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공개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목숨을 걸고 탈출한 한국 외교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소말리아 내전'당시, 남북한 외교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그 속에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들을 감독 특유의 속도감 있지만 절제된 연출로 그려낸 수작이다.
주요 정보
- 감독 : 류승완
- 개봉일 : 2021.07.28
- 상영시간 : 121분
- 누적관객수 : 약 361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액션/드라마
-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
소말리아에 파견된 외교관들.
198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승인받지 못한 국가였다.
당시 가장 많은 UN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 대륙은 한국 외교 총력전의
주요 대상으로 떠올랐다.
1987년, 한국 정부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외교관들을 파견한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된 외교관들의 모습이 보인다. 주 소말리아 대사인 '한신성'(김윤석)과 대사관 서기관인 '공수철'(정만식)은 대한민국의 UN 가입을 위해, 수년째 이곳에서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거나 행사에 참여하고 로비를 펼치는 등의 여러 친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안기부 소속 '강대진'(조인성)이 소말리아로 발령받아 참사관으로서 이들과 함께 하게 된다.
"어이! 임용수 대사!
당신들 또 장난쳤지?!"
강대진 참사관에게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전할 선물을 건네받은 외교관 일행은 급하게 대통령 궁으로 향하고, 여러 가지로 업무가 바빠 보인다. 하지만 무장강도의 습격을 받게 되면서 대통령에게 전할 선물들을 도둑맞게 된다. 대낮에 도로에서 총을 든 강도를 만나는 일이 생길 만큼, 이곳은 그다지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
망가진 차량 때문에 대통령과의 만남에 늦게 된 외교관 일행은 곧 앞서 도착해 있던 '북한의 외교관'들을 보게 된다. 북한 대사로 근무 중인 '림용수'(허준호)와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은, 한국 외교관들보다 앞서 대통령과 만남 중이었다. 사실 한국 외교관들을 습격한 강도들은 북한 참사관의 사주를 받아 이들의 발을 묶어두었던 것.
"우리 페어플레이 합시다. 페어플레이."
"한 대사.
그... 품위를 지키시오."
소말리아의 외무부 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들의 신경전은 계속된다. 남한 측도 역시 북한이 소말리아에서 무기를 밀매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등,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들은 이곳에서 외교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렇게 서로 신경전을 계속하는 모습인데... 이들은 곧 소말리아에 일어나는 소요사태를 보게 된다...
소말리아 내전의 발발.
당시 소말리아의 부패한 집권 세력에 대항해 민중들이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이 사태를 계기로 반군들이 득세하면서 '소말리아 내전'이 발발하게 된다. 소말리아의 내전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총을 든 민중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풍경이 예사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이렇게 아비규환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관들의 안전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한 대사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려 노력하지만, 난리통에 여행사는 물론, 은행 등 주요 시설과 기관들이 모두 마비된 상태다. 위험한 전쟁터 한가운데에 고립되어 버린 것. 소말리아의 성난 민중들은 외국의 대사관들이 부패한 현 정부와 가깝다고 생각해 급기야 외국 대사관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강 참사관은 목숨을 걸고 군 관계자와 협상해 경비 병력을 얻기도 하고, 다른 대사관과의 연락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이 속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과의 동침.
한편, 북한 대사관은 반군들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식량이나 물품들은 모두 빼앗기고, 북한 외교관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총을 든 아이들에게까지 위협을 느끼는 장면은 당시 소말리아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다. 이들은 중국 대사관 쪽으로 의탁하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이들이 선택한 행선지는...
"한 대사...
갈 곳이 없소..."
