 어쩌면 동매는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이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그 시간에 갇혀버린, 자라나지 못한 소년과도 같은 남자일 수 있다.
동매는 의뢰받은 일을 하던 중, 제물포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총격이 일어난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저격수를 쫓던 동매는 총을 들어 그 자를 쏘려던 순간, 애신임을 직감한다. 이에 방향을 틀어 의도적으로 다리를 쏜다. 이후, 부하들은 먼저 돌려보내고, 제물포의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애신이 기차역에 나타나면,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기어이 애신은 기차역에 나타난다.
(독백)"오지마... 오지 마라... (애신이 기차역으로 들어온다.) 오지 말라니까..."
"비키게, 죽여버리기 전에."
"그건 제가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애기씨."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난 해도... 자넨 못 할 듯싶은데."
(독백)"오지 말랬더니 기어이 와서는... 그것까지 아십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학당에도 가지 마십시오.
서양 말 같은 거 배우지 마십시오.
날아오르지 마십시오...
세상에 어떤 질문도 하지 마십시오."
애신은 날아오르려 하지만, 동매는 그녀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총으로 다리를 쏘고,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행위는 이런 의도에서 나온 것 같다. 동매의 방식은 이렇듯,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상대를 구속하는 한이 있더라도 애신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놈만 더..."
애신을 향한 마음 때문이었을지, 세상을 알아가면서 신념이 생겼을지 모르지만, 동매는 겉으로 보기에 무신회의 간부로서 조선인을 핍박하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의병들을 잡았다가 풀어주기도 하고,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기기도 하는 등. 조선을 돕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무신회 수장의 눈밖에 나게 되고, 제거대상이 된다. 애신과는 '채무관계 같지 않은 채무관계'(?)를 구실로 얼굴을 계속 보게 되는데, 이 관계가 끝나는 날, 애신은 몸이 성치 않은 상태로 쫓기고 있는 동매를 도우려 한다.
"몸도 성치 않다 들었네. 도움을 받게"
"다시 저를 '가마'에 태우시려는 겁니까?
이번엔... 안 타겠습니다 애기씨.
제가 무신회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제 마지막은 이리 정해져 있었던 겁니다.
제가 그 가마에 타면, 애기씨 또한 위험해지십니다.
저만 쫓기겠습니다.
애기씨는 이제 날아오르십시오."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이...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아는가?..."
애신에게 이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녀에게도 동매는 마음속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을 마지막에 동매는 알게 된다. 이렇게 애신과 동매는 마지막 만남을 갖고, 동매는 자신을 제거하려 하는 무신회 낭인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한놈만 더'라고 말하며, '조선인들을 핍박하고, 애신을 위험에 빠뜨릴' 일본낭인들을 하나라도 더 줄이려 하는 모습이다. 수많은 낭인들을 성치 않은 몸으로 당해낼 수가 없었고, 그는 결국 낭인들의 칼에 맞아 하늘을 보고 애신을 떠올리며 최후를 맞이한다.
"역시... 이놈은 안될 놈입니다.
아주 잊으셨길 바랐다가도,
또 그리 아프셨다니,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놈은...
그걸로 된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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