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건너간 어린 소년, 최유진
강화도 사는 김판서의 노비를 부모로 둔 9살의 소년, 이름은 '최유진'이다. 어느 날, 유진이 나무들을 지게에 지고 산에서 내려와 주인집으로 들어오는데, 부모가 마당에 꿇어앉은 채로 주인에게 빌고 있다. 김판서가 입신양명을 위해 유진의 어머니를 고관에게 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고, 몰래 도망치려던 것이 발각된 듯하다. 멍석에 말려 몽둥이질을 당하는 아버지를 구하려다가 어린 유진까지 심하게 맞고, 이에 유진의 어머니(이시아 배우)가 이 집 며느리를 인질로 잡는다.
"다음에는 더 깊이 그을 겁니다
대감마님은 대감마님 자손 지키세요.
난 내 자식 지켜야겠으니까!"
"가... 제발!...
너라도 살아야 개죽음 안 되는 거야!
멀리... 아주 멀리가, 유진아..."
이렇게 어린 유진은 주인집에서 도망 나오게 된다. 도망치다 어느 도자기공의 도움으로 미국인 선교사를 만나게 되고, 운 좋게 살아서 미국으로 떠난다. 이 시절에 홀로 미국에서 동양인 꼬마로 산다는 것은 정말 고단한 일이었을 거다. 매일 구걸하고 동네 불량배들에게 돈을 뜯기던 중, 군인들을 보게 되고, 이때 유진은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군인이 되는 길은 힘없는 동양인이, 힘 있는 미국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선에서 태어난 건 맞지만,
내 조국은 미국이야,
조선은 단 한 번도
날 가져본 적이 없거든."
그렇게 유진은 군인이 되고, 미군으로서 전선에서 전공을 쌓아가고, 1900년대 초,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조선'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미군대위 '유진 초이'로 발령받을 때, 그에게 '조선'은 어떤 의미였을까?, 적어도 이때, 유진의 조국은 '미국'이었던 것 같다.
조선인 외향의 '이방인', 유진 초이.
그렇게 고향인 조선으로 돌아온 유진은 미국공사관의 영사대리 직책을 받는다. 조선에 와서 처음 받은 임무 중에는 '로건'이라는 미국의 정보를 파는 친일파 미국인을 암살하는 임무가 있었는데, 자신과 같은 목표를 가진 또 하나의 저격수를 만나게 된다. 로건을 암살하는 임무를 끝내고, 대로변으로 나온 유진은 어느 귀족여인에게서 화약냄새를 맡고, 자신과 같은 대상을 노리던 저격수임을 알아챈다. 이렇게 '고애신'(김태리)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어느 쪽으로 가시오?"
"그건 왜 묻소?"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사방에는 낭인이고, 우린 서로 뭔가 들킨 듯 하니."
"난 본 것도 같은데..."
"수상한 게 그런 거라면, 나도 본 것도 같소만..."
유진은 영사대리로서 로건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애신을 마주하게 되며, 둘은 가까워진다. 유진이 미국장교라는 것을 알게 된 애신은 그의 행동에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 끌리게 된다. 죽은 어머니의 말대로 멀리 조선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방인'이었던 유진은, 이 여인으로 인해, 그저 자신이 태어났을 뿐인 나라 '조선'이라는 곳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누구보다 '조선인'이고 싶었을지 모를 '이방인'
조선에 온 유진은 복수심에 부모를 죽게 만든 원수들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받은 만큼 악행을 되돌려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죽은 부모가 그리울 뿐이고,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했던 과거의 상황이 한스러울 뿐이다. 부모를 죽인 김판서집의 손자는 공교롭게도 같은 호텔에 묵는 '김희성'(변요한)이고, 유진이 도망쳐 나올 때 인질로 잡혀 목숨에 위협을 받던 며느리의 뱃속에 있던 생명도 희성이었다. 그 시간에 희성과 유진은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원수지간이지만 인간적으로 김희성과도 끌리게 되며 벗이 된다. 이와 반대로, 미국에 있을 시절, 일본인 유학생이었던 '모리 타카시'와 조선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그는 조선침략을 지휘하는 군인이 되어있다. 야욕이 보이는 모리 타카시와는 대립구도를 내내 가져가며, 결국에는 유진의 손에 모리 타카시는 살해당한다.
