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봉준호
- 개봉일 : 2019.05.30
- 상영시간 : 131분
- 누적관객수 : 약 1031만 명
- 국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드라마/블랙코미디
-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정지소 등
봉준호의 '기생충'.
"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봉준호'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직접 남긴 말'이다. '기생충'이라는 걸작을 표현하는 문구들은 세계적으로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말그대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희비극’이다. 작품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강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점이 기생충을 세계적인 걸작으로 평가받게 하는 점인 것 같다. 기생충은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했다. 다른 문화권의 작품에는 다소 인색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부문을 석권하고,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후보로 오른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굵직한 것 이외에,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상을 무려 250개가량 받은 작품이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 남긴 족적 중에 현재까지 가장 인상적인 행보가 아닌가 싶다.
'기생충'과도 같은, '기택'의 가족.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다~ 끊기고, 응?
'계획'이 뭐야~ 응?"
"놔둬 봐, 공짜로 집 안에 소독도 하고,
꼽등이도 없애고."
열악한 '반지하방'에서 사는 어느 가족의 일상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가장인 '기택'(송강호), 엄마 '충숙'(장혜진), 아들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 이렇게 네 식구는 현재 모두 '무직'상태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윗집의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모습이며, 집안에는 '꼽등이'가 기어 다니는 게 예사다. 소독차가 보이는데, 창문도 안 닫고 집안 소독을 하잔다... 벌레와 공존하는 게 자연스럽고, 와이파이에도 기생하고, 소독약에도 기생하고... 이 가족의 모습은 처음부터 말 그대로 '기생충'과도 같은 이들의 습성을 잘 보여준다. 거기다 '반지하'라는 집의 구조와 화장실의 '변기'의 위치를 보면, 이들은 변기보다도 낮은 지대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이며, 이들의 계급이나 위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계획? 그런 거 없어 보인다. 이들은 그저 무계획으로 '연명'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야... 이거 '상징적'인 거네..."
"그러게...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이 대책 없는 가족에게 결정적으로 '시의적절'하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기우의 친구 '민혁'(박서준)이다. 그는 할아버지가 모으는 '수석'이 집에 많다며, 그중 하나를 기우네 집에 가져다준다. 이 '수석'이라는 물건은 '계획'이나 '세속적 욕망' 등으로 풀이될 수 있다. 육사시절을 지냈다는 민혁의 할아버지는 수집된 많은 수석만큼이나 '많은 계획'을 가졌을 것이고 민혁이 가진 계층은 기우의 계층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민혁이 찾아오는 이 장면에서는 꾸준히 '민혁'과 '기우'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민혁은 기우에게 부잣집 과외자리를 제안하는데, 민혁이 기우에게 이런 좋은 자리를 소개해주는 이유 또한, 민혁이 호감을 느끼고 있는 부잣집 딸 '다혜'에게 맡기더라도, '계층'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기 때문에 민혁에게는 기우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뭐 이유야 어쨌든, 민혁의 방문을 기점으로 대책 없는 기우에게 신분 상승을 추구하는 '계획'이 생기기 시작한다.
'숙주'와도 같은, '박 사장'의 가족.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
뭔 소린지 알아?"
이렇게 기우는 민혁이 소개해준 부잣집에 과외를 하러 가게 된다. '박 사장'(이선균)과 아내 '연교'(조여정), 기우가 과외하는 딸 '다혜'(정지소)와 어린 아들 '다송'(정현준). 이렇게 네 식구다. 이 상류층 가족은, 기생충으로 비유되는 기택가족의 '숙주'와도 같은 모습이다. '부자니까 착하다'는 말은, 풍요에서 오는 여유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택의 가족과 같은 하류층들에게 오는 '낙수효과'와도 같은 것들이 그들을 착하게 보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을 듯하다. 뭐 어쨌든 박 사장 덕분에 가족이 전부 취직해서 밥벌이를 하게 된 거니까.
Pretend : ~ 인 척하다, 가장하다.
"제시카 외동딸 ♬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기우와 다혜의 과외 장면에서 'pretend'라는 영어 단어가 등장한다. '~인 체하다, 가장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이 단어가 이 가족의 행태를 설명해 준다. 과외선생 '케빈'이 된 기우를 시작으로 '계획'에 따라, 기정은 '제시카'라는 인물로 가장해 다송의 미술선생이 된다. 기택과 충숙도 마찬가지. 이들은 심지어 계획적으로 원래 있던 '박힌 돌'들을 빼내고 그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 기택의 식구들은 박 사장의 집에서 기생충과도 같이 '증식'해 나간다.
극 중, 기택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본 듯 보인다. 대리운전, 발레에 '카스텔라 사업'도 해본 것 같다. 정직한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해보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 같으며, 이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부잣집에 시집와서 사모님으로 살고 있는 '연교'와 같은 사람보다, 기우네 가족이 훨씬 다재다능하고 능력 있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런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을 뛰어넘지는 못하며 반지하에 살고, 신분을 속이고 '~인 체해야', 비로소 이 상류층 사람들과 말이라도 섞을 수 있다... '편법'을 쓰지 않고서는 이 계급차를 좁힐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박 사장' 가족으로 대변되는 '상류층'.
