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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의 미로(Pan's Labyrinth)] - 한 소녀를 통해, 전쟁의 시대를 비추는 잔혹 동화.

by 애니그마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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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의-미로'의-포스터.영화-'판의-미로'의-포스터.
'판의 미로' (Pan's Labyrinth)

 

 

'기예르모 델 토로'의 기괴한 판타지.

'기예르모-델-토로'-감독.'기예르모-델-토로'-감독과-등장인물인-'판'.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가진 '기예르모 델 토로'.

 

멕시코 태생의 '기예르모 델 토로'는 특유의 기이한 작품세계를 가진 영화감독으로 유명하다. 주로 판타지 종류의 작품들을 많이 제작하는데, [판의 미로] 같은 경우는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가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해 아카데미에서도 6개 부문 노미네이트, 3개 부문 수상을 하기도 할 만큼 작품성으로도 크게 인정받는 작품이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중요한 특징은, 크리처들의 묘사에 있어서 아주 기괴하고 기발한 독창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판의 미로에서도 생명체들의 기괴하고 끔찍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주요 정보

  •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 개봉일 : 2006.11.30
  • 상영시간 : 118분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판타지/스릴러
  • 출연 :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세르지 로페즈, 마리벨 베르두 등

 

 

 

전쟁의 시대, 그 속의 '오필리아'.

쓰러져-있는-오필리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오필리아.

 

"아주 멀고 먼 옛날
어느 거짓과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고..."

 

'오필리아'라는 소녀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이 시작되고, '지하 왕국'에 관한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인간 세상을 동경한 나머지 지상으로 나간 지하왕국의 공주를 아버지인 왕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작품은 어느 모녀의 모습을 비춘다.

 

 

어머니와-함께있는-차-안에서-동화를-읽는-오필리아.
오필리아와 어머니.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숲으로 숨은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계속해서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1944년 스페인이며, 세계대전의 끝자락인 어수선한 시기다. 스페인에서는 파시스트 정권이 집권했고, 시민군은 이 정권에 대항하는 모습이다. 이 속에서 '오필리아'(이바나 바쿠에로)라는 열 살 남짓,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는 새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며, 새아버지는 '비달'(세르지 로페즈)이라는 정부군의 수장으로 보이는 군인이다.

 

비달에게-악수를-청하는-오필리아.
'비달'과의 만남.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는 거란다."

 

새아버지인 '비달'과 오필리아는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는데,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오필리아를 보며 비달은 위협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 실제 이 시기에 '왼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은 파시스트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파들을 상징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오필리아와 비달이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나타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숲 속의 요정, '판'과의 만남.

판과-오필리아가-미로에서-처음-만나는-장면.
판과 만나게 되는 오필리아.

 

이렇게 새아버지를 따라 정부군의 진영에서 지내게 된 오필리아에게 신비한 일들이 생긴다. 벌레가 사람의 모습을 한 작은 요정으로 바뀌고, 한 밤중에 이 요정을 따라간 곳에서 오필리아는 기괴한 모습을 한 요정을 만난다. '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요정은 오필리아에게 자신을 숲의 요정이라고 소개하며, 오필리아는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며 지하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말한다.

 

 

오필리아의 시험.

고목-밑으로-들어가며-진흙투성이가-된-오필리아.거대한-두꺼비와-마주하는-오필리아.
첫번째 시험.

 

판과의 만남 이후, 오필리아는 지령을 받아 시험들을 치르게 되는데, 숲에 있는 죽어가는 고목 아래에 사는 거대 두꺼비에게서 열쇠를 찾아온다던지, 식인 괴물을 피해 열쇠를 구해온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동화적인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장면들에서 등장하는 크리쳐들이라던지, 장소들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다.

 

마법의-분필로-벽에-문을-그리는-오필리아.식탁에-앉아있는-괴물을-바라보는-오필리아.오필리아가-포도알을-먹으려-하는-모습.깨어난-페일맨.
두번째 시험.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겠지만,
어느 것도 먹거나 마시면 안 됩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 오필리아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진 방에서 열쇠를 구해 돌아가는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 판의 경고를 무시하고 포도알을 먹게 되며 '페일맨'이라 불리는 괴물이 깨어나게 되는데, 손바닥에 눈이 달린 기괴한 모습의 이 괴물은 판의 미로라는 작품을 상징하기도 한다. 언제 봐도 충격적인 비주얼이다...

 

 

현실 세계와 교차되는 동화.

죽어가는-고목을-바라보는-오필리아.식탁-근처에-수북이-쌓인-신발들을-바라보는-오필리아.
현실을 은유하는 듯한 동화장면들.

오필리아의 시험에서 보이는 이런 동화적인 모습들은 우울한 현실세계와 교차되며 이어지는데, 이런 모습들은 현실세계를 비유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첫 번째 시험에서, 죽어가는 고목은 오필리아의 어머니를, 그 밑에 자리하며 고목을 말라죽게 만드는 두꺼비는 비달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두 번째 시험에서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페일맨'의 방에 수북이 쌓여있는 신발더미들은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니 페일맨이라는 괴물은 '전쟁'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오필리아를-잡고-소리치며-위협하는-비달.하혈하며-쓰러지기-직전의-오필리아-엄마.
현실을 잊어버리고 싶을만도 하다.