"누구 하나 망하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건...
내가 망하는 길이었소."
이와 함께, 조선을 떠나기 전, 은혜를 입었던 은인들과의 만남도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자신을 미국으로 보내준 도자기공 '황은산'과의 재회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무뚝뚝한 사내들의 대화지만 따뜻하게 느껴진다. 도망노비를 잡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던 추노꾼들과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며, 양반가 자제들로서 총을 들고자 하는 어린 선비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도 '애국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전 살아서 미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은혜는 크게 못 갚아 죄송합니다.
그때 그 어린 종놈이 바로 접니다.
감사했습니다."
"나는 다 받았다. 너는 크게 다 갚았다.
자고 가, 재워줄 테니...
방에 불이나 좀 넣어야겠다 아유..."
"넌... 날 죽일 실력이 안되고,
난... 어리고 어리석은 학도의
진짜 보증인이 될까 해서."
"그러니까 왜 그러시는 거냔 말입니다."
"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그는 '미국인'의 모습을 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조선을 돕는다. 어린 시절, 선택의 여지없이 생존을 위해 건너간 미국이다. 당시 미국에서 고아신세인 동양인 꼬마의 삶이 녹록했을 리 없었을 테고, 미국에서도 그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그는 '이방인'이다.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집이 그리운 '조선인'이었을지 모른다.
끝내 이방인의 손에 쥐어진, 태극기.
"조선의 것을
조선에 돌려드립니다."
유진은 애신을 지키기 위해 급박한 상황에 미국공사관에 총을 쏘게 되고, 공사관 측에 애신을 아내라고 말하며 위기를 넘기지만, 유진은 징역을 살게 되고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된다. 3년 뒤 출소를 하게 된 그는, 조선으로 향한다. 그때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까. 희성에게 맡겨놓았던 태극기를 되찾아, 도공 황은산이 이끄는 의병들에게 전달한다. 결국 그는 애신과 걸음을 같이한다.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걸음 물러나니."
의병단들은 애신을 중심으로 한 어린 세대들을 조선에서 탈출시켜 후일을 도모하려 한다. 조선을 떠나는 기차에 유진도 함께 타게 되는데, 의병단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유진은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인질극을 벌이며 일본군들을 열차의 뒷칸으로 몰아넣은 다음, 열차 칸을 분리시켜버린다. 멀어지는 애신을 바라보며 유진은 이렇게 최후를 맞는다...
'고귀하고 위대한 자,
소풍 같은 조선에 잠들다.'
유진을 미국으로 데려갔던 선교사 '알렌'이 말하길, 서양에서 '유진'이라는 이름은 '고귀하고 위대한 자'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어디서든 이방인이었을 유진은 결국 조선을 위해 이름과 같이 의로운 죽음을 택하고 '조선인'으로 잠든다.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김희성'(변요한)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구동매'(유연석)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쿠도 히나/이양화'(김민정)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고애신'(김태리)
미스터 션샤인 '유진 엄마' 역, 배우 '이시아'.
실제 '유진 초이'의 모델이라는 '황기환' 지사, 실제는 어땠을까?
'드라마 > [미스터 션샤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고애신'(김태리) (27) | 2023.01.29 |
---|---|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쿠도 히나/이양화'(김민정) (38) | 2023.01.27 |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구동매'(유연석) (28) | 2023.01.26 |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김희성'(변요한) (24) | 2023.01.25 |
[미스터 션샤인(Mr.Sunshine)] - '낭만'과 '투쟁', 그 사이 어디쯤. (38) | 2023.0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