"역시 '코너링'이 훌륭하시네요."
작품에는 '착해 보인다'는 그 상류층들의 위선적인 모습도 보인다. 기택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박 사장'은 '테스트 주행 그런 거 아니니까 편하게 운전하시라.'라는 말을 하지만, '거의 가득 찬 커피잔'을 가지고 뒷좌석에 앉아있다. 비위를 맞추는 듯한 기택의 매끄러운 말솜씨와 코너링하면서도 쏟아지지 않는 커피를 보면서 만족하는 듯한 모습은 앞뒤가 다른 박 사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 그리고
선물 절대 사 오지 마."
그리고 다송의 생일을 맞아 집에서 파티를 준비하는 '연교'의 모습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재차 선물 사 오지 말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사 오지 말라'는 말로 전혀 들리지 않는다. '사 오지 않을 거면 오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거기다 '믿음의 벨트'니... 하면서 지인을 통해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계속해서 어울리며 관계형성을 하려는 모습도 보이는 등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며, '그럴 듯' 해 보이는 기택가족의 사기행각에 쉽게 넘어가는 박 사장의 가족들은 허영심 가득한 상류층의 모습들이다.
'기생충'끼리의 대립.
이렇게 이 집에서 증식하던 기택의 가족에게 위기가 발생하는데, 박 사장의 가족들이 캠핑을 떠난 날, 이들은 마치 이 넓은 저택의 주인이라도 된 양,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초인종이 올리며, 쫓겨났던 가정부 '문광'(이정은)이 형편없는 몰골이 된 채 나타난다. 지하실에 두고 온 것이 있다며, 지하실 진열장 뒤에 있던 감춰진 통로를 통해 들어간다.
"제가 죄인입니다, 제가...
대만 왕수이 '카스텔라 가게'가 망해 갖고...
빚을 좀 심하게 졌어요..."
문광을 따라 내려간 비밀 벙커에는 문광의 남편인 '근세'(박명훈)가 살고 있었다. 이들 또한 기택의 식구들 같은 하층민으로, 박 사장의 저택에 숨어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장치가 '카스텔라 가게'다. 똑같이 같은 사업으로 망한 것은 같은 계층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거기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주인인 양 행세하는 것까지 똑같다.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던 문광과 남편은, 기택의 가족들이 신분을 속인 사기단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이 두 가족이 대립하기 시작한다. 집주인은 알지도 못하는 암투다. 이 두 가족의 관심사는 '기생충'으로서의 입지이지, 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일자리나 거처를 제공해 주는 박 사장은, '존경의 대상'이기까지 하다. 결국 경쟁하고 부딪치는 것은 '같은 계층'인 하류층이다.
이런 와중에 전화가 한 통 걸려오는데, 캠핑이 취소되고 박 사장 가족이 곧 집에 도착할 거라는 것. 결국 이 싸움의 주도권은 기택의 가족에게 넘어가고, 문광은 계단에서 구르며 목숨을 잃게 되며, 근세는 다시 지하실에 갇힌다. 한쪽에서는 생존을 건 사투가 벌어지는데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박 사장의 가족이다. 이런 모습들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보인다. 애초에 집에 이렇게 기생하고 사는 존재들이 있음에도, 그런 존재들이 때때로 기어 나와 음식과 술을 축내고 있음에도, 상류층들은 이를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부유한 상태다. 하류층들끼리 아등바등 생존을 위해 싸우더라도 거기에 관심도 없거니와,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박 사장 가족의 일상은 고요할 뿐이다. 그리고 상황이 정리되면서, 기택의 가족들은 마치 인간을 피해 숨는 벌레들처럼 거실 탁자 밑에 기어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게 된다.
누구에게는 '낭만', 누구에게는 '재난'.
다시 집에 돌아온 박 사장 가족은 그날따라 거실에서 잠을 잔다. '인디언'에 꽂힌 아들 다송이가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정원에서 인디언 텐트를 치고 자겠다 고집을 부려, 부부는 텐트가 보이는 거실에 누워 있다. 덕분에 기택 가족은 한참을 거실 탁자 밑에서 숨어있어야 했다. 부부가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 기택 가족이 도주하는데, 기택은 마치 정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기어서 도망간다... 여담으로 현대의 '인디언'들은 유럽인들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빈민층'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지녔다. '부자'들이 '인디언' 행세를 한다는 것은, '부자들이 가난까지 도둑질한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렇게 집 밖으로 나온 기택의 가족들은 폭우 속에서 반지하 집으로 뛰기 시작하는데, 이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다. 단 한 번도 오르막이 없다. 기택가족은 비를 맞으며 끊임없이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두 가족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명장면이다. 박 사장의 저택에서 끝도 없이 내려가야 기택의 반지하 방이다.