 

작품에 관한 해석에서 지배적인 의견 중에 하나가 바로 판과의 환상적인 장면들이 '오필리아의 망상'이라는 의견이다. 강압적인 새아버지, 임신 상태로 점점 건강이 나빠지는 어머니, 또래친구하나 없는 외로운 산중 생활 등 오필리아에게 현실세계는 도피하고 싶은 끔찍한 곳이었을지 모른다. 끔찍한 현실세계를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오필리아의 망상, 이런 잔혹한 현실 속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을 어린아이의 불안정한 심리를 그려낸 것이지 않을까.

 

 

정부군과 시민군의 대립.

민간인을-폭행하는-비달.항생제를-발견하는-비달.
잔혹한 군인, 비달.

'비달'이라는 군인은 아주 고압적이고 잔혹한 인물이며, 오필리아와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에만 관심을 쏟는다. 행동이나 말투, 외모적으로도 비달이라는 인물은 '파시즘'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오필리아와 어머니는 어떤 선택권도 가질 수 없어 보이며, 그저 복종하고 따르는 선택지밖에 없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서 여성과 아이라는, 약자로서의 삶이 어떤지를 나타낸다.

 

비달을-공격하는-메르세데스.시민군-포로를-치료해주는-의사,-페레이라.
'메르세데스'와 '페레이라'.

비달이 이끄는 정부군의 무자비한 탄압 속에서도 산속으로 숨어든 시민군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비달의 진영에는 시민군을 은밀히 돕는 인물들도 존재하는 모습이다. 비달의 하녀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와 의사인 '페레이라'는 시민군에게 식량이나 물자를 전달해 주기도, 부상자들을 치료해주기도 한다. 생포되어 고문당한 시민군의 자백으로 내부에 존재하는 첩자를 확인한 비달에 의해 의사는 살해당하고 메르세데스만 살아남아 오필리아와 도주한다. 이즈음에 오필리아의 어머니는 비달의 아들을 출산하고 사망한 상태다.

 

 

오필리아의 세 번째 시험.

오필리아를-다시-찾아온-판.
다시 찾아온 판.

 

"공주님께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 판의 경고를 무시한 오필리아는 시험을 치를 자격을 박탈당했었는데, 어머니를 잃고 메르세데스와 함께 도망 나온 오필리아에게 판이 한번 더 찾아오면서 세 번째 시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비달이 있는 곳에 잠입해, 비달의 아들이자 오필리아의 동생인 아기를 데려오라 말한다.

 

동생을-넘기지-않으려는-오필리아.오필리아에게-동생을-넘기라-말하는-판.
마지막 시험.

 

"순수한 피가 있어야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비달의 추격을 피해 우여곡절 끝에 판이 기다리고 있는 미로 입구에 도착한 오필리아에게, 판은 지하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기 위해서는 순수한 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기를 데려오라 말한 이유는 아기의 피를 이용하기 위한 것. 오필리아는 자신의 동생을 지켜내기 위해 거부하고, 그러는 와중에 오필리아를 쫓아온 비달은 아기를 되찾고는 오필리아를 향해 권총을 쏴버린다.

 

 

비달의 몰락과 오필리아의 희생.

비달에게-아이를-넘겨받는-메르세데스.비달을-살해하려는-시민군.
아이를 넘겨받고 비달을 사살하는 시민군.

 

"아이에게 아버지가
죽은 시간을 전해주게."

"아니, 이 아이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고 자랄 거야."

 

 

아기를 안고 나온 비달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군들을 마주하게 되고 아이를 넘기고 시민군들에게 살해당한다. 비달은 줄곧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시계를 소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망가져 멈춘 시계는 그의 아버지가 죽은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시계를 받았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도 똑같이 죽은 시간을 전하려 했던 모습은, '비달'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파시즘을 후대에 전하려 했던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는 시민군이 승리함으로써, 계승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가 담긴 장면이다.

 

총에-맞고-쓰러진-오필리아를-발견한-메르세데스.
오필리아를 발견하는 시민군.

 

비달이 쓰러지고, 메르세데스와 시민군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오필리아를 발견한다. 오필리아의 손에서 '순수한 피'가 흘러 미로 안으로 떨어지고, 메르세데스의 구슬픈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오필리아는 눈을 감는다... 비달의 몰락은 파시즘 정권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보이고, 오필리아의 죽음은 전쟁 속에서 '희생'되어간 약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판의 미로]는 기묘하고 동화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이야기의 진행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모습들이 많은데, 이런 점들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유독 여러 가지 감상이나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높은-단상에-앉은-아버지를-바라보는-오필리아.지하세계의-전경.
피를-흘리며-죽어가는-오필리아.
지하세계로 돌아가는 오필리아.

 

"자신의 피를 흘려 '희생'했구나.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

 

 

동생을 지키고 대신 피를 흘린 오필리아는 그 '희생'으로 세 번째 시험을 마치고 지하세계로 돌아간다. 오래전에 인간세상으로 나왔던 지하세계의 공주는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며 오필리아는 미소를 띤 채 죽어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오필리아가 고목 안으로 들어가기 전, 어머니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벗어 걸어두었던 자리에 꽃이 한 송이 피는 모습이 보이며 작품은 끝이 난다.

 

고목에서-꽃이-피는-장면.
[판의 미로]의 마지막 장면.

 

"공주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평화롭게
왕국을 다스리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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