절박해진 임 대사는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처음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강 참사관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 대사관의 인사들을 남한으로 망명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진 듯하다. 한 대사 역시, 아이들까지 함께 있는 이 일행들을 무시할 만큼 매몰차지 못하다. 고민 끝에 이렇게 북한 측의 인사들을 받아들이며 이들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뒤이어 펼쳐지는 장면들에는 미묘한 감동들이 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은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하나의 민족이다. 모두 김치를 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깻잎 장을 떼어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것 말이다. 작품에서 류승완 감독의 이런 연출이 돋보인다. 신파로 가기 쉬운 이런 소재들이 아주 절제되어 있다. 이런 무심한 듯 섬세한 장면들이 오히려 더 뭉클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당뇨가 있던 임 대사에게 한 대사는 남아있던 인슐린을 주면서 여러 대화를 나누는데, 이때 북한이 소말리아에서 무기를 밀매한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남측과 북측은 여러 가지로 오해도 풀고 서로를 알아간다. 남북한의 모습을 축소해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다 보니, 참 오해도 많고, 서로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은 것이 남북 관계가 아닐까.
목숨을 건 탈출극.
이렇게 함께 지내게 된 남, 북측의 외교관들은 각기 우호국들과 접촉하며 위험한 소말리아를 탈출할 루트를 찾아간다. 북측은 이집트, 남측은 이탈리아와 접촉하게 되는데, 북측은 구조기의 확보에 실패한다. 남측은 이탈리아 대사관과 접촉해 적십자 구조기를 확보하게 되고, 북측 인사들이 남한으로 전향했다고 둘러대며 함께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 이제 문제는 위험한 전쟁터를 뚫고 각 대사관들에서 지원받은 차량들로 가족들을 모두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지원받은 4대의 차량에 남북 대사관의 식구들이 나눠 타고, 이들은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목숨을 건 탈출을 한다. 혹여 있을지 모를 총격에 대비해 차량에 책과 모래주머니를 덧대고, 유리창에 투명테이프를 바르기도 한다...
영화 모가디슈의 카체이싱 장면은 단연 훌륭하다. 류승완 감독이 액션 장르에 있어서 뛰어난 감독인 만큼, 속도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훌륭한 장면들이다. 감독들의 전작도 훌륭하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연출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이 절제되어 있으며, 이야기의 진행도 속도감이 있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사관 일행들은 출발 이후 총을 든 반군들이 보이자 백기를 창밖으로 꺼내든다는 것이, 공 서기관의 실수로 빈 작대기를 꺼내는 바람에 이를 총기로 오인한 반군들의 사격을 받게 되고 반군들과 추격전을 펼치며 정말 어렵게 이탈리아의 대사관에 닿게 된다. 도착하고 나서도 차량뒤에 숨은 이들을 향한 사격은 살벌하게 이어졌고, 이탈리아 대사관의 중재로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의 태 참사관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
"한 대사.
늦었지만 내 진심으로 고맙소."
비록 외교적으로 경쟁 상대였지만 죽을 고비를 넘어 이들은 구조기를 타게 되고, 함께 위기를 넘은 이들은 이제 우정이 생긴 듯하다. 터놓고 인간적인 대화들, 사는 모습들을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북한의 외교관들은 외국으로 떠나오기 전에 가족을 북한에 볼모로 잡히고 나온단다... 강 참사관은 이 말에, 단순히 이들을 남한으로 망명시키려 했던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끼는 것 같다...
"다들...
작별인사를 여기서 나눕시다... 네..."
공항에 구조기가 도착하고, 각 국의 정보요원들이 공항에 함께 나와 있다. 이 시대에는 남북한의 외교관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만약 이런 모습이 정보 요원들의 눈에 띈다면 사상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 터였다. 인간적으로 우정이 생겼지만, 이들은 구조기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내려서 서로 눈길도 주어선 안 되는 기가 막힌 상황인 것이다...
모가디슈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위해 영화가 달려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남, 북의 인사들은 각기 따로 구조기에서 내려 각자의 국가로 향하는 길을 간다... 서로 한 번을 돌아보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피가 흐르는 같은 민족이지만, 볼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기가 막히고 얄궂은 상황에 놓인 것이 바로 한반도 아닐까.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한 대사와 임 대사의 굳은 표정은 그 자체만으로 씁쓸한 안타까움을 안긴다.
류승완 감독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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