반지하 집은 폭우로 인해 잠겨버린 상태다. 박 사장의 저택과 같은 높은 지대에서 흘러내려온 빗물은 이 반지하 집에서 모인다. 상류층에게 내리는 '비'는 그저 운치 있는 낭만이며, 비 오는 날 캠핑의 추억을 만들어 주겠지만, 기택가족과 같은 하류층에게는 끔찍한 재난이 된다. 집안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변기를 제외하고 모두 잠겼으며, 그마저도 더러운 오물이 역류해 뿜어져 나온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여기도 봐 봐...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늘 떼거지로 체육관에서 잡시다.'
계획을 했었겠냐?
침수된 기택의 동네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잠을 청한다. 이때 기우가 지하실에 갇힌 사람들에 관한 계획을 아버지에게 묻자, 기택이 이런 말을 한다. 어쩌다 이 가장은 '무계획이 계획인 삶'을 살게 됐을까. 그도 분명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을 거다. 비 오는 날만 봐도 그렇다. 상류층에게 '비'라는 변수는 일상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렇게 하찮은 작은 변수도 하류층에겐 인생이 바뀔 엄청난 변수가 되어 작용한다. 이런 작은 변수에도 계획이 틀어지는 하류층의 인생에... 어쩌면 '계획'이라는 것은 가당치 않는 것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기우는 수해 당한 집에서 '수석'을 들고 나와 꼭 끌어안고 있다...
자꾸 '선을 넘는', 감출 수 없는 '냄새'.
"애 많이 쓰시네요, 대표님도...
하긴 뭐, 어쩝니까? 사랑하시는데..."
"김 기사님...
어차피 오늘 근무인 거죠, 이게?
그냥 뭐, 이게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예?..."
극 중 박 사장은 '선'을 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선을 넘었다'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은 기택이 박 사장에게 '사모님을 사랑하냐'라고 묻는 장면이 될 수 있다. 이때, 박 사장은 표정이 살벌하게 일그러진다. 기택은 계층에 상관없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이런 하류층들과 어떤 식으로든 같은 주제로 묶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할 박 사장이다.(아니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을 들켜서 일수도 있을 듯...) 그리고 또 하나를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냄새'다. 극 중에서 박 사장은 하층민들의 냄새를 '지하철 냄새'에 비유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여기서 불편하거나 좀 뜨끔할 수도 있을 듯하다... '냄새'라는 것은 어떻게 '꾸며내거나, 숨길 수가 없는 정체성'이기 때문에, 계급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듯하다. 아무리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고 연기해도, 그들에게서 나는 '하층민의 냄새'는 숨겨지지 않고 상류층이 그은 '선'을 계속 넘고 있다.
수해를 당했던 기택가족들은, 다송의 생일파티에 '초대'가 된다. 이들에게 거부권은 없어 보인다... 연교와 박 사장은 모두 근무의 연장이라며,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내내 '수석'을 가지고 있었던 기우는 지하실로 내려가 상황을 정리하려던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갇혀있었던 '근세'를 풀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지하실에서 나오다 넘어져 있는 기우는 결국 근세에 의해, 자신의 '계획'이었던 '수석'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친다. 지하실에서 나온 근세는 식칼을 빼들고 정원으로 나가며, 다송의 파티장은 아비규환이 된다.
"차 빼야지, 차!
김기사! 뭐 해! 씨"
다송은 피투성이의 근세를 보고 기절하고, 기정은 근세의 칼에 찔려 버린다. 기택의 딸인 기정이 칼을 맞아 정말 위급한 상황인데, 박 사장은 구급차를 기다리면 늦는다느니... 아무리 자기 자식이 귀하다지만, 잠깐 정신 잃었을 뿐인 다송이 때문에 과잉 반응하며 기택에게 운전을 시키려 한다. 그리고 기택이 던진 차키를 줍는데, 근세에게서 '하층민의 냄새'를 맡고 참기 힘든 이 냄새에 박 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기택은 표정이 완전히 식어버리고, 칼을 들어 박 사장을 찔러버린다.
마지막 장면, 기우의 '편지'.
기정은 세상을 떠나고, 기택은 사건 직후 잠적해 버린다. 충숙과 기우만 남은 상황이다. 사건이 있고 많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이는 어느 겨울날, 기우는 예전 박 사장의 저택을 근처의 산에서 지켜보게 되는데, 집의 전등이 깜빡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모스부호였고, 이것을 해석해 보니 아버지의 편지였다. 결국 아버지 기택은 그 집의 지하실에서, 근세가 그랬던 것처럼 숨어 살고 있다... 이런 아버지에게 답장을 쓰는 기우의 모습을 끝으로 작품은 마무리가 된다.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인 계획입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요.
대학, 취직, 결혼 뭐 다 좋지만,
일단 돈부터 벌겠습니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에는,
저는 엄마랑 정원에 있을게요.
햇살이 워낙 좋으니까요.
아버지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기우의 편지 내용이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이건 전할 방도도 없다. 냉정히 생각해 볼 만한 문제는, 도대체 기우에게 어떤 '계획'이 있으면, 서울 도심에 위치한 저런 대저택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기택이 계단을 오를,
'그날'이 올까?
'정말 잔혹한 현실'은,
기우는 여전히 그 '반지하'에 산다는 것...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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